폭락장에서…현미경으로 은하수를 볼 수 있는가

주가가 하락하면 갑자기 모든 뉴스가 악재로 변한다.

300만원이었던 SK하이닉스가 200만원까지 밀리고, 미국 증시에서 마이크론이 고점 대비 -30% 가까이 하락하면서 공포가 한국 증시를 지배하고 있다.

지금 국장의 주도주는 메모리이고, 메모리 주식이 과거에 어땠는지 알고 있는 상황에서 나타난 가파른 하락은, 투자자들을 공포에 사로잡히게 하기 충분하다.

잠시 사그라들었던 미국의 금리 인상 공포, 중동 분쟁의 재점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투자 축소 우려, 등 모든 악재가 악령처럼 되살아난다.

특히 한국 증시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시가총액 비중이 50%까지 치솟으면서 두 종목에 증시의 운명이 달린 것처럼 연일 대폭락장이 펼쳐졌다. 미국 증시에서 마이크론이 가파르게 하락했지만 증시 자체는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것과 크게 대조적인 모습이다. 초보 투자자로 증시에 올해 입문한 사람이라면 폭락에 놀라 투매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 극한의 변동성이 나타났다.

하지만 앞서 ‘강세장에 죽음의 계곡이 있다’고 얘기했듯 사상 최고가를 뚫고 오르는 주식은 -30%에 달하는 조정을 겪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물론 그 조정이 단순한 조정이 아니고 대세 하락의 시작일 수도 있다. 그리고 정말 영혼이 탈탈탈 털리는 수준의 살벌한 조정일 수도 있다. 반토막, 또는 -60% 대폭락일 수 있다.

다만 AI 혁명을 믿고 메모리 주식에 투자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조정을 감내하고 고통스러운 구간을 뚫고 지나가야 한다.

수 년간 시장과 시황을 분석하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장기투자에 성공하려면, 주식은 현미경으로 보면 안된다는 사실이다. 장기투자로 큰 수익을 누리겠다고 생각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시장과 기업을 망원경으로 보아야 한다.


-60% 폭락 그 후…2000% 오른 엔비디아 

모두가 부러워하는 장기 대세상승 주식의 추세적 상승은 멀리서 보면 뚜렷한 우상향 추세를 그리고 있지만, 단기 차트를 확대해 보면 비극적인 폭락을 수차례 경험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수많은 서학개미에게 기쁨을 안겨준 엔비디아. 엔비디아가 2024년 6월 10:1 액면분할을 했으므로 분할 후 수정주가를 기준으로 역대 주가 흐름을 살펴보자.

2021년 11월, 엔비디아는 34.65달러의 역사적 고점을 기록한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10배 오른 주가였다. 하지만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과 함께 제반 악재가 겹치며 엔비디아는 2022년 10월 10.81달러까지 폭락한다. 11개월간 추세적 하락을 이어가며 무려 68.8% 하락한 것이다. 그야말로 죽음의 계곡이었다. 1년 가까이 이어지는 하락에 투자자의 대다수가 포기하고 달아났다.

그러나 2022년 11월 오픈AI의 ChatGPT가 공개되고 “AI에는 엔비디아 GPU가 필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AI 대장주’의 랠리는 시작된다.

10달러에서 올해 5월14일 사상 최고가인 236.54달러를 기록했으니, 3년 7개월간 2088% 상승, 21.9배 오른 것이다. 물론 대세상승처럼 보이는 중간에도 혹독한 -40~-50%대 조정이 있었다.

이 정도 사이즈의 기업이 2000% 넘게 오른 경우는 미국 증시 역사에서도 흔치 않은 사례다. ‘엔비디아로 인생 역전을 했다’고 말하는 투자자가 있다면 가혹한 수 차례의 테스트에도 믿음을 꺾지 않고 버틴 사람일 것이다.


밤하늘을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가 

장기투자의 험난한 여정은 마치 인생과 같다. 현미경으로 보면 세세한 모든 것이 악재고, 비극이다. 모든 날이 사건 사고다.

최근 발표된 마이크론의 3분기 실적과 삼성전자 2분기 실적은 역대급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대기록이었다. 하지만 메타가 데이터센터 증설을 멈출 거라는 뉴스, SK하이닉스가 나스닥에 ADR을 상장한다는 계획, 마이클 버리가 공매도 포지션을 잡았다는 소식과 연준이 기어이 금리를 올릴 거라는 악재까지.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현미경으로 접한 모든 것이 그저 악재, 악재일 뿐이었다.

하락장에서 현미경의 렌즈 배율을 확대해 일봉도 아닌 분봉으로 주가를 보면 공포가 엄습한다. 지금 -7%인데, 조만간 -8%, -9%, -15%까지 하락할 것 같다. 손가락이 절로 매도 버튼 위로 올라간다. ‘더 잃기 전에 팔아야 해…’ 견디다 못해 주식을 팔면 바닥이다.

주가가 폭락한 2주 사이에 기업이 달라진 건 거의 없다. 달라진 것은 주가와 투자자의 마음이다. 기업은 그대로인데 주가는 산책 나 강아지처럼 노닌다. 그래서 현미경으로 주가를 보면 비극, 매일이 비상사태다.

여의도에서 만났던 투자자들 중에는, 가끔씩 몰빵 투자자들이 있었다. 저런 기업을 뭘 믿고 저런 확신으로 투자할까, 싶었던 사람들 말이다. 그런데 큰 부자는 기업과 자신의 분석을 믿고 오래 투자한 이들 중에서 탄생했다. 물론 그러다 실패한 사람도 있긴 했지만, 그들에게는 기업을 믿고 버티는 뚝심이 경험으로 남았다.

밤 하늘을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가. 광활한 밤하늘의 은하수는 망원경으로만 볼 수 있다.

AI 혁명과 메모리 산업의 장기 성장을 믿는 투자자라면, 이런 조정을 견딜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믿음이 확고하다면 이번 죽음의 계곡도 묵묵히 건너야 하는 구간일지 모른다. 설사 틀려도 그 경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한때 어떤 기업의 성장을 믿었던 투자자라면, 다음 투자에서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하락장에서 ‘국장 망한다’ ‘메모리는 끝났다’를 말하기는 너무 쉽다. 하지만 그 반대를 이야기하는 건 어렵다.

장기 투자는 미래를 맞히는 게임이 아니다. 때로는 내 믿음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매일 변하는 주가가 아니라 조금씩 성장하는 기업과 동행하는 일이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주가가 오르면 갑자기 모든 뉴스가 호재로 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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