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여의도 증권맨이 강세장에서 웃지 못한 이유

#30대 임모씨는 증권사 홍보 과장이다. 그는 같은 증권업계 과장들과 함께 한 코스닥 종목에 쌈짓돈을 전부 묻었다. 아내 몰래 조성한 알토란 같은 돈 5000만원을 전부 이 종목에 투자했는데 수익률이 지금 -30%다. 비록 물려있지만 언젠가 주가가 10배 오르며 10루타를 칠 그날을 기다린다.

#40대 워킹맘 김모씨는 주식을 잘 모르고 PER, PBR 개념도 모른다. 하지만 2024년 삼성전자 주식이 5만원을 하회하자 “대한민국 1등 기업인데 지금 사서 묻어두면 돈 되는 거 아닐까?” 생각에 3000만원을 투자했다. 어느날 강세장이 펼쳐지면서 그녀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가치는 2026년 1억원 넘게 불어났다.

여의도에서 일하던 시절 내가 만난 증권맨 중에는 투자 수익률이 신통치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젊은 남성들이 특히 그랬다. 그들의 계좌에는 웬만한 코스닥 기업은 거의 다 알고 있던 나조차도 처음 들어보는 종목에 전 재산이 들어있었다.

작년부터 코스피 강세장이 전개됐지만 실제로 여의도 증권가에는 주식으로 돈 번 투자자들(주로 남성)이 많지 않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반면 동네 아주머니들은 예전에 묻어놓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 300~400%대 수익률을 냈다고 한다.

주식투자자의 대다수는 남성인데 왜 여성과 남성의 투자수익률 격차가 이토록 컸을까.

심지어 수백프로 수익률을 낸 중년 여성들 중에는 김모씨처럼 기업 가치를 분석하거나 차트 보는 법을 전혀 모르는 투자자도 많다. 반면 남성 주식투자자들은 이동평균선이니 20일선이니 PER, PBR 모르는 게 없다.

주식을 잘 모르는 여성들이 주식 투자로 대박을 낸다, 이 역설의 비밀은 뭘까.


“사고 팔고, 또 사고 팔고”…Boys Will Be Boys

2001년 미국 버클리대 브래드 바버와 테런스 오딘 교수는 미국의 한 대형 증권사 계좌 3만5000개를 분석해 ‘Boys Will Be Boys'(남자애들은 어쩔 수 없다)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남성은 여성보다 45% 더 자주 매매했고, 잦은 매매가 수익률을 갉아먹었다. 흥미롭게도 종목을 고르는 능력에는 남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이는 오직 하나, 손이 얼마나 자주 나가느냐였다. 실제로 주식 투자를 갓 시작한 젊은 남성 중에는 “손가락이 간지럽다”며 자꾸 매매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투자자들이 꽤 많다.

논문에서는 남자들이 잘못된 종목을 골라서가 아니라 ‘너무 많이 매매해서’ 졌다고 명시한다. 두 교수는 잦은 매매의 원인으로 과잉확신을 지목했다. 자신의 판단을 과도하게 믿는 사람일수록 더 자주 사고팔고, 매매가 잦아지면서 발생한 수수료와 잘못된 매매 타이밍이 수익률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데이터도 같은 사실을 증명한다.

NH투자증권이 지난해 1~9월, 잔액 10만원 이상 활성 계좌 224만 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수익률 1위는 60대 이상 여성(26.9%), 2위 40대 여성(25.9%), 3위 50대 여성(25.7%)이 차지했다. 여성은 전 연령대에서 남성을 이겼다. 여성 중 수익률이 가장 낮았던 20대 여성(24.8%)조차 남성 1위인 60대 남성(23.3%)보다 높았다. 그리고 꼴찌는 20대 남성으로 19.0%를 기록했다.

특히 남성 주식투자자의 평균 회전율은 181.4%로 여성(85.7%)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60대 이상 남성의 회전율은 211.5%에 달했다.


“모르는 게 약?”…여성 투자자들이 누린 ‘무지의 이점’

여의도에서 18년간 일했던 한 자산운용사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이 바닥에 이번 강세장에서 돈 번 사람이 많지 않아요. 이번에도 조금 오르다 말겠지, 다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우리가 코스피 오르다 내리는 걸 한두 번 본 게 아니잖아요?”

NH투자증권 집계에 따르면 2025년 남성 투자자들은 상승장 내내 하락에 베팅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순매수 1위)를 대거 사들였다. 18년 만에 도래한 코스피 강세장을 믿지 않았던 것이다.

시장을 좀 아는 게 문제였다. 수많은 여의도 증권업계 종사자들-대부분 남성인-그들에게는 “지금 시장은 과열이고, 이러다 곧 꺾인다. 나는 그걸 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 확신이 문제였다. 확신을 가지고 지수 하락을 2배 추종하는 ETF에 베팅했고, 결과는 강세장에서 큰 손실로 이어졌다.

반면 삼성전자에 목돈을 묻어 놓은 중년 여성들은 내일 시장이 어떻게 될지 몰랐다. 예측할 줄 모르니 예측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일등 기업이니까 언젠가 오르겠지’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한다. 놀랍게도 이 생각 안에는 시장을 예측하려는 의도 대신 기업에 대한 믿음이 자리 잡았다. 방치된 계좌 속에서 복리의 이익이 자랐다.

하버드대 심리학자 폴 안드레아센의 실험으로 알려진 연구에 따르면 뉴스를 계속 접한 투자자 집단은 뉴스를 차단당한 집단보다 더 자주 매매했고, 수익률은 더 낮았다. 매일 매일 전달되는 시장의 제반 소음(정보)에 무지해 매매 자체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소음을 걸러낸 게 아니라 소음이 전달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몰랐기 때문에 예측하지 않는 겸손한 태도가 된 것이다.


‘복권 사듯 주식에 투자’…일확천금 노리는 20대 남성  

통계적으로 가장 수익률이 낮은 집단은 20대 남성, 즉 젊은 남성이었다. 남성 집단에서도 젊을수록 수익률이 부진했다. 지식이 부족해서였을까.

송성엽 전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는 “투자에 성공하려면 두 가지를 경계해야 한다. 바로 조급함과 과욕”이라고 말했다.

조급함과 과욕에 가장 취약한 투자 집단은 20대 남성이다. 20대 남성이 유독 지능이 낮거나 공부가 부족한 게 아니다. 오히려 열정이 대단하고 혈기 왕성해서 조급함과 과욕에 쉽게 사로잡힌다. 종잣돈은 적은데 주식시장에서 대박을 빨리 내고 싶다. 연 7% 수익률은 이들에게 전혀 성에 차지 않는 성과다. 조급함은 이들을 레버리지로, 인버스로, 단타로 이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동학개미운동이 한창이던 2020년 3~10월 개인투자자 20만여명의 계좌를 분석한 결과, 연령대가 낮을수록 그리고 남성일수록 투자자산이 작을수록 회전율과 당일매매 비중이 높았다. 특히 20대 이하 투자자는 거래대금의 80.8%가 당일 사서 당일 파는 당일거래였다.

특히 자본시장연구원의 후속 연구에 따르면 남성일수록, 저연령층일수록 ‘복권형 주식’-가격은 싸고, 변동성은 크고, 어쩌다 대박이 터지는 주식-을 보유하고 거래하는 비중이 높았다. 그리고 복권형 주식을 선호한 젊은 남성 집단의 투자성과가 가장 부진했다. 주식투자에서 연 7% 복리 수익률보다는 1/10000의 대박을 기대했던 것이다.

미국의 바버와 오딘 교수 연구에서도 가장 성과가 나쁘고 회전율이 높은 집단은 ‘젊은 독신 남성’이었다. 종잣돈은 작았지만 인생을 단번에 바꾸고 싶은 욕심이 큰 상황 때문에 무리수를 둔 잦은 매매가 나타났던 것이다.


중년 여성의 기질은 투자전략이 될 수 있는가 

사실 주식시장 참여자의 대다수는 아직도 남성이다. 위 데이터를 ‘여자가 남자보다 주식 투자를 잘한다’로 읽으면 곤란하다. 중요한 것은 남성들의 특정 기질이 장기적으로는 그리고 특히 상승장에서는 수익률을 올리는데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년 여성의 투자스타일을 요약하면 ‘우량주 장기보유’다. 다만 2025년 이전까지 코스피가 2007년 이후 약 18년간 박스권에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는 초장기 투자에서만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이다. 하락장이나 박스권 장세가 길어지면 우량주 장기보유 전략이 반드시 우세한 전략이라고 볼 수 없을 수도 있다. 즉 초장기 투자에서는 유리할 수 있지만, 항상 승리하는 전략은 아닌 것이다.

다만 중년 여성들의 투자 스타일에서 배울 것은 있다. 그들은 뉴스에 민감하지 않아 매매를 자주 하지 않았다. 이것은 기질보다는 투자 환경에 가깝다. 매일 같이 시황 뉴스를 읽고 공부하는 부지런함이 장기적인 투자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개별 악재에 일일이 매매로 대응하는 것은 장기 수익률 훼손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배울 점이다.

결국 투자의 승부는 무엇을 잘 아느냐보다, 자신의 행동을 얼마나 잘 통제하느냐에 달렸다.

경제학자라고 투자에 성공하는 게 아니다. 주식시장은 가장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인내심이 있는 투자자에게 복리라는 마법의 선물을 안기는 기묘한 곳이다. 오늘도 수많은 투자자들이 새로운 종목과 새로운 정보를 찾아 헤매지만, 어쩌면 우리가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은 더 많이 아는 기술이 아니라 쓸데없이 움직이지 않는 기술인지도 모르겠다.

2026. 7.16 라이프머니[Life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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