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면서 40조원을 받았다, 무엇을 할 것인가?

이혼하면서 40조원 상당의 주식을 재산분할로 받았다. 이 가운데 36조원을 기부해버렸다. 그런데도 38조원이 남았다?

2019년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이혼한 메킨지 스콧은 아마존 전체 지분의 약 4%, 당시 가치로 약 360억 달러를 받았다. 2019년 환율을 적용하면 원화로 약 40조원에 달했다.

단숨에 수십 조원의 자산을 지닌 재벌이 된 스콧은 이후 거침없는 기부에 나섰다. 2019년 이후 누적 기부액은 260억 달러, 약 36조원(최근 환율 1400원 적용)에 육박한다.

스콧의 재산분할을 두고 ‘세계 최고의 부자와 이혼해 40조원을 받은 전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메킨지 스콧은 아마존 창업 전 1993년 베이조스와 결혼했다. 그녀는 창업 초기부터 함께 한, 사실상 창업 멤버나 다름없기에 ‘전처’라는 두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오히려 메킨지 스콧의 사례가 주목 받는 이유는 대부분의 억만장자가 거액의 기부는 약속하지만, 스콧처럼 짧은 기간에 보유 자산의 대부분에 육박하는 막대한 금액을 실제 기부해버리는 사례는 드물어서다.


40조 자산가가 36조원을 기부할 수 있는가 

메킨지 스콧은 2700개 이상의 비영리단체에 기부를 실행했다. 특히 지난해, 2025년 한 해 동안 71억6600만 달러, 약 10조원을 기부했다.

그러니까 처음에 40조원을 받았는데, 누적 금액으로 36조원어치 즉 거의 원금의 90% 기부를 실행해버린 셈이다.

어마어마한 기부에도 아마존 주가가 크게 상승하며 스콧의 현재 순자산 규모는 여전히 275억 달러(약 38조원)로 추정된다. 아마존 주식의 무서운 상승세는 엄청나게 빠른 기부로 자산이 감소하는 부분을 대폭 상쇄해버렸다.

메킨지 스콧은 2019년 기부 서약(Giving Pledge)에 가입하면서 “금고가 빌 때까지 계속 기부하겠다”는 강한 표현을 썼고 실제로 실천에도 나섰다. 

스콧의 기부 방식은 미국의 다른 억만장자들과도 달랐는데 그는 비영리단체에 기부한 뒤 기부금의 용처를 스스로 결정하게 했다. 일반적으로 기부를 약속한 억만장자들은 재단을 만들어 자산을 굴리고, 사업을 선정하고, 기부를 천천히 실행하며 자신의 이름과 영향력을 남기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스콧은 기부금을 주면서 수혜 단체에 상당한 재량을 주는 방식을 취했다.

스콧의 이같은 통 큰 기부를 두고 일론 머스크는 기부금의 상당 부분이 인종·성별 형평성, 여성·소수자 지원, LGBTQ 권리 등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성격의 단체로 흘러가는 것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이에 머스크는 스콧을 지적하는 X의 게시글에 “Super rich ex-wives who hate their former spouse…”(전남편을 증오하는 슈퍼리치의 전처들)이라는 조롱하는 댓글을 달았다 나중에 삭제하기도 했다.

스콧은 이런 머스크의 비난과 도발에 응하지 않았다.


최고의 부자가 가장 치열하게 돈을 번다 

기자생활을 하는 동안 50억, 100억 자산가는 물론 수천억원대 자산가들도 꽤 만났다. 하지만 여의도에서 만난 거의 대부분의 부자는 ‘더 큰 부자’를 꿈꿨다.

일례로 펀드매니저 생활을 하며 주식 직접 투자를 거의 할 수 없었던 한 CEO는 펀드 투자만으로 100억원 가까운 자산을 모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꼈다. 사실 성공한 부자의 주변에는 더 큰 부자들이 득실거리고, 부자는 더 큰 부자만을 바라본다.

억만장자들이 이미 부자여도 더 큰 부자가 되려는 이유는 그들에게 돈이 더 이상 소비 수단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존재 가치의 증명, 사회적 영향력, 기업 지배력, 순위와 경쟁의 증거, 성취의 점수판 등등…이다.

1000억원 이상 순자산을 보유한 사람의 대다수는 기업가다. 여의도에는 물론 주식 투자만으로 수천억원대 자산을 일군 사람들도 있긴 하다. 그리고 순자산 1000억원이 있다는 뜻은 통장에 1000억 있다는 뜻은 아니다. 기업 가치가 그렇다는 의미다. 그래서 가끔씩 수천억원대 자산가인데도 자신이 가진 돈은 수십억원 정도라고 느끼는 대표님들도 있다. 오너들은 항상 자기보다 더 큰 기업, 더 큰 자산을 가진 오너와 자신을 비교한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돈이 가장 필요 없는 분들이 돈을 가장 치열하게 불리며 제일 열심히 일하는 현상이 생긴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평일은 물론, 주말까지 야근하며 밤 11시에도 회사에 머무는 오너들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메킨지 스콧은 세계 최고의 부자 중 한 사람이지만 ‘부의 한계’라는 선을 일찍 그어버린 독특한 케이스다. 40조원을 가졌으니 30조원을 기부한다는 생각, 실제로 40조원을 가진 부자에게 어려운 일이다. 이미 가진 것이 줄어든다는 불안감을 그들은 견딜 수 없다.


얼마면 충분한가? 

순자산이 1억원이었던 사람이 5억원, 10억원, 20억원이 되면 생활수준이 많이 달라진다. 원룸에 살던 사람이 투룸 빌라로, 24평 아파트로, 32평 아파트로 이사 가면서 삶의 질이 향상된다.

그런데 순자산이 100억원, 1000억원을 넘어가면 생활 수준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1조원, 10조원은 더 그렇다.

10조원을 보유한 부자는 자산 규모가 11조원으로 올라가도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사실 10조원으로도 이미 세상에 못할 일이 거의 없다. 10조원의 돈은 본인과 자녀들, 후대와 그 이후까지도 평생 누릴 수 있는 소비의 한계를 아득히 넘어선다. 40조원이 50조원, 100조원이 되는 것은 개인의 소비나 생활의 만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의미가 사라지는 것이다. 교육이든 취미든, 직업까지도 돈 때문에 제약 받을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스콧이 다른 억만장자들과 다른 점은 ‘충분함의 선’을 굉장히 일찍 그어버렸다는 사실인 것 같다. 돈 때문에 얻을 수 있는 만족이 한계 효용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남는 자산을 사회에, 그것도 여전히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환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버핏은 20년에 걸쳐 스콧보다 더 많은 돈을 기부했다. 다만 버핏은 기부금을 게이츠 재단에 맡겼고 돈의 운용도 전문 재단이 전략적으로 배분하게 했다. 자산을 기부하는 비중이나 속도에서는 스콧이 훨씬 빠르고, 기부금의 사용처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충분함’을 깨닫는 능력 

스콧의 사례를 통해 부자들에게 ‘기부의 미덕’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부자가 되는 능력과 부자로서 ‘충분하다’는 것을 깨닫는 능력이 다르다는 것이다.

인간은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고통과 권태 사이의 시계추처럼 흔들리는 인생을 산다. 욕망이 있는데 그것을 이루지 못하면 결핍과 고통을 느낀다. 그런데 막상 원하는 것을 얻으면 만족은 짧고 권태가 찾아온다. 권태를 이겨내려 새로운 것을 욕망하고, 또 다시 그 욕망을 향해 달려간다.

100억원 자산가는 1000억원을, 1000억원 자산가는 1조원을 갈망한다. 욕망의 기준에는 상한선이 없다. 빌라에 살면 아파트에 살고 싶고, 20평대는 30평대를 가고 싶고, 더 좋은 동네로 이사를 가고 싶다.

비단 억만장자, 초고액자산가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욕망의 힘으로 움직이는 자본주의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는 ‘충분하다’는 느낌을 아주 짧은 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느끼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메킨지 스콧의 선택은 기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스콧은 이미 자신의 기부 서약에서 자신에게 ‘나눌 수 있는 불균형할 정도로 많은 돈이 있다’고 밝혔다. 이미 돈이 충분하고, 넘치도록 많다는 감각을 분명히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늙어 죽을 때까지 기다리지도 않았다.

물론 혹자는 “나도 40조원 있으면 36조원 기부하겠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그 상황이 되면 그렇게 기부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스콧의 사례를 분석하다보니, 아주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최근 한국에도 생겼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SK하이닉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사례다. 지금 최 회장 측에서 금액 일부(2440억원)에 대한 재상고를 했지만 일단 재산분할 금액 7000억원은 받아들인 상태다.

물론 40조원과 9440억원은 다르다. 재산분할 받은 돈을 어떻게 쓸지는 온전히 그 사람의 선택의 자유에 달렸다.

그럼에도 앞으로 노 관장이 이 막대한 자산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투자를 할 수도 있고, 자녀에게 상속을 할 수도 있다. 자신의 전문 영역인 문화와 예술에 사용할 수도 있고 사회에 환원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노 관장의 돈에 대한 가치관을 보여줄 것이다.

과연 노소영 관장은 분할 받은 재산을 어디에, 어떻게 쓸까?

그리고 우리의 인생은 얼마면 충분할까.

2026.9.10 라이프머니[Life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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