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그리고 마이크론 주가에 대한 치열한 고점 논쟁이 한창이다.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은 투자자라면 이들이 어쨌든 사이클이 있는 메모리 주식이고, 언젠가 고점을 치고 폭락하고 말 거라는 공포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최근 마이크론 실적 발표를 전후해 삼전닉스와 마이크론 주가가 또 요동치며 롤러코스터를 타는 중이다. 당시 나는 푸에르토리코에서 휴가 중이었기에 선 베드에 누워 캐리비안 바다와 폭락하는 주가를 동시에 바라보다 별다른 대응은 하지 않았다.
마이크론 실적 발표 전 한국 증시가 폭락했지만 3분기 실적은 반드시 서프라이즈일거라 생각했다. 다만 깜짝 실적을 발표한다고 이후 주가 강세가 이어질 수는 없다고 봤다. 상반기에 주가가 너무 올랐고, 그런 이례적인 강세는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를수록 고점 논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언제 팔아야 하는가?”, “지금이 고점인가?” 주가의 고점은 오직 그것이 지나고 난 다음에만 알 수 있기에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논쟁의 한복판에서 우리가 진짜로 감당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봤다.
역대급 실적 거둔 마이크론…월가 줄줄이 목표가 상향
푸에르토리코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JFK 공항에 오후 5시에 내렸을 때 휴대폰을 열어 확인한 마이크론의 3분기 실적은,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3분기 매출은 414억 달러로 월가 전망치를 약 56억 달러 웃돌았다. EPS(주당순이익)는 25.11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 평균(컨센서스)가 20.49달러였는데 기대치를 껑충 상회하며 25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HBM3E와 HBM4는 2027년까지 완판이고 16개 고객사와 2030년까지 장기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실적 발표 직후 시간 외 주가는 15% 급등했다. 이후에는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주가는 다시 변동성 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월가에서는 애널리스트들의 목표가 상향이 쏟아졌다.
바클레이즈는 목표가를 1175달러에서 2000달러로 70% 상향 조정했다. 독립계 퀀트 금융회사인 서스케하나(Susquehanna)도 목표가를 1750달러에서 2000달러로 올렸다. 뉴욕 기반 독립계 금융사인 캔터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도 목표가를 1500달러에서 2000달러로 올렸다.
목표가 2000달러를 제시한 증권사가 3곳이 된 것이다.
JP모간 또한 기존 550달러에서 1540달러로 목표가를 껑충 올렸다. 골드만삭스도 900달러에서 1100달러로 올렸다. 골드만삭스는 목표가는 올리되 밸류에이션이 5년 평균 대비 30% 프리미엄 수준이고, 2028년까지 공급 증가 리스크가 있다는 보수적 견해로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했다.
2000달러 목표가를 믿고 계속 투자할 수 있는가
현재 마이크론을 커버하는 43개 증권사의 목표가 평균은 1410달러까지 올라왔다. 투자의견 매도(SELL)는 지금으로선 1건도 없다. 골드만삭스만 중립 의견을 낸 상황이다.
목표가 상향 자체는 매우 화려하지만 맞을 거란 보장은 없다. 애널리스트들은 틀려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리포트 맨 앞에는 항상 면책 조항이 있다. 오히려 주가가 오르는 강세장에서 목표가를 낮게 잡으면 보수적이라는 이유로 욕을 먹을 수 있다.
닷컴버블 때는 어땠을까. 닷컴버블 때 시스코 주가는 1995년 1월 2달러에서 2000년 3월 79달러로 3800% 상승했다. 그리고 2000년 3월27일 시스코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된다.
PER은 165배, 시총 4500억 달러였다. 외신 보도를 통해 추적해보면 당시 애널리스트 목표가는 75~85달러를 넘나들었다. 하지만 이후 버블이 꺼지자 시스코 주가는 79달러에서 9.5달러까지 88% 폭락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후 시스코 매출은 2000년 190억 달러, 2001년 220억 달러로 꾸준히 늘었는데 밸류에이션이 무너지자 주가는 회복하지 못했다.
당시 고점에 시스코 주식을 사서 팔지 않은 투자자가 있다면, 25년이 지난 2025년 12월에야 본전을 회복했을 것이다.
즉 애널리스트 목표가가 투자 판단의 참고가 될 수는 있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겠다. 마이크론 목표가가 2000달러로 올라갔다면, 2000달러의 논리적 근거를 읽고 이해한 뒤 ‘이번 메모리 사이클은 정말 다른가’라는 질문에 투자자가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메모리, “이번에는 다르다”는 격렬한 논쟁
주식시장에서 “이번에는 다르다”는 말처럼 큰 대가를 치른 말이 없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메모리 반도체가 주도주가 된 이번 강세장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고 있다. 언젠가 반드시 폭락하고 말 것이라고. 모두가 기억하는 과거의 메모리 반도체 주식은 공급 과잉-가격 하락이 발생하는 순간 처참하게 하락하곤 했다.
물론 이번 메모리 사이클은 과거와 구조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AI 시대가 열리면서 HBM과 같은 고성능 메모리는 단순한 범용 D램이 아니라 GPU와 더불어 핵심 부품이 됐다. 마이크론이 16개 고객사와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과거처럼 스팟 가격에만 의존하던 사업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메모리 업체들이 ‘장기 계약 기반 공급자’로 조금씩 변하는 점은 시장이 다시 평가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사이클이 사라졌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높은 수익률은 결국 새로운 공급을 부른다. 메모리가 비싸다면 공급이 늘고 경쟁자는 새로운 기술로 만든 제품을 들고 나올 것이다. AI 수요도 언젠가 예상보다 둔화될 것이고 공급 부족도 완화될 수 있다. 메모리 산업의 주기성, 즉 변동성이 사라졌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결국 메모리 반도체 고점 논쟁의 양측을 가만히 살펴보면 메모리 강세론자의 논리와 메모리 주기론자의 주장은 모두 틀리지 않다. 각자 나름의 근거가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어떤 논리에 돈을 걸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AI 혁명을 믿고 메모리 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베팅하는 건지, 아니면 남들이 사니까 그냥 따라 산건지를 알아야 한다. 업황과 기업의 변화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투자하는 것과 그냥 투자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완벽한 매도 타이밍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가장 어려운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지금이 고점인가? 아무도 모른다.
정답이 없는 뜨거운 고점 논쟁의 한가운데서 다른 질문을 던져본다.
이미 충분한 수익을 냈는가?
애초에 무엇을 믿고 주식을 샀으며, 보유했는가?
그리고 앞으로의 기대수익률은 위험을 감수할 만큼 충분한가?
현실적으로 다양한 상황을 따져보자.
첫째,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 수백프로 수익이 난 투자자라면 이제부터는 언제든 적절한 차익실현 시점일 수 있다. 충분한 수익을 거둔 상태라면 이익을 확정하는 것 또한 투자의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쉽게 팔지 못하는 이유는 욕심 때문이다. ‘팔고나서 더 오르면 어쩌지’라는 기대와 두려움이 있어서다. 이미 큰 수익을 얻었는데도 더 많은 이익을 바라다 결국 적절한 매도 시기를 놓치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하다.
주식시장에서 ‘익절은 항상 옳다’라는 말이 있다. 이익이 나서 매도하는 건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투자에서 모든 상승 구간을 다 먹겠다는 생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다.
둘째, 최근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매수했는데 흔들리는 주가에 불안한 투자자라면 먼저 스스로에게 질문해봐야 한다. 어떤 근거와 확신을 가지고 주가가 많이 오른 이 기업에 투자했는가. 업황과 기업의 미래를 확신했다면 단기 변동성에 흔들릴 이유는 없다.
반대로 특별한 근거 없이 잘 모르지만 주식을 매수했다면? 그 또한 투자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 주식을 계속 보유할 생각이라면, 이번 메모리 사이클이 과거와 다르다는 자신만의 근거와 확신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제부터 메모리 주식 투자가 진짜 어려운 구간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세번째, 앞으로도 기대수익률이 100% 이상인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최근 샀는데 기대수익률이 높다면 실망할 수 있다. 두 종목은 저점 대비 7배, 10배 넘게 오른 주식인데 여기서부터 같은 수익률을 추가로 기록하기는 쉽지 않을 확률이 높다.
솔직히 누구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주가의 고점은 알지 못한다. 가파른 주가 상승 구간은 이미 지났고, 폭락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도 오르긴 오르되 엔비디아처럼 주가가 오르되 상승 속도가 늦춰질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주가가 폭락하기 전 고점에 팔고 나오겠다’는 기대는 접는 것이 좋다. 워런 버핏도 못하는 일인데 우리가 할 수 있을 리 없다.
메모리 반도체 고점이 어디일까에 대한 치열한 논쟁과 질문 속에는 결국 “고점에 팔고 싶다”는 투자자의 욕망이 숨어있다.
우리는 모두 고점에 팔고 싶다. 하지만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고점에 매도해서 최고의 수익률을 거두는 게 아니라 반복되는 게임에서 살아남는 게 아닐까.
시장은 누구에게도 완벽한 매도 타이밍을 선물하지 않는다. 하지만 살아남은 투자자에게는 반드시 다음 기회를 주곤 했다.
2026. 6. 30 LifeMoney[라이프머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