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드만삭스가 폭락장에서 코스피 7000을 외친 이유
골드만삭스가 지난 3월 한국 증시 폭락 당시 이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란 전쟁 이슈로 코스피가 6300에서 5000포인트까지 주르륵 밀리던 그 시점이었다.
전쟁 위기에 유가는 폭등하고 글로벌 증시에 비관론이 팽배했다. 코스피가 단박에 20% 밀린 상황에서 골드만삭스는 “한국 증시는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홈페이지에 공개적으로 올렸다. 나는 특히 이 전망이 3월 중순 폭락장의 한복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비관론이 쏟아지던 시기, 자신감 있는 낙관론을 공개해서다.
3월 골드만삭스의 한국 증시 강세론과 1월에 나왔던 전망을 함께 정리했다. 아울러 개인적인 생각과 분석도 곁들였다.
폭락장 한복판에서 나온 강세론
“보통 증시가 20% 하락하면 약세장 진입 신호로 간주되지만, 우리는 이번 하락을 지난 1년간 예외적으로 기록한 강한 상승장의 맥락에서 보고 싶다.”
티모시 모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수석 전략가는 “이번 조정이 일정 기간의 횡보 후 새로운 고점 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하락”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골드만삭스는 올해(2026년) 말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6400에서 7000으로 상향 수정했다.
골드만삭스의 강세론 근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코스피는 과거 지정학적 리스크 급등에 따른 급락 후 3·6·9개월 뒤 양호한 회복세를 보였다. 올해 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순이익 증가로 한국 기업 전체 이익이 급증할 것이며, 밸류에이션도 여전히 매력적인 수준이다. 코스피 5500포인트 기준 12개월 선행 PER 8.8배, 24개월 PER은 7.8배에 그친다.
“우리는 시장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럽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가 장기화된 강세 사이클에 있다는 우리의 분석에 기반한 전망이다.”
반도체 외에도 로보틱스, 전력 설비, 원자력 등 AI 관련 한국 기업들과 방위산업, 조선업종도 미국의 재산업화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여기에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 개혁 진전도 주주환원 개선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월 전망: AI 다음은 지배구조 개혁이 이끄는 2차 상승
앞서 1월에도 골드만삭스는 코스피200 지수가 전년도에 95% 급등했음에도 상승세가 계속된다는 전망을 내놨다.
당시 투자자들의 의문은 하나였다. 지금의 상승이 AI·반도체에 집중된 강세장인데, 다른 업종까지 구조적으로 확장 가능한가.
골드만삭스의 답은 “그렇다”였다. 핵심 논리는 이렇다.
한국 기업들은 기업가치를 높일 ‘동기’와 ‘수단’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장기간 글로벌 대비 낮은 평가를 받아온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주가를 높이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필요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기업 지배구조 개선 유도 정책이 결합되면서 기업이 실제로 행동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비교 대상은 일본이다. 2020년 일본에서 정책 차원의 변화가 기업의 반응을 이끌어내 강력한 랠리로 이어진 흐름과 유사하다고 봤다. 최근 한국 주식의 급등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의 70%가 PBR 1배 미만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본 기업 45% 미만, 미국 기업 5% 미만과 비교되는 수치다. 외국인 및 국내 기관 투자자 모두 보유 비중이 낮은 상태로, 활용 가능한 대기 자금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골드만삭스는 지금까지의 한국 증시 상승이 AI와 반도체 중심의 ‘1차 상승’이었다면, 앞으로는 지배구조 개선과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이끄는 ‘2차 상승’이 올해 펼쳐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 전망의 약점, 그리고 내 생각
물론 이 전망에는 약점이 있다.
골드만삭스의 가정은 한국 기업이 개혁을 통해 밸류에이션을 높일 동기와 수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상법 개정안을 3차까지 통과시켰지만, 여전히 너무나 많은 한국 기업이 의도적으로 주가를 누르고 있으며 주가 부양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
따라서 한국 증시의 상승 경로는 수직선이 아닌 지그재그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일부 기업만 주주환원에 응하면서 재평가되고, 대다수 특히 정부 영향권에서 벗어난 스몰캡 기업은 과거 수준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경기 부진과 AI 산업 사이클 둔화도 변수다.
그럼에도 이미 2배 오른 코스피의 추가 상승을 쉽게 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글로벌 IB 골드만삭스의 강세 전망은 의미가 크다. 외국계 하우스의 이 같은 입장은 결국 전 세계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식 세일즈로 이어지고, 이는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수급으로 연결될 수 있다.
한국 상장기업의 지배구조 개혁 과제는 이제 시작이다. 만약 정말로 가능하다면 코스피는 폭발적인 재평가가 가능하다. 일본 증시는 저PBR 혁명 이후 지수가 4배 올랐다. 같은 맥락에서 코스피 1만 포인트도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글로벌 AI 혁명의 바람이 한국 증시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지배구조 개혁은 코스피 사상 최고가를 뚫어낼 폭발적 촉매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