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비관론→4월 낙관론…당신은 팔았나요, 버텼나요

0efce365 955a 44bd a4d7 7ce4df57811f모두가 주가폭락의 범인 찾기에 혈안이 되어 두리번거린지 겨우 한 달. 비관론이 낙관론으로 뒤집어졌다. 미국 증시는 공포를 비웃듯 신기록을 경신하며 사상 최고가 행진에 나섰고, 코스피도 다시 6000포인트를 돌파하며 안도 랠리를 시작했다.

4월 17일 나스닥이 13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장을 마쳤다. 1992년 1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33년 만의 기록이다.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S&P500지수도 사상 처음으로 7100선을 넘어서며 강세 마감했다.

3월 중순에는 이란 전쟁으로 시장에 ‘비관론’이 팽배했는데, 겨우 한 달 만에 낙관론으로 뒤집힌 것이다.

왜 갑자기 낙관론이 퍼진 걸까?

낙관이 확산됐다기보다는 공포가 빠르게 사라진 것으로 봐야 한다. 사실 많은 전문가들이 늘 이야기하듯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대부분 단기적이다. 오일 쇼크를 연상시켰던 공포가 빠르게 진정되자 시장은 기다렸다는 듯 다시 오른다.


한 달 전으로 돌아가보자. ‘이란 전쟁,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유가 급등, 인플레 재점화, 금리 인상 백지화’ 이런 단어들이 시장을 가득 채웠다. 투자자들은 이어지는 악재 시나리오를 예상하며 공포에 질려 주식을 투매했고, 전세계 증시가 하락했다. 지난해 급등한 한국 증시는 3거래일 만에 20% 폭락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 시나리오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전부 ‘그럴 수 있다’는 가정이었다는 것. 확정된 재앙, 악재가 아니라 ‘가능성의 공포’다.

그리고 17일 이란 외무장관은 X(트위터)에 한 줄을 올렸다. “레바논 휴전 상황을 반영해 남은 휴전 기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상선의 항해를 전면 허용한다” 이 소식에 유가가 급락했다. WTI는 11.5%, 브렌트유는 9.1% 내려가며 공포는 빠르게 진정됐다.

투자자들이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건 아니다. 공포의 가정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지기 시작했을 뿐이다.

호르무즈가 열리자 유가가 11% 빠진다. 유가가 빠지자 인플레 재점화 시나리오가 흔들린다. 그 시나리오가 흔들리자 연준 긴축 우려도 함께 희석됐다. 시장이 반영했던 공포는 사실 하나의 덩어리였다. 실마리 하나가 풀리자 전부 같이 풀렸다.

그리고 결론은? 나스닥 13일 연속 상승에 미 증시 사상 최고가 랠리 재개다. 대기 중이던 매수 자금이 “이제 들어가도 된다”는 신호를 읽자마자,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유입됐다.


짧은 폭락장 이후에 이어진 가파른 반등장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건, 시장에서 늘 같은 방식으로 나타나는 인간의 심리다.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 인간의 해석이 달라진다. 하락할 때는 하락의 이유를 찾고, 상승할 때는 상승을 정당화할 근거를 찾는다. 하락이 계속되면 공포를 부추기는 말이 난무하고, 상승이 계속되면 확신이 만들어진다.

이번에도 나스닥이 13일 연속 오르자 이제 “AI 기업 실적이 탄탄하다”, “금리 인하 기대가 살아났다” 분석이 나온다.

강세장일 때 ‘공포’를 이야기하지 않는 것처럼 폭락장에서도 ‘단기 회복’을 얘기하지 않는다. 인간이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주가를 보고 상황을 해석하기 때문이다. 즉 같은 뉴스라도 가격이 오르면 호재가 되고, 가격이 내리면 악재가 된다. 사람들은 객관적으로 현실을 읽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움직인 가격에 맞춰 서사를 재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폭락장에서 이미 주식을 팔아버렸다면 어쩔 수 없고, 안 팔았다면 버틴 게 전략이 된다. 다음번 폭락장이 오면 또 같은 질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시장은 매번 다른 얼굴로 같은 문제를 내곤 한다.

중요한 것은 결국 흔들리는 시장 속에서 ‘내가 투자하고 있는 기업의 펀더멘탈에 달라진 것이 있는가’일 것이다. 가격은 매일 산책 나온 강아지처럼 뛰어놀지만, 기업의 본질은 별로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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