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주식시장에서 바보가 되는가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유명한 아이작 뉴턴은 당대 최고의 천재로 꼽혔다. 그는 우주의 움직임을 수학으로 설명했으며 미적분과 광학에도 결정적 업적을 남긴 18세기 초 유럽 최고의 지성이었다.

1720년 봄, 뉴턴은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 주식을 100% 수익률에 팔았다. 그는 영국 왕립조폐국의 조폐국장으로 화폐 위조범까지 잡아내던 실력으로 깔끔한 매도를 실행했고 상당한 이익을 냈다.

하지만 매도 후 남해회사 주가가 계속 올랐다. 1720년 초 100파운드대였던 주가는 300, 500, 700파운드를 넘어 1000파운드에 육박했다.

주위에서 남해회사로 돈을 더 벌자 뉴턴은 이른 매도를 후회했다. 주가 상승을 지켜만 보던 그는 결국 그 해 여름, 자신의 판단을 뒤집고 훨씬 높은 가격에 남해회사 주식을 다시 샀다.

가을이 되자 버블이 터졌다. 1000파운드에 달했던 주가는 120파운드로 폭락했다. 뉴턴이 잃어버린 돈은 당시 약 2만 파운드로 알려져 있다. 지금 가치로 수 백억 원에 달하는 거액이었다.

뉴턴은 탄식했다.

“천체의 움직임을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구나!”


천재도 피할 수 없는 ‘모욕감’을 안기는 시장  

2025년 6월 2일, SK하이닉스 주가는 20만3000원이었다. AI 필수재인 GPU에 메모리 반도체가 대량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주가 상승이 시작된다. 주가는 50만원, 80만원을 순차적으로 돌파했고 2026년 4월 100만원을 넘어선다.

100만원을 돌파한 주가는 파죽지세로 200만원을 넘어섰고, 6월에는 298만7000원의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다. 20만원일 때, 50만원일 때 심지어 100만원일 때도 SK하이닉스를 거들떠보지 않았던 개미 투자자들은 200만원, 250만원, 280만원에 주식을 거침없이 매수하고 나섰다.

20만원일 때는 팔았는데, 200만원에는 매수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주식투자의 기본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투자자라면 모두 이 상식을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비싸게 사서 싸게 판다.

인간은 왜 뻔히 알면서 같은 실수를 할까. 머리를 한 대 쳐보지만 소용이 없다. 뉴턴 같은 희대의 천재도 어쩔 수 없는 곳, 그런 곳이 주식시장이다.

1994년 설립된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의 파트너 명단은 금융공학의 어벤저스나 다름없었다.

옵션 가격결정 모형으로 199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머튼과 마이런 숄즈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살로몬브라더스의 전설적인 채권 트레이더들과 연방준비제도 부의장 출신까지 합류했다. 이들은 초기 몇 년 동안 연 40% 내외라는 기록적인 수익률을 냈다.

1998년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금융 모형에 따르면 이런 일은 수만 년에 한 번 일어날 것으로 예상됐던 일이다. 그런데 희박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자기자본의 25배 넘는 레버리지를 쓰던 LTCM은 넉 달 만에 46억 달러를 잃었다. 글로벌 금융시스템 전체가 흔들리는 것을 우려한 연준이 월가의 은행들을 모아 구제에 나섰다. 머튼과 숄즈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것이 1997년인데, 바로 이듬해에 일어난 일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천재도 여지없이 틀린다. 심지어 천재성은 리스크의 크기를 키웠다. 강한 확신은 강한 베팅으로 이어졌고, 강한 베팅은 치명상을 낳았다. 시장에서는 많이 공부한다고 투자를 잘 하는 게 아니다. 천재도 여지없이 무너지고, 강한 확신으로 인해 더 크게 무너지곤 했다.

증권 기자로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서 일하며 일확천금을 노리다 한 방에 깡통을 차거나, 오랜 시간에 걸쳐 수 천 억원 대 부자가 된 사람도 보았다. ‘하늘이 내리는 부자’는 몇 년에 한 명 꼴로 나왔지만 깡통을 차는 사람은 매년 수 백명씩 등장했다.

누가 봐도 천재나 다름 없는 펀드매니저가, 확신에 차 매수한 종목이 오르기는커녕 내릴 때도 자주 있었다. 사실 나는 한국의 펀드매니저들을 굉장히 존경하기 때문에 그들의 확신이 무너지는 순간 만큼은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 기라성 같은 천재가 등장해 수백억원을 벌며 자신감에 차 베팅을 하면, 어김없이 시장이 나타나 그에게 모욕감을 주곤 했다. 내부에서 깊이 들여다보며 관찰한 시장은 정말로 위대한 모욕자(The market is a great humiliator) 그 자체다.

‘주식시장에서 우리는 왜 바보가 되는가’

인간의 욕망이 한데 뒤얽혀 거대한 투자 실패의 바벨탑을 쌓아 올리는 이 주식시장에서 내가 끝까지 던지게 되는 질문은 이것이다. 이 것은 나 자신에게도 자주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천재가 아니어도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 

한 시대를 대표했던 수많은 경제학자들, 그들은 문자 그대로 경제학 박사지만 주식투자 수익률은 대부분 신통치 못했다. 하지만 예외로 알려진 유명한 사례가 바로 20세기 최고의 경제학자로 꼽히는 존 메이나드 케인스다.

젊은 시절 케인스는 자기 자신의 명석함을 믿고 투자했다. 거시경제를 읽고 환율과 원자재를 매매했다. 경제학자인 케인스가 제일 잘 알고, 제일 잘 할 수 밖에 없다고 믿었던 방식이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케인스는 1920년대 초 거의 전 재산을 날렸다. 1929년에 또 한 번 큰 손실을 냈다. 경제를 분석하는 것과, 주식 투자의 타이밍을 맞추는 일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흥미롭게도 케인스는 두 번의 실패 후 전략을 바꿨다. 자신의 최대 강점을 버렸다. 거시경제 예측을 포기하고 잘 아는 소수 기업의 주식을 사서 시장이 아무리 요동쳐도 팔지 않고 보유한 것이다.

케인스가 운용한 킹스칼리지 기금은 대공황과 전쟁을 관통하던 시대의 어마어마한 변동성을 이겨내고 시장을 압도하는 성과를 냈다. 천재성을 발휘한 게 아니라 천재성을 봉인함으로써, 자신의 재능을 묶어버림으로써 시장을 이겼다.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은 천재는, 천재성에 정반대되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세이렌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 위하여

주식에 처음 입문한 초보 투자자는 차트를 공부하거나,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전자공시에 들어가 사업보고서를 읽기 시작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실전 투자에 임하다보면 이런 공부보다도 훨씬 중요한 다른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그 ‘다른 것’은 거울이다. 자기 자신을 볼 수 있는 거울.

폭락장에서 떨리는 손으로 매도 버튼을 누르려는 모습, 친구가 하이닉스로 1억을 벌었다는 소식에 배가 아파서 250만원에 주식을 사는 모습, 매일 오르는 주가에 하루에도 수 차례 계좌를 열어 수익률을 확인하며 가슴이 웅장해지는 모습…

문제는 그 순간 우리 대부분이 자기 얼굴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거울에 비친 지금의 나를 보는 일, 그것은 알아차림이다.

‘알아차림’은 내 안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생각, 감정, 욕망과 나를 동일시하지 않고 바라보는 것이다. 시장에서 두려움을 느낄 때, ‘내가 두려움을 느끼는구나’를 인지하고 두려움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게 차단하는 것이다. 그 찰나의 인식이 있어야 탐욕에 사로잡힌 매수를 막고, 공포에 질린 매도를 막을 수 있다.

주식시장은 인간을 유혹하는 바다의 세이렌처럼 노래를 부른다. 우리는 모두 거기에 홀려 주식을 비싸게 사고 싸게 팔고 만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계좌가 망가져 있다.

오디세우스도 세이렌의 노래를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 노래를 들은 뱃사람은 모두 바다에 뛰어들어 죽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부하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고, 자신의 몸을 돛대에 묶게 한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풀어 달라고 애원해도 절대 풀어주지 말라고 명했다. 노래가 시작되면 자신이 어떻게 변할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이렌처럼 개미를 유혹하는 시장에서 투자에 가장 중요한 것은 천재성이 아니라 오디세우스의 구속이다. 지난해 미국에는 백만장자(금융자산 14억원 이상) 수가 급증했다. 그런데 백만장자에 합류한 대다수는 401K 은퇴계좌에 S&P500 ETF 같은 단순한 상품을 꾸준히 적립한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시장의 변동성에 휩쓸리지 않고 주식을 적립했을 뿐이다. 노래가 시작되기 전 원칙을 정하고 밧줄로 묶은 뒤 기계적으로 매수를 반복했다.

뉴턴은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내면의 광기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나의 의지를 미리 묶어버릴 수도 있다.

어쩌면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 사람, 그리고 어쩌다 한 번씩 나오는 ‘하늘이 내리는 부자’는 그런 사람 아닐까. 자신이 가장 똑똑하다고 믿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언제든 어리석을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사람.

시장에 몸 담고 있는 한, 이 무서운 ‘시장의 신’은 앞으로도 수 없이 우리를 시험할 것이다. 폭락장에서는 세상이 끝난 것처럼 공포를 주고 폭등장에서는 지금 올라타지 않으면 영원히 가난해질 것처럼 유혹할 것이다.

폭락하는 증시의 한복판에서는 개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시장도, 주가도, 다른 투자자들의 투매도 통제할 수 없다.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나 자신 뿐이다.

이것을 알고 임하는 투자자만이 시장의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 평범한 사람에게 아주 가끔씩만 열리는 부의 좁은 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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