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삼천당제약이 하한가를 맞았다. ‘먹는 위고비’ 제네릭을 개발한다며 주가가 폭등해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된 삼천당제약은 최근 5개월 만에 5배 가까이 급등한 제약바이오 주식이다.
삼천당제약은 이날 공식 홈페이지에 공지사항을 하나 올렸다.
“특정 블로거가 ‘작전주, 대놓고 주가조작’이라는 사실무근의 글로 시장을 혼동케 하고 있으며, 회사는 이 블로거에 대해 명예훼손, 업무 방해 등으로 고발할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회사 측은 블로거의 글이 시장 혼란을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블로거K라고 불리는 이 블로거는 구독자 604명짜리 개인이다. 회사 측은 iM증권 애널리스트에게도 날을 세웠다. 해당 애널리스트가 언론사의 취재 요청에 “제네릭 등록을 위해서는 추가 인체 생물학적동등성 입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에 대해 “사실 확인 없이 글을 배포했을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몇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일개 개인에 불과한 블로거가 삼천당제약에 대해 ‘작전주’라고 했다고 해서, 코스닥 시총 1위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할 수 있는가?
하한가를 기록했다면 시장이 해당 블로거의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는 뜻인데, 애널리스트도 아닌 블로거인데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아무개 블로거가 예를 들어 직전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알테오젠을 ‘작전주’라고 했다고 알테오젠이 하한가를 갈 수 있는가?
그리고 알테오젠이 그를 고소하겠다고 할까?
그런데 시장에서는 왜 그 의혹을 받아들여 주가가 수직 하락했을까?
대부분의 경우 일개 블로거의 주장은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리고 회사의 사업에 대해 악의적인 발언을 했다 해도 통상 회사 측은 대응하지 않거나, 해명하는 정도에 그친다. 즉 고소하지 않는다.
기업이 어떤 불리한 기사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할 때는 진실에 대한 반박이 아니라 입막음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개인은 기업을 상대로 싸우기에는 역부족이며, 입막음은 적어도 초기에는 효과가 있다.
법학자들은 이를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라고 부른다. 법정에서의 승패와 무관하게 “고발한다”는 말 한마디가 개인과 커뮤니티를 침묵시키는 것이다.
블로거 K씨가 제기한 내용의 핵심은 이것이다. 삼천당제약이 과거에도 비슷한 패턴을 반복했다는 것. 무채혈 혈당측정기, 코로나 백신 3000억 계약, 경구용 인슐린 2000억 계약, 일본 비만치료제 4조 계약, 유럽 비만치료제 5조3000억 계약. 화려한 공시가 나올 때마다 주가는 치솟았고, 실제 매출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었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공개된 공시 기록에 근거한 비판이다. 공시와 공개 자료에 근거한 문제 제기는 공익적 성격을 가질 여지가 크다.
물론 블로거가 쓴 “200% 작전주”라는 표현은 법적으로 취약한 표현이긴 하다. 주가조작은 자본시장법상 형사 범죄인데, 수사기관의 판단 없이 이를 단정 짓는데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
애널리스트 또한 취재에 응해 자신의 전문가 의견을 말했다. iM증권 측은 “별도의 자료를 배포한 것이 아니라 질문에 응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터뷰에서 전문가가 의견을 밝히는 것은 언론의 자유에 해당된다. 금융 전문가가 상장기업에 대해 의견을 말할 수 없단 말인가?
삼천당제약이 지금 개발 중이라고 밝힌 것은 1)경구용 인슐린과 일명 2)’먹는 위고비’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제네릭이다.
경구용 인슐린은 세계 어느 제약사도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비만약 시장에 대해서만 논해보겠다.
삼천당제약은 개발중인 제네릭이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리벨서스 성분을 제형 특허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복제한 약이라고 한다. 회사는 이 제형 특허 회피 덕분에 “경쟁사보다 최소 5년 이상 시장에 먼저 진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장은 그 스토리에 열광했고, 주가는 폭등했다.
그런데 세계 다이어트약 시장을 석권한 두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 즉 원조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주인이 ‘먹는 위고비’를 출시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2025년 12월 FDA 승인을 받고, 2026년 1월부터 이미 미국 전역 7만개 약국에서 ‘먹는 위고비'(위고비 필)를 월149달러에 팔고 있다.
마운자로로 위고비를 눌러버린 릴리는 더 강력한 것을 준비 중이다. (마운자로는 위고비보다 효과가 더 좋았다. 환자들은 마운자로를 원했고 이 때문에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현재 고점대비 크게 빠진 상태다)
릴리는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경구용 GLP-1을 들고 FDA(미국 식품의약국) 문턱에 와 있다. 세마글루타이드 제네릭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아예 다른 분자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약은 세마글루타이드와 달리 하루 중 언제든 음식 제약 없이 먹을 수 있다. 리벨서스(먹는 위고비)처럼 공복에 최소량의 물로만 복용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다.
FDA 우선심사 바우처까지 받아 이르면 올해 2분기 당국의 결정을 기다린다. 릴리는 이미 $15억어치 출시 전 재고를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승인 즉시 공급 부족 없이 시장에 깔겠다는 뜻이다.
릴리의 오포글리프론은 먹는 위고비 시장을 다 잡아먹을 무서운 게임 체인저로 예상된다. 같은 메가파마인 노보노디스크도 힘겨울텐데, 언제 출시될 지 모르는 제네릭들이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있을까?
이것은 제약 제네릭 비즈니스의 숙명이다. 제네릭 업체가 복제약을 시장에 내놓을 때쯤, 오리지널 제약사가 더 강한 다음 세대를 완성해두는 것이다. 지옥 같은 가격 경쟁과 출시 시점, 규제 변수를 다 이겨내는 제네릭만 겨우 살아남는다.
참고로 일라이 릴리와 노보노디스크는 수백조원 규모 글로벌 메가파마다. 공룡들의 전쟁에 작은 제약 제네릭 회사가 “시장의 파이를 조금만 먹는다”는 ‘빅마켓’ 논리는 그럴 듯하다. 하지만 그 조금의 틈도 허락되지 않는 것이 실제 의약품의 세계다.
심지어 릴리는 세마글루타이드보다 강한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도 임상 중이다. GLP-1·GIP·글루카곤 삼중 작용제로, 임상에서 체중 감량 24% 수준이 나왔다. 어떤 회사의 제네릭이 시장에 나올 때쯤 세상이 이미 다음 챕터로 넘어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회사의 오너 일가의 지분 관련 공시를 보자.
작년 7월24일 윤대인 삼천당제약 회장은 삼천당제약 대표이사 전인석·장녀 윤은화에게 각각 80만주씩 총 160만주를 증여했다. 당시 주가는 22만5500원 수준.
전인석 대표이사는 당시 수증을 통해 삼천당제약 주식을 처음으로 소유하게 됐으며, 80만주 보유에 따라 보유 지분율은 3.41%가 됐다. 전 대표는 회장 장녀 윤은화씨의 남편이다.
그리고 지난 3월24일,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는 약 2500억원 규모 지분 매각 계획을 공시했다. 목적은 “증여세 연부연납과 양도소득세 재원 확보”였다. 예상 처분단가는 94만1000원. 그로부터 며칠 뒤 미국 파트너사와의 대형 계약 공시가 나왔다.
주가가 연초 대비 5배 올라 지분 가치가 폭등했을 때, 증여세 재원 마련을 위해 오너 일가가 주식을 현금화했다. 전 대표의 납부세액은 약 800~1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며, 배우자를 포함한 가족 전체 기준으로는 그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이는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추정치로 실제 세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한편 이 회사는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D등급(가장 낮은 등급)을 받기도 했다.
여러 잡음에도 주가는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코스닥 바이오주는 꿈을 먹고 자란다. 그리고 바이오주 특성상 임상이 성공할 거라는 강한 믿음을 지닌 강성 주주가 포진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한가에도 삼천당제약 주가는 연초대비 여전히 3배 이상 오른 상태다. 스토리는 여전히 살아있고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이런 구조에서 바이오 주가가 버티고, 출렁이면서 다시 오르기도 한다.
진짜 임상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투자자도, 회사도, 애널리스트도. 그리고 그 불확실성 속에서 사람들은 희망에 돈을 건다. 그 희망을 부정하는 블로거에게 회사가 ‘법적대응’하는 동안에도.
그러니 희망을 걸고 투자하는 투자자라면, 꼭 여유 자금으로 투자하자. 이것이 현실적으로 해줄 수 있는 조언 아닐까.
코스닥 1위 기업이 구독자 604명짜리 블로거를 공개 압박한 날. 그 블로거는 물러서지 않았다. “신고한다면 끝까지 가보겠다”고 맞받아쳤다.
최근 한화솔루션은 대규모 유상증자를 했고, 주주들은 ‘쓰레기 주식’이라며 욕했다. 한화솔루션은 ‘화나솔루션’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한화 측이 한화솔루션을 비판하는 글을 쓴 사람들에게 ‘법적 대응’을 예고했던가.
시장이 건강하려면 누구나 자유롭게 기업에 대한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불편한 말을 할 수 있어야 민주적인 시장이다.
애널리스트는 부정적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하고, 블로거도 의혹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하고, 기자들도 비판 기사를 쓸 수 있어야 한다. 또 대한민국 법원은 공적 관심사에 대한 비판적 논평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왔다.
그 목소리들이 법적 대응 앞에 침묵을 선택할 때, 손해를 보는 건 회사가 아니라 그 주식을 사려는 개인들이다.
의심이 사라진 시장은, 언제나 가장 위험한 시장이었다.
*삼천당제약이 블로거에 법적 대응을 예고한 이후, 인터넷에서 이 회사를 비판하는 글은 당분간 보기 어려울 것이다. 이것이 앞서 말한 위축 효과다.
이 글도 예외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법원은 공개된 공시와 사실에 근거한 상장기업 비판을,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당한 표현으로 폭넓게 보호해왔다. 고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 자체가 또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