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서 주식 앱 못보겠어요. “
요즘 증권앱을 열기가 무섭다는 투자자가 많다. 1월까지 쾌속 질주하던 코스피는 중동 정세가 불안해진 이후 엄청난 변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유가는 순식간에 100달러를 돌파한 뒤 출렁이고 달러/원 환율은 1500원대, 코스피는 심장이 내려앉을 만큼 요동친다.
투자를 시작한지 얼마 안된 주린이(초보 투자자)라면 견딜 수 없는 변동성이다. 코스피 지수는 한 국가의 주가지수인데, 이런 지수가 5~8%씩 움직이는 건 사실 엄청난 움직임이 맞다. 이런 날이면 주식시장에서 20~30년 살아남은 고수들도 짜증이 치미는 건 마찬가지다.
경험이 많은 투자자들도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것이 시장이다. 초보 투자자들이 불안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불안할 때 불안함이 판단을 압도하게 내버려둬선 안된다. 잠시 숨을 고르고, 지금 상황이 어떤지 차분하게 살펴봐야 한다.
과거에도 폭락장은 많았다.
초보 투자자들은 폭락장 경험이 아예 없거나 적어 불안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모든 폭락장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시간이 걸려도 결국 낙폭을 모두 회복했다는 것이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코스피는 하루만에 12.02% 폭락해 475포인트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42일 뒤 낙폭을 완전히 회복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2000 돌파하며 승승장구하던 코스피는 대폭락하며 1000선이 깨졌다. 전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하며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는 공포가 세상을 지배했지만 2009년~2010년 반등하며 2000선을 회복했다.
2020년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멈추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며 코스피 지수가 1400선까지 대폭락했다. 하지만 단숨에 용수철처럼 반등하며 5월에 2000선을 회복, 이듬해 1월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했다.
지난 3월4일 이란 전쟁 소식에 코스피는 또 역대 최대 하락(-12.06%)을 기록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9.63% 급등하며 역대 최대 상승폭을 다시 나타냈다.
물론 역사가 언제나 반복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패턴은 존재한다. 2010년 이후 매도 사이드카를 동반한 폭락장에서 코스피는 평균 23거래일 이후 낙폭을 모두 회복했고 44거래일 이후 5% 이상 상승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은 왜 이렇게 폭락한걸까?
요약하자면 세 가지 키워드를 이해하면 된다. 전쟁, 유가, 금리다.
3월 들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유가가 오르면 물가가 오르고 물가가 오르면 금리 인하가 어려워진다. 시장은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었는데…기대감이 무너지면서 전세계 증시가 크게 하락했다.
23일 코스피 지수는 6.47%, 코스닥 지수는 5.57% 급락했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라 유가 충격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며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 공세를 퍼부었다.
韓 증시 폭락 후 뉴욕 증시는 반등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미국과 이란이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으며 이란 발전소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군사 공격을 5일간 연기하겠다”고 밝히자, 유가가 급락(WTI 기준 -9%, 배럴당 약 88달러)하면서 증시가 반등했다.
눌려있던 시장이 반등한 것.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냉정하게 봐야 한다. 이란 국영통신은 트럼프와 직간접적 접촉이 없었다고 부인했다. 지금 주식시장의 불안이 완화되려면 이란과의 실질적인 외교 진전과 유가 안정, 연준 금리인하 기대 복원이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짧은 안도 랠리는 전쟁이 계속된다면 언제든 다시 하락장으로 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른 반등이 나온 점은 희망적이다. 즉 악재가 조금이라도 해소되면 시장은 즉각 반응한다는 것. 상승을 기다리는 투자자들이 아주 많다는 걸 보여준다. 
대가의 가르침을 참고해보면..
미국의 스타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는 “투자자들이 시장 하락을 준비하느라 잃은 돈이, 실제 하락 과정에서 잃은 돈보다 더 많다”고 했다. 폭락이 올 것 같다 또는 폭락장이 왔다고 주식을 투매했다가 반등을 놓치고 더 비싸게 다시 사들이면서 투자자들이 돈을 잃는다는 것이다.
버핏이 존경하는 가치투자자 하워드 막스는 “탐욕과 공포는 시장의 진자처럼 끝없이 흔들린다. 군중이 공포에 빠져 자산을 외면할 때가 가장 큰 기회다”고 했다. 1월까지만 해도 한국 시장엔 탐욕이 가득했다. 지금은 공포가 가득하다. 한쪽 끝으로 간 진자는 반드시 다시 돌아오게 된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시장을 ‘Mr. 마켓’에 비유했다. 그는 “시장은 어떤 날은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팔겠다 하고, 어떤 날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사겠다고 한다”며 변덕스러운 시장에 휘둘리지 말고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레이 달리오는 “실패를 회피하지 말고 직면하라”고 강조했다. 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누구나 투자에 실패하게 된다. 지금 장세가 고통스럽다면 그 고통을 회피하거나 무작정 팔아치우는 대신 ‘왜 이렇게 됐을까’를 생각해보는 것 자체로 투자자로서 성장하게 된다.
버핏의 오랜 파트너 찰리 멍거는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초보가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불안을 행동으로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봤다. 주식을 팔고 싶은 충동, 지금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느낌과 충동을 이기는 것 자체가 전략이라는 조언이다.
시장의 공포에 마냥 불안해하지 말고, 이해로 이겨내자. 그리고 처음에 왜 주식에 투자했는지를 생각해보자.
“지금 팔아야 할까?”
항상 나오는 이 질문. 답은 이 돈이 언제 필요한지에 달렸다. 단기에 써야하는 급한 돈이라면 손실을 감수하고 현금화가 필요할 수 있다. 처음에 생각했던 투자 기간이 1년 이상, 3~5년 이상이라면 지금 하락은 긴 여행에서 만난 언덕일 뿐이다.
3년, 또는 5년간 계속해서 오른 주식의 차트를 보면 주가가 마치 쉬지 않고 오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차트를 확대해서 살펴보면 중간에 어김없이 급락한 구간이 있다. 장기적으로 이 주식의 수익률을 다 누리며 200%, 300% 수익률을 누린 사람들은 이같은 폭락을 견딘 사람들이다.
그래도 너무 불안하다면, 불안 자체가 신호일 수 있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을 주식에 투자했거나, FOMO(Fear of missing out) 때문에 주식을 샀다는 뜻이다. 이런 사람들은 주식 투자를 위한 내공이 좀 더 필요한 사람이다. 불안하지 않을 만큼만 투자하자. 시장이 폭락해도 레슨비를 냈다,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주식을 불로소득이라 보는 시각이 있다. 아니다. 종목 선택, 기업분석, 심적 불안까지 모두 투자비용의 일부다. 주식시장에서 수많은 부자들을 만나봤지만 나는 마음 편하게 부자가 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주식시장은 원래 이렇게 생겼다. 15년간 주식시장을 지켜봤지만 나조차도 지금 날뛰는 코스피, 코스닥을 보면 적응이 안 될 때가 있다. 초보투자자였는데 이번 폭락장에서 큰 돈을 잃었다면 상황이 왜 이렇게 됐는지 돌아보는 기회로 삼으면 된다. 왜 성급하게 샀는지 또는 팔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시장은 언제나 다시 기회를 준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만 않는다면… 손실을 ‘경험’으로 바꿔 다음 장에서는 승리할 수 있다.
※ 이 글은 투자 참고를 위한 개인적 의견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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