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무기력→버티기, 하락장의 무력함에 대하여…

73268c9e 095f 4984 a63a 4018432541ec“시장 수익률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변동성, 공포, 의심, 불확실성, 후회가 그 비용이다” (모건 하우절)

미국 증시와 한국 증시가 밤낮으로 하락하고 있다. 초기의 폭락 이후에 계단식 하락이 이어지는 중이다. ‘공포’ 국면은 지났지만 무력감이 지배적이다.

하락장의 핵심 변수는 전쟁이다. 국장 투자자들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투자자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의 돌발 행동은 예측이 안 되며, 이제 사람들은 전쟁 장기화를 걱정하고 있다. 유가와 달러가 폭등했고 금리 인상 카드가 없어지면서 투자자들은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무력감 속에 속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대폭락의 서막이 시작됐다”며 공포를 부추긴다. 일부는 “실시간 포지션, 매매내역 다 알려줄테니 따라오기만 하라”며 투자자를 유혹하며 시장을 어지럽힌다.

다만 역사적인 사례를 볼 때 증시 급락을 유발한 변수는 원래 ‘예상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것이었다.

1973년 이집트와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욤 키푸르 전쟁’ 발발 당시, 아랍 산유국들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서방에 석유 수출을 금지했다.

유가가 3개월 만에 4배 뛰었다. 말 그대로 ‘쇼크’, 1차 오일쇼크였다.

미국에서는 주유소 앞 수백미터 줄이 생겼다. S&P500 지수는 40%대 폭락세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이 12%에 달하며 경제를 강타했다. 사람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계속됐던 경기 호황이 막을 내렸다고 믿었다.

S&P500은 1974년 바닥을 쳤다. 회복까지도 오래 걸렸다. 투자자들에게 극심한 인내를 요구한 시대였다. 그 과정에서 버틴 사람들만이 1982년~1987년 대세 상승장을 누렸다. S&P500 지수는 5년 만에 3배 폭등했다.

그러나 때는 1987년 대폭락장이 또 찾아왓다. 87년 10월 19일 다우존스 지수가 하루만에 22.6% 폭락한 블랙먼데이였다. 일일 하락폭으로 역대 최대이며 이후 이 기록이 깨지지 않았다.

블랙먼데이 당시 피터 린치는 당시 휴가를 중단하고 돌아와 폭락장을 분석했다. 그의 철학은 단순했다. 기업의 펀더멘탈이 바뀌지 않았다면, 주가가 아무리 내려도 매도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블랙먼데이 이후 S&P 500이 저점을 회복하는 데 2년이 걸렸다. 그 후 1990년대 대세 상승장이 이어졌다.

그 후에도 폭락장은 계속됐다. 2001년 9월 11일 아침 9/11 당시 뉴욕 증권거래소는 개장하지 못했다. 9월17일 뒤늦게 시장이 열렸고 S&P 지수는 5.2% 급락했다. 하지만 2002년 10월 저점 이후 2007년 고점까지 S&P500은 거의 두 배 상승했다.”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전 세계적인 전염병의 확산까지… 폭락은 점점 더 빠르게 극적으로 나타났고 주식시장의 회복세도 더 빨라졌다.

이렇게 보면 주식시장의 역사는 가파른 폭락과 점진적인 회복의 반복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폭락장에서 “지금이 바닥”이라고 확신하고 산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버텨야 한다는 마음으로 평균매수단가를 낮추기 위해 사거나, 확신은 없어도 언젠가 오를 거라는 믿음, 시장과 기업을 믿는 마음으로 샀을 것이다. 확신이 아닌 무기력함 속에서 버틴 것이다.

모건 하우절은 2008년 말과 2009년 초 몇 달 동안 투자자로서 어떻게 행동했는지가 2000년부터 8년간 했던 모든 행동보다 평생 수익률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말했다.

전쟁터에 쏟아지는 포화를 맞는 군인처럼, 매일같이 하락하는 시장에서 버티는 투자자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전쟁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가장 먼저 내가 보유한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 문제가 생겼는지 점검하는 일 같다.

전쟁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핵심 기술에, 폭발적인 성장성에, 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생각하고 분석해보는 것이다. 실적이 일부 하락하더도 그게 영구적인 가치 손실인지 일시적 충격인지 구분해보자.

그리고 본질 가치에 대한 확신도 없는데 산 주식들이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조차, 투자자에게는 때론 배움이 되는 것 같다. 저런 주식을 왜 샀을까? 원래 주식은 행복감 속에 사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냥 좋아보여서, 남들 다 사니까 산 주식을 계속 보유할지를 냉정하게 검토할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막연한 공포에 주식을 팔지 않는다.

남산주성님께서는 “때로는 용기를 내야한다”며 “견디는 것도 큰 용기다. 아무것도 손 쓸 수 없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용기를 갖는 것이다”고 하셨다.

하워드 막스는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The Most Important Thing)’에서 이렇게 썼다.

투자에서 가장 큰 실수는 정보나 분석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시장은 예측할 수 없는 이유로 무너졌고, 또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시점에 반등할 것이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투자에 성공한 대가들은 미래를 맞춘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 미래가 올 때까지 버틴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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