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장의 폭풍 한가운데서 폭풍을 분석하려니 어지럽다.
작년 말 4200대였던 코스피 지수는 어느새 8000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의 ‘코스피 1만’ 전망도 나왔다. 시장에는 환희와 수익 인증이 가득하고 그 반대편에는 실망과 허무, 질투가 교차하며 그야말로 대혼돈이다.
주식을 가르쳐주신 분께서는 이럴 때 ‘돌격 앞으로’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미친 듯 오르는데 어떻게 신규 매수를 할까. 폭락장에서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 깊은 바닷물에 뛰어들 듯 두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강세장에서 불타오르는 주식을 고가에 매입하는 것에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단 걸 처음 알게 되었다.
나는 장기적으로 코스피 지수의 레벨업, 1만 돌파 가능성을 높게 보는 편이다. 물론 1만은 기념비적인 라운드 넘버이기에 치열한 공방이 있을 것이다. 1만 직전에 투자자들은 심리적 부담에 차익실현에 나설 것이다. 코스피 1만의 주역은 당연히 반도체. 삼전닉스가 지수를 강하게 이끌고 전력, 방산, 조선, 자동차가 가세할 것이다.
그리고 하반기부터 상법개정안 효과가 발휘되면서 저PBR 주식들이 지수를 추가적으로 이끌어갈 과업을 떠안게 될 것이다. 그러면 1만2000도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치밀한 분석에 기반한 전망이 아니라 혼자 그려본 상상에 불과하므로 독자분들께선 절대로 신뢰하지 마시길 바란다]
매일 매일 지수를 이기지 못하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개별종목 분석한다고 공부하고 밸류에이션 분석할 시간에 그냥 코스피200 ETF를 사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지만 이미 늦은 후회일 뿐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종목을 선별한 능력이 없다” 버핏 말이 옳았다. “모든 주식에 투자하라” 보글 당신 말도 맞았다.
강세장이 주는 혼란 속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 고민해본다. 지금의 혼돈을 분석하는 툴은 많지 않지만 이럴 때면 우리가미 구니오의 ‘주식시장 흐름 읽는 법’을 다시 읽곤 한다.
우라가미에 따르면 언뜻 보기에 무질서하고 예측 불가능한 듯 보이는 주식시장은 일정한 특징을 가진 네 개의 국면을 반복하고 있다. 오늘은 우라가미의 분석에 입각해서 지금 장세가 어디에 와 있는지를 짚어보려고 한다.
우라가미 구니오는 주식시장의 4계절을 금융장세-실적장세-역금융장세-역실적장세로 분류했다. 지금 우리는 실적장세, 즉 강세장세에 와 있다.
실적 장세의 특징은 ‘회의 속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낮은 금리에 금융주가 급등했던 금융장세를 지나, 경기의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실적 장세가 시작된다.
앞서 금융장세가 실적이 없는 상태에서도 주가가 오른다면 실적 장세는 ‘현실매입’이다. 즉 경기회복의 확인과 실적 회복의 확인이라는 호재를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상승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SK하이닉스, 삼성전자의 호실적이 시작되면서 주가가 급등한 상황과 같다.
실적의 대폭 증가에 힘입어 주가 상승이 지속된다. 이 때 경기가 기록적인 확대를 이어가면서 물가가 비교적 안정되고, 금리 상승률이 억제된다면 ‘생명이 긴 실적 장세’가 전개된다.
실적 장세란 문자 그대로 산업의 실적 회복과 대폭적인 이익 증가, 그 지속성을 사는 장세다. 이 실적 장세는 금융장세에 비하면 상승 기간이 길다. 실적 장세의 전반은 소재 산업이, 장세 후반은 가공산업이 차지하게 된다. 이번 강세장의 주인공도 소재[반도체] 산업이다.
거래량의 기록적인 증가가 눈길을 끈다. 소재 산업을 중심으로 한 저평가 대형주가 기관 투자자의 활발한 매매로 거래량이 증폭된다.
실적 장세 전반에서는 소재 산업 중심으로 30% 정도의 업종만 상승하기 때문에 분산투자는 그다지 효율이 좋지 않다. 오히려 철강, 화학, 제지, 비철금속, 해운 등 시황[지수] 관련 종목에 집중투자하는 것이 효율이 좋다. (이 책은 1990년에 발간된 책으로 예전 일본 산업의 기초 업종을 중심으로 서술돼있다) 상위 10종목이 시장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넘게 된다. 반도체 외 전력, 방산 등 일부 업종만 강하게 오르는 지금 시장의 모습과 유사하다.
실적 장세는 이 호황 국면이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착각에 취해있는 사이 클라이맥스를 맞이한다. 그것은 외부로부터의 쇼크 재료에 의한 경우도 있으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강력한 긴축정책[금리 인상]에 의한 경우가 가장 많다.
유감스럽게도 실적 장세의 끝은 주가의 큰 폭 하락에 의해 확인된다. 이를 알아차렸을 때는 그 시점이 대천장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 식이다. 역금융장세의 시작이다.
솔직히 코스피 1만이 될지 1만2000이 될지 SK하이닉스가 300만원을 돌파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며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라가미의 분석이 틀릴 수도 있다. 다만 실적 증가에 의한 강세장세가 어떤 식으로 전개되고 끝나는지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게 해준다.
다만 우라가미의 설명과 달리 한국 증시에서는 대체로 주도주 상승이 끝나면 강세장도 막을 내렸다. 즉 주도주가 다음 타자에게 주도권을 내줄 땐 이미 강세장이 끝난 뒤였다.
SK하이닉스 주가를 보자. 4월 말 120만원대였는데 지금 180만원대다. 진공의 공간을 뛰어넘듯 가격이 갭 상승했다. 이런 가격은 엄청난 포모(FOMO)를 부른다.
존 메이나드 케인즈는 주식투자를 미인대회에 비유했다. 가장 예쁜 얼굴을 고르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예쁘다고 생각할 얼굴을 고르는 것이라고. 지금 한국 증시의 최고 미인은 SK하이닉스다. 그런데 이제 우리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지금은 흥분해있는 것처럼 보이는 강세장이지만 사실 투자자들은 혼란스럽고 불안한 상태다. 주식을 보유하면 보유한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불안한 시장이다. SK하이닉스를 보유한 투자자라도 매도 결정을 앞두고 고민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적정 가격을 이익과 성장의 함수로 계산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부터 투심이 가격을 결정하는 국면이 될 것이다. 사람들의 기대와 두려움, 질투와 탐욕이 뒤섞인 매매가 가격을 형성해내는 것이다. 강세장의 후반부로 갈수록 이런 현상은 심해질 것이다.
모두가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두가 흔들리고 있다.
어쨌든 우리는 지금 강세장의 한복판에 와 있다. 지금, 여기가 태풍의 눈이다.
본 사이트에 게시된 모든 콘텐츠는 투자 권유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정보 제공 및 개인적인 의견에 해당합니다.제공되는 정보는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나, 그 정확성이나 완전성을 보장하지 않습니다.투자에 대한 최종 판단과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본 사이트는 해당 정보로 인한 직·간접적인 손실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