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가난의 원인으로 도박이나 사업 실패처럼 극적인 사건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런 일 때문에 가난해지지 않는다. 큰 돈을 날린 적도, 특별히 사치스럽게 산 적도 없는데 통장에는 늘 돈이 없다.
가난은 한 번의 잘못된 선택보다 매일 반복한 습관의 결과일 때가 많아서다.
1. 월급을 받기 전에 이미 다 써버린다
신용카드는 아직 벌지 않은 돈도 지금 쓸 수 있게 해준다. 이번 달에 소비하고 다음 달 월급으로 갚으면 당장 빚을 진다는 느낌도 크지 않다.
하지만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카드값과 할부금이 빠져나간다. 남은 돈으로는 다음 결제일까지 버티기 어렵다. 부족한 생활비는 다시 카드로 결제한다. 소비가 먼저이고 소득이 나중인 생활이 반복된다.
연체하지 않고 카드값을 매달 전액 갚아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미래의 월급이 과거의 소비를 처리하는 데 먼저 쓰여 현금이 쌓일 틈이 없다. 결국 월급이 들어오는 날보다 카드 결제일에 맞춰 살아가게 된다.
2. 소득이 늘 때마다 고정비를 높인다
월급이 오르면 더 좋은 집과 자동차, 더 비싼 교육과 서비스를 감당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생활수준을 높이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한번 높아진 고정비가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득은 실직이나 은퇴, 경기 침체로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주거비와 자동차 할부금, 교육비는 소득이 줄었다고 바로 사라지지 않는다.
경제적 여유는 얼마나 많이 버는지로 결정되지 않는다. 소득이 늘어날 때 생활비와 자산 중 무엇을 먼저 늘렸는지가 시간이 지나면서 큰 차이를 만든다.
3. 불편한 숫자를 확인하지 않는다
카드 명세서와 대출 잔액, 이자율을 확인하면 불안해진다. 그래서 정확히 계산하기보다 대략 알고 넘어간다. 통장에 돈이 있으면 아직 괜찮다고 생각하고 전체 부채보다 매달 갚는 금액만 본다.
대출 이자가 연체되어 대출 원리금이 늘어나고 있어도 계좌를 열어보지도 않는다.
그러나 숫자를 외면한다고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돈이 없는 사람이 반드시 돈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돈이 주는 불안이 커서 현실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막연한 불안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의 소득과 지출, 부채와 자산부터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4. 작은 돈에는 예민하고 큰 결정에는 둔감하다
몇 천 원을 아끼려고 먼 마트까지 가면서도 자동차 등급이나 대출금리처럼 큰 돈이 걸린 결정은 의외로 쉽게 내리는 사람이 있다. 월급이 200만원인데 조카의 대입 선물로 100만원을 보내기도 한다. 보험료는 20년, 30년 때로는 평생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보험 가입에는 신중해야 하지만, 지인의 추천을 믿고 월 10만원 넘는 태아보험을 턱 하니 가입한다.
작은 절약은 결과가 바로 보인다. 할인 받은 금액도 정확하다. 반면 큰 결정의 비용은 여러 해에 걸쳐 나뉘어 발생하기 때문에 체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평생의 자산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커피 몇 잔보다 집과 자동차, 대출과 보험, 교육비 같은 선택이다. 만원을 열 번 아껴도 잘못 고른 대출이나 보험, 과도한 주거비가 그 절약을 단번에 지울 수 있다.
절약에도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자주 쓰는 작은 돈만큼 드물게 내리는 큰 결정에 더 많은 시간과 주의를 써야 한다.
5. 돈을 쓰는 자신만의 기준이 없다
문제는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무엇에 쓰고 무엇에는 쓰지 않을지 정해 놓지 않는다.
여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다른 지출을 줄여 여행하는 것은 낭비가 아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교육과 건강, 가족과의 경험에 돈을 쓰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소비다.
문제는 자신의 우선순위와 관계없이 눈앞에 나타나는 욕구에 조금씩 돈을 내주는 것이다. 남들이 사니까 사고, 할인하니까 사고, 스트레스를 받았으니 사고,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산다. 각각에는 그럴듯한 이유가 있지만 모든 이유를 받아주면 정작 중요한 곳에 쓸 돈은 남지 않는다.
좋은 소비 습관은 가장 적게 쓰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에는 충분히 쓰고 중요하지 않은 것에는 단호하게 쓰지 않는 것이다.
가난은 반드시 도박이나 사치처럼 눈에 띄는 모습으로 찾아오지 않는다. 카드로 먼저 소비하고 다음 월급으로 갚는 생활, 소득이 늘 때마다 고정비를 높이는 선택, 불편한 숫자를 외면하는 습관이 오래 반복된 결과일 수 있다.
커피 한 잔이 사람을 가난하게 만들진 않는다. 문제는 큰 돈이 걸린 결정에는 둔감하면서, 그 돈을 왜 쓰는지 자신도 모르는 상태다. 돈을 모으는 출발점은 무조건 지갑을 닫는 것이 아니라, 내 삶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은 포기해도 되는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