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는 지금, 사상 최대 ‘돈잔치’…평균연봉 7.5억

월스트리트가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뉴욕주 감사원이 지난 6일 발표한 ‘The Securities Industry in New York City[뉴욕시 증권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 증권업의 2026년 상반기 세전이익은 459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304억 달러) 대비 51.3% 증가한 규모다.

459억 달러는 1달러 1339원 기준 약 61조4600억원에 달한다.

앞서 뉴욕시는 월가의 올해 전체 이익 전망치로 453억 달러를 제시했다. 그런데 상반기에 이미 연간 전망치를 넘어선 것이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월가의 연간 이익은 900억 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2025년 월가 증권업계의 세전이익은 651억달러로 2024년 499억달러 대비 30.4%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명목금액 기준 역대 최고치였다. 다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기준으로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이 여전히 최고치다. 지금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는 2009년 기록을 깰 수도 있다.


AI 투자·M&A·시장 변동성…월가 호황의 3가지 엔진

뉴욕주 감사원장 토머스 P. 디나폴리는 올해 월가 호황의 원인으로 크게 세 가지를 들었다. AI 투자 붐, M&A(인수&합병)의 증가 그리고 증시 변동성이다.

AI 투자가 급증하며 기업의 자금 조달 증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월스트리트에 호재가 됐다. 또 지정학적 불안과 인플레이션, 올라가는 국채 금리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며 월가에는 수익 기회로 작용했다.

특히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반도체, 전력 인프라 투자에 뛰어들면서 회사채 및 주식 발행이 급증했다. 투자은행은 이런 거래를 주선하면서 수익을 크게 올렸다.

예를 들어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만 해도 상반기 엄청난 자금 조달에 나섰다.

알파벳 SEC 공시를 보면 2026년 1분기 달러, 파운드, 스위스프랑 채권을 발행했고 2분기에도 유로, 캐나다달러, 엔화 채권을 발행했다. 2분기 채권 발행 순조달액만 203억 달러에 달했다. 또 지난 6월 알파벳은 보통주와 의무전환우선주 등을 발행해 실제로 약 495억 달러를 조달했다.

주식, 채권, 통화 변동성이 커지며 거래가 크게 늘었고 시장조성(market making)과 트레이딩을 하는 금융회사들이 막대한 돈을 벌었다. NYSE 회원사들의 2026년 상반기 트레이딩 수입은 403억달러로 전년보다 1.8% 증가했다. 1.8% 증가폭이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기저가 워낙 높은 가운데 추가적인 성장을 이어간 것이다.

강한 증시와 증시를 둘러싼 불안한 환경,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두 가지 환경이 모두 월가에 호재가 된 셈이다.


월가 직원들도 ‘대박’…평균 보너스만 3.3억원 

월가의 이익 증가는 직원들에 대한 보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2025년 뉴욕시 증권산업 종사자의 평균 연간 총보수는 전년비 11.1% 증가한 56만1770달러였다. 보너스를 포함한 수치다. 작년에 뉴욕시의 증권업 외 민간 부문의 평균 연간 보수는 10만6880달러였다. 원화로 각각 약 7억5200만원, 1억4300만원 가량이다.

월가 종사자의 평균 보수는 뉴욕의 다른 근로자들보다 5배 이상 높은 셈이다. 지난해 직원 한 명당 평균 보너스는 24만6900달러(원화로 약 3억3100만원)였다. 보너스만으로도 고소득 전문직 연봉에 육박한다.

올해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NYSE 회원사들이 2026년 상반기 급여와 보너스, 주식보상 등을 포함해 직원들에게 지출한 보상비용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8.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6년 실제 보너스 추정치는 세금 원천징수 자료를 바탕으로 2027년 3월 발표된다.

고용 또한 늘어 올해도 뉴욕시 증권업에서 약 5300개의 일자리가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2025년 뉴욕시 증권산업 종사자는 20만7400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7000명, 3.5% 증가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이다.


뉴욕 민간고용 5%가 소득세의 24%를…월가에 기대는 뉴욕 재정 

뉴욕주 감사원이 매년 이 보고서를 만드는 이유는 월가 사람들의 연봉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월스트리트의 부흥이 뉴욕주와 뉴욕시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다.

2025~2026 회계연도에 증권업이 뉴욕주에 기여한 세수는 전년비 28.5% 증가한 263억달러로 추정된다. 증권업 관련 세금은 뉴욕주 전체 세수의 20.8%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88.3%는 증권업 근로자들이 내는 개인소득세다.

뉴욕시도 마찬가지다. 2026 회계연도(2025년 7월1일~2026년 6월30일) 증권산업이 뉴욕시에 기여한 세수는 78억달러로 전년비 15.8% 늘었다. 이는 뉴욕시 전체 세수의 9.2%에 해당한다. 세수 중 66%는 월가의 금융맨들이 내는 소득세였다.

뉴욕시 민간부문 노동자 가운데 증권업 종사자 비율은 5%에 그치지만 이들이 내는 소득세는 뉴욕시 개인소득세의 거의 4분의 1에 달한다.


AI와 한 배 탄 월가와 뉴욕…호황 뒤에 커지는 리스크

감사원은 이번 보고서에서 뉴욕 경제와 재정이 월스트리트의 막대한 이익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될 위험을 경계했다.

금융권의 이익은 다른 산업군보다 경기 및 금융시장 상황에 훨씬 민감하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인플레이션과 지속 상승 중인 국채금리, AI 산업의 시장에서 차지하는 높은 비중 등을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했다.

앞서 월가의 호황을 이끈 세 가지 엔진으로 다시 돌아가면 AI 투자가 늘면서 채권·주식 발행이 늘었고, AI 기대감이 M&A를 자극했고, AI 쏠림이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 결국 호황을 이끈 핵심은 AI 투자 사이클 한 가지인 셈이다. 즉 AI 투자 사이클이 둔화된다면 월가의 여러 사업부는 동시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감사원이 ‘AI 섹터의 과도한 비중’을 리스크로 꼽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은 월스트리트. AI 붐에 올라탄 월스트리트의 기록적인 호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가 뉴욕 경제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뉴욕주 감사원은 전통적으로 뉴욕증권거래소(NYSE) 회원 증권사들의 브로커·딜러(broker/dealer) 사업에서 발생한 세전이익을 월가 수익성의 척도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각 금융회사들이 발표하는 순이익과 차이가 있다. 이 수치에는 예를 들어 JP모건의 소비자금융이나 신용카드 사업, 은행 예대마진 등은 빠져있다. 즉 증권업 그 자체, 전통적인 월스트리트 사업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현재 NYSE 회원사는 168개로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200개 이상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줄어든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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