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2X 레버리지 시대 “달리는 말에 올라탈것인가”

오늘, 2026년 5월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가 한국 증시에 처음 상장된다.

바로 어제 금융투자교육원 사이트가 마비됐다. 이 다소 고루한 온라인 교육 사이트가 마비된 건 주식시장 입문 이래 처음 보는 일이다.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려면 의무교육을 이수해야 하는데 해당 교육을 제공하는 금융투자교육원에 트래픽이 몰렸다. 이미 10만명이 교육 이수를 마쳤고 추가 인원까지 대기 중이다. 심지어 1000만원의 예치금까지 넣어야 하는데도 상장 전부터 뜨거운 투자 열기가 일렁인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상장은 투기성 강한 한국인의 성향을 반영한 흥미로운 상품의 출현일까. 주식시장에는 그저 또 하나의 위험한 고수익 상품이 추가된 걸까. 파생 거래를 규제하던 금융당국은 이제 규제를 풀기로 마음 먹은 걸까.

나는 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출시를 단순한 고위험 금융상품의 출현으로 보지 않는다. 레버리지 ETF가 위험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이제부터 한국 증시는 현물 시장을 뒤흔드는 파생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질 것이다. 이는 주식시장의 성격이 본질적으로 달라지게 된다는 뜻이다. 파생 시장의 성장과 함께 미국형 증시로의 전환, 즉 성장주가 예상을 뛰어넘는 기록적인 상승세를 구현하는 시장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주식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꼬리가 몸통을 흔들다 

2021년 1월, 미국 증시에서 밈주식으로 유명한 게임스탑이란 주식이 폭등했다. 1월 초 약 17달러였던 게임스탑은 1월 28일 483달러를 기록했다. 한 달도 안 돼 2700% 상승한 것.

당시 폭등의 핵심 원인은 ‘옵션 감마 스퀴즈’ 일명 ‘감마 스퀴즈’라고 불리는 현상이었다.

1월 미국 레딧 커뮤니티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게임스탑 주식이 공매도에 과도하게 눌려있다며 “헤지펀드 세력에 복수하자”는 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게임스탑 주식(현물)과 콜옵션을 동시에 대량 매수했다.

파생상품인 옵션의 반대편에는 마켓메이커(시장 조성자)라고 불리는 트레이딩 회사들이 있다. 이들은 누군가 콜옵션을 살 때 반대편에서 거래를 성사시키는데,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현물 주식을 산다. 즉 개인이 게임스탑 주식과 콜옵션을 대량 매수하면, 마켓메이커도 게임스탑 주식을 사야 한다. 주가가 오르면서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지면 다시 마켓메이커가 헤지를 위해 주식을 사고 주가가 오르는 일이 반복된다. 일명 ‘옵션 감마 스퀴즈[감마 스퀴즈]’ 현상이 이것이다.

이 순환이 반복되면 공매도 세력도 손실을 버티지 못하고 주식을 사기 시작한다. 파생 시장의 ‘감마 스퀴즈’와 공매도 세력의 ‘숏 스퀴즈’가 겹치며 주가는 불기둥을 뿜는다.

사실 현물 시장에서 아무 일도 없었는데 파생 시장에서 일어난 일이 주가를 기록적으로 올려놓는 것이다.

우리는 현실의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오르고 하이닉스가 내리는 것을 본다.

파생시장에서는 선물, 옵션, 레버리지 ETF 같은 상품이 거래된다. 글로벌 파생상품 명목 잔액은 600조 달러로 알려져 있다. 세계 GDP의 6~7배, 600조 달러, 원화로 9경원이다.

이게 말이 되는 숫자인가 싶지만 파생상품이기에 가능하다. 예를 들어 1억원짜리 집(현물)이 있는데, 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대출금으로 투자를 한다. 집의 가치는 1억인데 금융거래는 3억, 5억의 거래가 발생한다.

파생이란 강(江)의 본류에서 갈라져 나온다는 뜻이다. 즉 현물을 조건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약속’의 쌓이고 또 쌓이며 다양한 파생상품이 형성된다. 파생시장이 커지면 현물 시장을 흔들게 된다. 한국 증시는 아직 미국 증시만큼 파생시장이 발달하지 않았다. 미국 옵션시장 규모와 절대 비교할 수는 없으나 이제 변화의 방향성은 미국 증시를 향하고 있다.


11.11 도이치 사태 후 위축된 파생시장…화려한 귀환을 앞두다 

2000년대 중반부터 2011년까지 한국 KOSPI200 옵션 거래량은 전세계 1위였다.

파생 시장이 선진적으로 발전해서 그랬던 것이 아니고 옵션 1계약의 단위가 작아서였다. 몇 만원으로 옵션 계약을 살 수 있었기에 개인 투자자들이 복권처럼 옵션을 매매했다. 거래량은 세계 1위였지만 파생시장이 정교하거나 넓고 깊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거래량만 미친 듯이 많았다.

2010년 그 유명한 ‘도이치 사태’가 터졌다. 그 해 11월11일은 11월물 옵션만기일이었다. 오후 2시57분 장 마감 3분전 도이치증권 단일 창구에서 풋옵션 대량 매수, 콜옵션 대량 청산과 함께 프로그램 주식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규모는 2조3000억원으로 도이치증권이 보유한 한국 주식의 97%에 해당됐다.

도이치 매도에 코스피 지수는 장 막판 53포인트 폭락했다. 국내 투자자 피해액은 1400억원에 달했다. 도이치증권은 풋옵션으로 440억원을 챙겼지만 관련 임원들은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금융당국은 이후 옵션 계약 단위를 5배 상향하고 개인 투자자의 기본예탁금 요건을 강화했다. 파생상품 교육이 의무화되며 진입장벽이 높아졌고 옵션 거래량은 급감했다.

십수 년이 흐른 지금 개별종목 2배 레버리지 ETF라는 이름의 파생상품이 등장했다. 그것도 삼성전자가 30만원, SK하이닉스가 200만원을 돌파한 다음날 출시된다. 강세장이 폭풍처럼 몰아치는 한복판에 기름을 붓는 파워 부스트가 등장한 것이다.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운용사는 2배 익스포저를 만들기 위해 현물 주식을 직접 보유하는 현물형과, 선물과 스왑을 활용하는 선물형 방식을 각각 사용한다.

쉽게 이해하면 투자자가 100만원을 투자하면 운용사는 200만원 어치 주식에 노출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현물형은 실제 주식을 직접 보유하면서 추가로 선물 포지션을 활용해 2배 효과를 만들고, 선물형은 선물 계약만으로 200% 익스포저를 구축한다. 이 과정에서 운용사 자체가 해당 종목의 현물 또는 파생시장의 큰 손이 된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이미 지수 레버리지 ETF에 익숙한 상황이다. 그리고 투자자들도 꽤 알고 있겠지만 레버리지 ETF 상품은 ‘일간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즉 매일 상품의 수익률이 리셋된다는 것, 어제 수익률과 무관하게 매일 새로 2배의 수익률을 맞춘다(리밸런싱)는 점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레버리지 ETF는 매일 수익률이 조금씩 훼손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변동성이 클수록 이 차이(미세한 수익률 훼손)가 발생하고, 커진다. 그래서 완벽하게 우상향하는 종목이나 지수가 아니면 레버리지 ETF는 장기 보유하면 안된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구조를 몰라도 이 사실만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테슬라 본주가 오를 때 테슬라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TSLL(ETF)도 거의 2배가 오르지만, 나중에 폭락할 때는 더 빠르게 내린다. 그리고 테슬라 주가가 전고점을 회복해도 TSLL은 전고점에 못 미치는 주가에 머무는 것이 그 특징이다.

레버리지 ETF에 익숙한 투자자의 상당수는 이렇게 수익률이 녹는 현상을 이미 잘 알 거라 생각한다. 특히 변동성이 큰 주식은 수익률 훼손이 심하며, 주가가 제자리에서 상당기간 게걸음을 한다면 수익률은 매일 녹아내리게 된다.

이런 특성 때문에 레버리지 ETF는 본주, 즉 삼성전자 현물 주식과 SK하이닉스 현물 주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레버리지 ETF에 많은 돈이 유입될수록 운용사 측은 해당 종목의 선물을 매수해야 한다. 선물의 수요가 늘면 현물 주가에 상승 압력이 생긴다. 주가가 오르는 날이면 운용사는 선물을 더 사야 한다. 상승 추세에서는 선물 매수가 계속 이어지면서 현물 주식의 추세적 상승이 강화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코스피 시총의 약 37%를 차지하고 있다. 이 두 종목에 레버리지 파생 자금이 붙으면 안 그래도 변동성이 커진 두 종목의 추세적 상승, 하락시 낙폭이 강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 두 종목이 한 쪽으로 움직이면 코스피 시장 전체를 뒤흔들 수 있게 된다.

지금 한국증시에서 코스피 8000을 견인한 주인공은 SK하이닉스다. 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변동성이 더 크다. 반도체 사이클과 미국 AI주식, 그리고 마이크론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올 들어 하이닉스는 이미 엄청난 변동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앞으로는 그 변동성이 위아래로 더 커질 수 있다. 꼬리(파생)가 몸통(현물)을 흔드는 것이다.


미국형 증시를 향해 가는 한국 증시 

레버리지 ETF 출시로 당장 한국 파생시장이 엄청난 규모로 커지진 않을 것이다. 시작일 뿐이다. 다만 파생시장이 천천히 커지면서 현물의 뒤에 거대한 파생 시장이 존재하는 미국 증시와 점점 유사한 흐름으로 움직이게 될 거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미국 증시를 보면 5월26일 현재 미국 증시에서 장중 마이크론이 18% 폭등하고 있다. 미국 증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성장주가 지배하는 시장이었다. 성장주의 폭발적인 주가 상승이 항상 예상을 뛰어넘고, 오버슈팅(펀더멘털이 정당화하는 수준을 넘어서 주가가 올라가는 현상) 또는 그 반대의 언더슈팅이 빈번하다.

지금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 출시지만 앞으로 현대차, LG전자, 셀트리온 2배 ETF가 줄줄이 출시될 것이다. 주로 변동성이 크고 모멘텀 강한 시가총액 대형주에 관련 상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레버리지 ETF가 붙은 종목은 미국 성장주처럼 주가가 더 빠르게, 더 크게 오르고 내리게 될 수 있다.

아직은 한국 시장에서는 이르지만 옵션 시장이 커지면 미국의 게임스탑처럼 ‘옵션 감마 스퀴즈’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2024년 5월에는 엔비디아 주가가 요동친 날이 있었다. 당시 엔비디아 주식의 콜옵션 거래량은 2배로 폭발했다. 주가는 실적 시즌도 아닌데 갑자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급등했다. 당시 블룸버그는 감마 스퀴즈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새로운 재료가 등장하지도 않았는데 파생 시장이 현물 주식을 움직인 셈이다.

시총 상위 종목에 감마 스퀴즈가 발생하면 그 파급력은 증시 전체로 퍼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변동성 확대와 함께 한국 증시의 이미 높은 수준인 변동성도 더 커질 것이다.


JP모건 뺨치는 제인스트리트를 아십니까?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월스트리트에서는 골드만삭스급 영향력을 행사하는 금융회사가 있다. 바로 제인스트리트(Jane Street)다.

2000년 설립된 제인스트리트는 미국의 수학·알고리즘 기반 트레이딩 회사다. 미국 금융시장에서 이미 존재감이 엄청난 곳으로 사실 나는 이 회사를 파괴적인 연봉 때문에(?) 알게 됐다. 2025년 기준 1인당 평균 보상금이 268만 달러, 즉 40억원이었다. 골드만삭스의 7배다. 2025년 연간 트레이딩 수익은 396억달러로 JP모건의 트레이딩 부문 수익을 11% 앞질렀다.

이 숨겨진 괴물같은 회사가 하는 일이 마켓메이킹이다. 주식, 선물, 옵션 시장에서 항상 사겠다, 팔겠다고 나서며 매수가와 매도가의 차이(스프레드)를 먹는다. 초당 수천 번, 수만 번 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45개국 200개 이상의 거래소에서 활동하고 있다는데 아마 한국 증시에서도 활동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인스트리트 같은 회사는 파생시장의 팽창을 타고 급성장했다. 변동성이 크면 클수록 돈을 더 많이 번다.

제인스트리트는 2024년 인도 파생시장에서 23억 달러를 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인도 개인 투자자의 90%는 손실을 봤고 인도 금융당국은 불법이익이라며 환수 명령과 함께 제인스트리트를 시장에서 퇴출시켰다. 한국 파생시장이 커지면 이같은 글로벌 플레이어가 유입될 것(이미 들어와있을지도 모름)이고, 증시 변동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성장주 중심 재편…가치주의 미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겠다. 개별종목 레버리지 ETF는 삼성전자, 하이닉스를 시작으로 더 확대될 것이다. 이는 파생시장의 성장을 부르고 더 많은 레버리지 자금이 시장에 들어오며 변동성을 확대할 것이다. 시가총액 상위 성장주의 급등락이 빈번해지고 투자자들의 성장주 거래량은 더욱 급증하게 된다.

이는 어떻게 보면 이익이 증가하는 한, 끝도 없이 오르는 미국형 성장주가 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익이 늘지 않아도, 테슬라처럼 꿈이나 성장 잠재력이 있어 성장주로 인정받는다면 폭발적인 밸류에이션 팽창이 나타날 수도 있게 된다. 즉 성장주, 대형주가 더더욱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전체 거래량을 집어 삼키게 된다.

반대로 뒤집어보면 전통적인 가치주, 특히 굴뚝주에는 불리한 환경이 된다. 변동성이 낮아 레버리지 ETF도 출시되지 않는 종목들은 소외가 심화될 수 있다.

미국에서도 이미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S&P500 안에서 전통 가치주 비중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감소했다. 실적 부진 때문이 아니고 파생 자금이 성장주에 급격히 쏠리면서 ‘수급 블랙홀’이 장기간 계속됐기 때문이다.

다만 아이러니한 것은 한국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했는데 레버리지 ETF의 증가는 이같은 정책과는 맥락이 조금 어긋나있다는 점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저평가 가치주의 재평가를 유도하는 내용이 골자인데, 지금은 성장주가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흐름으로 코스피 재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개별종목 레버리지 ETF의 허용은 가치주에는 오히려 불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셈이라, 두 정책이 어떻게 보면 상충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레버리지의 시대…달리는 말에 올라타시겠습니까?

사실 이미 한국시장에서도 수급 블랙홀은 시작됐다. 삼전닉스 2종목이 오르는 날이면 수급을 빼앗긴 다른 종목 주가는 오히려 내리고 있다. 이제 2배 레버리지 ETF가 출시되면 수급이 어떻게 될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투기를 좋아하는 한국인 특성상 내일 당장 파티가 벌어지며 거래량이 폭증할 가능성이 높다.

레버리지 상품이 투기상품이라 위험하다고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모든 투자 판단은 투자자 본인의 책임 하에 있다.

다만 새로운 파생상품의 증가가 야기할 한국 증시의 체질 변화에는 모든 투자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투자자는 열세에 놓일 수 있다. 그리고 가치주가 처하게 될 열악한 환경이 우려되기도 한다. 세법개정안 효과가 하반기에 가치주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일단 지켜보자.

코스피는 이제 8000을 넘어 1만을 향해 간다. 오늘 미국장에서 현재 마이크론이 폭등 중이지만 이제 나는 시장이 어떻게 될지,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할지 솔직히 두려울 지경이다. 폭락장만큼이나 강세장도 정신 차리기 어렵다는 걸 또다시 배운다.

다만 잘 기억해보면 한국 파생시장이 전세계 1위였던 그때 그 시절, 수익을 냈던 것은 개미가 아니었다. 11.11 도이치 사태 때도 개인은 큰 손실을 봤다. 모두가 강세장에 대한 확신으로 행복감에 젖는 순간 강세장은 사라질 것이다. 그 순간은 과연 언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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