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이제 성장주입니까? 100만원에 산 개미의 질문

“이 강세장을 놓칠 수 없어!”

2월에 강세장이 불꽃처럼 타오르길래 SK하이닉스를 100만원에 울면서 다시 샀다. 주식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아야하는데! 역시 이번에도 거꾸로 투자다.

8389c978 e1e0 4409 8641 2a54285607c5

그런데 미국과 이스라엘이 합동으로 이란을 폭격했다. 갑작스런 중동 전쟁 여파에 파죽지세로 치고 오르던 한국 증시는 이틀 연속 폭락했고 100만원을 넘어 110만원 돌파를 앞두던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4일 84만9000원까지 폭락하고 말았다. 이후 오르락 내리락 변동성 큰 흐름을 보이다 3월17일 97만6000원까지 회복했다.

개미가 전쟁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겠나. 100만원이 SK하이닉스 고점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주가의 고점은 오직 주식시장의 신만이 알 뿐이다.

메모리 반도체 주식은 시클리컬(경기민감주)이다. 시클리컬 주식(Cyclical Stocks) 경기 흐름에 따라 실적과 주가가 크게 변하는 주식을 말한다. 반도체는 일반 경기보다는 반도체 자체 경기 흐름을 따라가서 보통 철강, 화학, 건설, 자동차 같은 경기관련주와는 주기가 좀 다른 편이다.

그런데 주식시장에는 경기민감주는 ‘고PER에 사서 저PER에 팔라’는 유명한 증시 격언이 있다. 주식은 PER(주가수익비율)이 낮을 때가 저평가이고, 이 때 매수해서 PER이 높아지면 매도하는 것이 일반적인 투자 원칙이다. 그러나 경기민감주에서는 이 공식이 정반대로 작동한다. 경기민감주는 경기 바닥에서 이익이 저조하거나 적자여서 고PER주가 된다. 경기바닥 즉 고PER에 매수해서 나중에 이익이 대규모로 발생하면 주가가 올라도 PER이 낮아지는데, 이 때 매도하라는 조언이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 SK하이닉스를 샀어야 했나.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 바닥을 쳤을 때, 2023년이다. SK하이닉스의 영업손실이 한 해 7조원을 넘겼고 주가는 7만원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주가가 바닥을 치고 내려갈 때 과감하게 주식을 매수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심리적으로 볼 때 인간 본성에 어긋나는 일이다. 주가가 떨어지는 주식을 보면 투자자들은 ‘위험’을 감지한다.

SK하이닉스의 2026년 현재 PER은 18배 수준이지만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 PER 5배밖에 안된다. 즉 앞으로 발생할 이익에 비해 여전히 아주 싼 것이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는 시클리컬 주식이고…낮은 PER은 매도 타이밍을 의미한다. 이대로 SK하이닉스 주가가 쭉 오르는 방법은 딱 하나, 이익이 계속,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현재 25개 증권사의 SK하이닉스 목표가 평균은 132만5600원이다. 추정실적 컨센서스(예상치 평균)에 따르면 올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16조2651억원으로 전년비 244.5% 증가한다는 것. 2027년에도 엄청난 이익이 예상되지만 영업이익 증가율은 11.7%에 그친다.

전망치를 신뢰한다면 올해가 실적 고점은 아닌 것이다. 다만 내년도의 실적 전망치를 보면 성장률은 올해가 최대치를 나타낸다.

최근 목표가를 170만원으로 파격 상향한 KB증권 리포트에서는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수요 급증의 최대 수혜주”라며 “고성장 국면에 진입했음에도 현 주가는 PER 4.3배 수준에 머물러 지금은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인 고성장 가치주로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과연 전통적인 시클리컬 주식으로 올해 주가가 꺾일까, 아니면 AI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출현을 등에 업고 ‘이번엔 다르다’를 증명할까.

SK하이닉스가 여기서 100만원을 다시 뚫고 오르려면 ‘성장주’ 프레임을 입어야 한다. AI의 보편적 확산과 함께 AI 데이터센터가 멈추지 않는 한 수요가 꺾이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며, 엔비디아처럼 장기집권이 가능해야 한다.

물론 ‘이번엔 다르다’라는 말처럼 주식시장에서 위험한 말도 없다. 실제로 AI가 세상을 바꾸고 있고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는 허구가 아니다. 수요는 과연 주가에 다 반영됐을까? 성장 스토리는 진짜인데 성장 속도는 과연.

100만원에 물린 개미는 당연히 끝없는 성장 스토리를 기원하지만, 주가의 향방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AI 혁명이 만들어내는 수요는 실재한다. 시장은 미래의 기대감을 가격에 반영하지만, 강한 믿음이 끝날 때 주가는 빠르게 현실로 돌아올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시클리컬인가, 구조적 성장주인가. 결국 투자자의 선택에 달렸다. SK하이닉스가 과연 “이번엔 다르다”를 증명할 수 있을까. 그 답은 결국, 주가가 아니라 이익이 증명할 것이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