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투자자 울리는 ‘주가누르기방지법’이란?

주식시장에 등록된 회사의 주인이 자기 회사의 주가를 못 오르게 막는다? 한국 증시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있다. 주가가 낮아야 오너일가의 2세, 3세가 세금을 덜 내고 회사를 물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장기간 눌리면서 해당기업에 투자한 소액주주가 장기간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하면서 정치권에서 준비한 제도적 장치가 ‘주가누르기방지법’이다.

‘주가누르기방지법’은 물론 정식 법률명이 아니다. 이 표현은 상장회사의 최대주주가 상속·증여를 앞두고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할 유인을 줄이기 위해, 상장주식의 상속·증여세 평가 방식을 손보려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 논의를 가리키는 정치적·언론적 별칭이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안은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발의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이다.

이 논의가 나온 배경은 현행 세법 구조에 있다. 현재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식의 가치는 상속이나 증여가 발생할 때 기준일 전후 각 2개월간의 평균 시세를 바탕으로 평가된다. 비상장주식은 순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 등을 반영해 평가하고, 경우에 따라 순자산가치의 80%가 하한선처럼 작동한다. 이 차이 때문에 상장사 대주주는 상속 증여시 주가가 낮을수록 상속·증여세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를 갖게 되고, 그 결과 배당·자사주 소각·지배구조 개선 같은 주가 부양 조치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정치권에서 말하는 ‘주가누르기방지법’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이 일정 수준 이하인 상장사에 대해서는 상속·증여세를 단순히 낮은 시장가격으로만 평가하지 말고, 비상장주식 평가 방식에 가까운 과세 하한을 두자는 것이다. 현재 가장 널리 알려진 이소영 의원안은 개인 최대주주의 상속·증여시, PBR 0.8배 미만 상장사의 주식가치를 순자산가치의 80% 수준으로 보도록 하는 방향이다. 즉 주가가 장부가치보다 지나치게 낮더라도 세금은 그 낮은 가격만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도록 막겠다는 취지다.

법안 지지론자들의 논리는 분명하다. 상속이나 증여를 앞둔 대주주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주주환원을 미루고, 자사주와 사내 현금을 오래 쌓아두고, 배당은 낮게 유지하며 경우에 따라 복잡한 계열사 거래나 지배구조 재편을 통해 저평가를 방치하는 유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유인을 약화시키면 저PBR 기업의 주가 정상화 압력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다. 최근 정부·여당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이 이슈를 한국 증시 정상화 과제의 하나로 언급해 왔고 이재명 대통령도 공개적으로 ‘주가누르기방지법’의 신속 추진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만 이 법안은 아직 논란이 많다. 첫 번째 쟁점은 PBR 0.8배라는 기준의 적정성이다. 시장가격은 기업의 자산만이 아니라 업황, 성장성, 유동성, 지배구조 리스크, 수익성 둔화 가능성 등을 모두 반영하는데 단순히 PBR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세법상 평가액을 기계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맞느냐는 반론이 있다. 일부에서는 PBR 0.8배는 너무 낮아 우회 유인이 남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순자산가치로 평가받는다면 PBR 1배가 맞다) 반대로 시세보다 세금 평가액이 더 높아질지는 과세 왜곡이 생긴다는 비판도 동시에 나온다.

두 번째 쟁점은 적용 대상의 문다. 이소영 의원 법안은 기본적으로 상속·증여가 발생하는 최대주주를 겨냥한 제도다. 그래서 “승계가 임박한 일부 기업에만 작동할 뿐, 평소 주가를 장기간 방치하는 일반 저PBR 기업 전체를 바꾸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최근 여당에서는 PBR 1배 미만 기업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의무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 보완 입법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보완안까지 넓은 의미의 ‘주가누르기방지법’ 범주로 묶어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 쟁점은 상속세 완화 논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논의에는 ‘채찍’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부 보도와 해설에 따르면 관련 논의 과정에서 최대주주 할증평가 20% 폐지 같은 완화 방안이 함께 언급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주가 누르기를 막는다는 명분 아래 오히려 대주주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는 결과가 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즉 ‘저평가 유인 제거’라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더라도 실제 제도 설계가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동할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장 반응은 대체로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설계는 더 정교해야 한다”는 쪽이다. 실제로 최근 보완 입법 논의에서는 저PBR 기업의 공시 의무 강화, 거래량이나 유동주식 비율 같은 추가 기준 검토, 상속·증여 시점뿐 아니라 전반적인 기업가치 방치 문제까지 포괄하려는 시도가 함께 거론되고 있다. 한국 증시 저평가가 단지 상속세 문제 하나가 아니라, 지배구조·주주환원·유동성·지배주주 인센티브가 겹쳐 있는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주가누르기방지법’은 “왜 한국의 일부 상장사는 돈도 벌고 자산도 많은데 주가를 굳이 올리려 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제도 논의다. 법안의 직접 타깃은 상속·증여를 앞둔 최대주주의 저평가 유인이며, 핵심 수단은 상장주식의 상속·증여세 평가 방식 변경이다. 다만 이 법은 아직 확정된 제도가 아니라 입법 논의 단계에 있고, PBR 기준·적용 대상·최대주주 할증평가 문제를 둘러싼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단지 업황이나 성장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계속됐다. 충분한 현금과 자산, 안정적인 수익성에도 배당과 자사주 소각, 지배구조 개선에 소극적인 기업들이 적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충돌해도 이를 제어할 장치는 사실상 제한적이었다. 최대주주가 절대적인 의결권 우위를 바탕으로 정관 변경과 이사회 구성을 좌우하고, 소수주주는 기업가치 제고를 요구할 제도적 통로조차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구조가 반복돼 왔다.

이런 점에서 ‘주가누르기방지법’은 단순히 세금 계산 방식을 손보는 논의를 넘어 오랫동안 방치된 저평가의 유인 구조와 소액주주 권익의 취약성을 바로잡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 보완이라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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