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에 실패한 바이오주의 운명은 참혹하다. 나는 주식시장에서 이런 폭락을 너무 많이 봤다.코오롱티슈진이 임상 실패 소식에 연속 하한가를 찍으며 폭락했다. 지난 5월12일 14만9000원의 신고가를 기록했는데, 7월27일 1만5910원이다. -89.3% 하락이다.
고점 대비 -90% 가까운 폭락과 함께, 믿었던 주주들은 대규모 손실을 보게 됐다.
작년 말~올해 초 사이 나도 티슈진을 들고 있었다. 임상이 실패할 거라고 판단했지만 모멘텀을 보고 단기 스윙 투자에 임했다. 2~3개월만 투자하고 나오겠다고 생각으로 매수했고 이후 적당한 수준에 매도했다.
대단한 인사이트를 가지고 투자한 것은 아니었다. 이 기업의 스토리를 잘 알고 있었기에 들어갔는데 티슈진의 변동성은 심장이 내려앉을만큼 컸기에 작은 수익만 내고 말았다.
실패를 예상한 이유는 단순했다. 공개된 임상 자료를 챗지피티와 클로드로 하나씩 검토해봤다. 두 AI는 티슈진의 임상 성공 확률을 낮게 평가했고, 나 역시 성공 확률을 보수적으로 봤다.
하지만 시장에는 티슈진의 임상 성공을 종교에 가까운 신념으로 믿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세계 최초 골관절염 치료제’라는 도전
골관절염의 ‘치료제’, 즉 디모드(DMOAD)는 일라이 릴리나 화이자도 개발 못한 약이다.
한국 바이오 기업의 능력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바이오 기업도 혁신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 다만 전 세계의 대형 제약사와 바이오텍이 반복해서 실패했고 아직 승인 사례가 없는 영역이라면, 개별 후보물질에 특별히 강한 임상 근거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성공 확률의 기준값을 매우 낮게 잡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봤다.
그런데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 코오롱티슈진 경영진이 임상 결과 발표 전부터 상업화 준비와 글로벌 진출 계획을 유난히 적극적으로 알렸다는 사실이었다.
코오롱티슈진 측은 임상 3상 결과가 나오기도 전 상업화 체제를 갖춰나갔다. 미국은 직접 팔고 해외는 기술수출한다는 ‘투트랙’ 전략을 공표했고, MSD 출신 커머셜 전략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해 이사회를 개발 중심에서 판매 중심으로 재편했다. 론자와 생산 계약을 맺어 초기 상업 재고까지 준비했다. 2025년 9월 1225억 원 규모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 회사가 밝힌 자금 용도는 “상업화를 위한 대량 생산자금 확보”였다.
이런 회사 측의 행보는 ‘임상 3상 성공과 품목허가는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고, 이제 상업화만 준비하면 된다’는 인상을 줬다. 주주들에게 확신을 주기 충분했다. 임상이 성공할 지는 아무도 모르는데 회사 측이 “성공한 다음에 무엇을 할 지” 이야기한 것이다.
또 관절 관련 주사제의 임상시 대조군의 위약 효과가 커서 유효성 입증이 어렵다는 한계도 맘에 걸렸다.
이 문제는 골관절염 임상의 오래된 골칫거리로 꼽힌다. 무릎에 주사를 맞는다는 행위 자체가 환자에게 강력한 기대를 만드는 것이다. 환자들은 자신이 신약을 맞았는지, 생리식염수를 주입받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병원에 가서, 무릎을 소독하고, 초음파를 대고, 바늘이 들어가고 의료진이 경과를 묻는다. 이 과정 전체가 통증 인식에 영향을 준다.
게다가 골관절염의 1차 평가지표인 VAS(통증시각척도)와 WOMAC(골관절염 증상평가지수)은 둘 다 환자가 자기 느낌을 점수로 보고하는 주관적 지표다. 객관적 수치를 재는 게 아니라 “얼마나 아프세요?”를 묻는 것이다.
그래서 임상약 투여군이 호전되더라도 위약군이 비슷한 폭으로 좋아지면 약물의 추가 효과를 입증하지 못할 수 있다. 임상시험이 묻는 것은 투여 전후의 변화가 아니라, 그 변화가 위약군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큰지 여부다.
여하튼 이런 저런 리스크를 고려해 장기 보유보다는 짧게 대응하는 편을 택했다.
글로벌 제약사도 넘지 못한 벽
미국의 메가 파마인 화이자와 일라이 릴리도 골관절염 신약 개발에서 쓴맛을 본 전례가 있다. 타네주맙(Tanezumab)이라는 약이다. 강력한 통증 억제 효과로 주목받았다.
타네주맙은 신경성장인자(NGF)를 억제해 통증 신호가 뇌로 전달되는 것을 막는 항체 의약품이다.
그런데 2010년 임상 과정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됐다. 일부 환자에게서 관절이 급속히 파괴돼 인공관절 치환술이 필요해지는 사례(급속진행성 골관절염)가 나타난 것이다. FDA는 즉시 임상 중단을 요청했다.
화이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2013년 릴리와 전 세계 공동개발·공동상업화 계약을 맺고 자금과 인력을 다시 투입했다. 2015년 FDA가 방대한 비임상 데이터를 검토한 뒤 개발은 재개됐다. 그리고 2018년과 2019년, 후기 임상에서 일부 용량군과 주요 시험에서 통증과 기능 개선이 통계적으로 확인돼 허가 신청 단계까지 갔다.
그럼에도 승인받지 못했다.
2021년 3월, FDA 관절염 자문위원회와 약물안전위해관리 자문위원회는 합동 회의에서 19대 1로 반대 의견을 냈다. 효과는 인정했지만 관절 파괴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해 10월, 화이자와 릴리는 전 세계 임상 프로그램을 완전히 중단했다.
15년 동안, 20건의 1~3상, 수천 명 넘는 피험자가 참여했다. 세계 최대 제약사 두 곳이 그렇게 자금을 쏟아붓고도 실패했다. 타네주맙의 개발 중단은 당시 제약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코오롱티슈진의 목표는 훨씬 더 크다. 타네주맙이 통증만 줄이는 진통제라면 TG-C의 목표는 디모드(DMOAD)다. 디모드란 단순히 통증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연골, 뼈, 활막 등 관절 조직에 작용해 질병의 자연 경과를 바꾸는 진짜 골관절염 치료제를 말한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디모드는 단 한 번도 승인된 적이 없다. 성공한다면 대단한 일이겠지만 그만큼 성공 확률은 보수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임상 결과가 말해주는 것들
이번 티슈진의 임상(ACTiVION-II)은 미국 27개 기관에서 무릎 골관절염 환자 53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환자들은 TG-C 투여군과 위약군에 2대 1로 무작위 배정돼, 초음파 유도 하에 무릎 관절강에 단 한 차례 주사를 맞았다.
위약군이 맞은 것은 생리식염수였다.
7월 20일 공개된 12개월 시점 탑라인 결과는 다음과 같다. 결과를 요약하자면, 안타깝게도 생리식염수를 투여한 위약군 통증 평균개선폭이 TG-C보다 소폭 더 컸다.

표에 나타난 수치를 보면 VAS 통증 지표에서는 위약군의 개선 폭이 TG-C군보다 오히려 0.5점 컸다. WOMAC 기능 지표에서는 TG-C군이 위약군보다 1.07점 더 개선됐지만 차이는 매우 작았다. p값은 각각 0.8322와 0.5701로, 사전에 정한 유의 수준인 0.05를 크게 웃돌았다. TG-C가 위약보다 우월하다고 판단할 통계적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p값 0.5701은 두 군에 실제 차이가 없다는 가정 아래에서도 이번에 관측된 것과 같거나 더 극단적인 차이가 비교적 흔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95% 신뢰구간이 -4.75에서 +2.62로 0을 포함한다는 점도 같은 결론을 보여준다. 이 데이터만으로는 TG-C가 위약보다 낫다고 말할 수 없고, 효과의 방향도 확정하기 어렵다.
회사 측은 TG-C군의 개선 폭은 과거 임상과 비슷했지만 위약군이 예상보다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비만치료제 사용에 따른 체중 감소나 팬데믹 이후 활동량 변화 등이 원인으로 거론됐지만, 이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가설이다.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이런 요인이 실제로 양쪽 환자 군에 다르게 작용했는지 알 수 없다.
이번 시험에서는 공동 1차 평가지표인 VAS와 WOMAC뿐 아니라 주요 2차 평가지표도 충족하지 못했다. 사전에 정해둔 어떤 기준에서도 위약보다 낫다는 근거를 얻지 못했다는 뜻이다.
회사가 긍정적인 신호로 제시한 것은 인공관절 치환술 비율이었다. TG-C군은 310명 중 2명인 0.6%, 위약군은 151명 중 8명인 5.3%로, 비율상 약 8.8배 차이가 났다. 회사는 이를 질환 진행 억제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이터로 해석했다. 다만 전체 사건 수가 10건에 불과해 이 숫자만으로 구조개선 효과를 결론 내리기는 쉽지 않다.
분석이 확신으로 바뀔 때
호재와 악재 사이의 롤러코스터가 반복되는 동안 믿음을 가진 바이오주 주주들은 끊임없이 희망회로를 돌린다.
주주는 무지하지 않다. 어설프게 투자하는 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깊은 공부를 하신 분들이다. 박사급으로 정통한 분들도 계신다.
실제 주주가 쓴 코오롱티슈진의 임상 성공 가능성, 또는 성공 확률에 대한 분석은 놀라울 정도로 집요하고, 사안을 깊이 파고들고 있다. 논문을 읽고, FDA 가이드라인을 인용하고, 경쟁 약물의 임상 설계를 비교한다. 웬만한 애널리스트 리포트보다 깊고 또 방대한 내용이다.
예전에 한 코오롱티슈진 주주가 작성한 TG-C가 디모드 입증에 실패할 경우에도 진통제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요지의 장문을 보았다. 나는 그 분석을 챗지피티와 클로드에 붙여 논리적 허점을 찾아내게 했다.
AI의 답변은 “너무 많은 긍정적 가정이 연속해서 들어가 있다”고 답변했다. FDA가 진통제 적응증을 받아준다면(가정 1), 그 데이터로 별도 3상을 다시 안 해도 된다면(가정 2), 보험사가 급여를 인정한다면(가정 3), 기존 진통제 대비 가격 경쟁력이 있다면(가정 4), 의사들이 처방을 바꿔준다면(가정 5)…모든 희망적인 가정이 전부 실현되는 시나리오에서만 현실화 가능하다는 것이다.
각 단계의 실제 확률을 알 수 없고 사건이 서로 독립적이라는 보장도 없다. 단순하게 각 가정별 확률을 정말 후하게 70%씩 잡아도, 다섯 개를 다 통과할 확률은 17% 미만이다. 여러 개의 그럴듯한 가정을 모두 연결하면 최종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져 버린다.
그런데 일반 투자자들이 이런 주주의 분석을 읽어보면 ‘전부 다 말이 되는 이야기’로 보인다. 마치 설사 임상에 실패하더라도 진통제만으로 조단위 시장이 열리는 것처럼 보인다. 관심은 확신이 되고, 큰 돈을 넣게 된다.
그리고 결과는 -90% 폭락이었다. 물론 폭락을 딛고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투자자들이 입은 큰 피해를 생각할 때 바이오주 투자에서는 확신이 자주, 위험하고도 무서운 함정이 된다.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은 계좌는 5년전, 10년전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투자자에게 가장 필요한 의심이, 이토록 공부를 많이 하고 강한 확신을 갖게 된 투자자에게는 없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아름다운 스토리, 냉정한 결말
티슈진이라는 회사의 창업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를 잊을 수가 없다.
이 회사는 코오롱 이웅열 명예회장과 이관희 박사의 고등학교 시절 인연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신일고 동문인 두 사람은 이후 이웅열은 고려대 경영학과로, 이관희는 서울대 의대에 각각 진학했다.
정형외과 의사이자 인하대 의대 교수가 된 이관희 박사는 1990년대 중반, 하나의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일명 ‘육손이’ 다지증 환자에게서 절단한 여섯 번째 손가락에서 관절 및 연골 세포를 채취해 치료제로 만들면 관절염을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발상이었다.
이웅열 회장이 이 아이디어를 지원하기로 했고 인하의대와 코오롱의 공동연구가 시작됐다. 1993년부터 10년 넘게 연구자금이 들어갔다.
그리고 1999년 6월,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를 본격적으로 상업화하기 위해 미국 메릴랜드에 티슈진(지금의 코오롱티슈진)이 세워졌다.
회사는 순항했고 2017년 11월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는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국산 1호 유전자 치료제. 30년 가까운 집념의 결실처럼 보였다.
하지만 성분 문제가 터지며 연쇄 하한가 사태가 벌어진다.
2019년, 인보사의 주성분이 허가받은 연골유래세포가 아니라 신장유래세포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품목 허가는 취소됐고, 주식은 거래 정지됐다. 그때까지 약 3700명이 이 약을 투약받은 뒤였다.
당시 소액주주는 5만 9445명, 지분율은 36.66%에 달했다. 상장 폐지 문턱까지 갔던 이 주식은 사망 직전에 회생하며 2022년 10월 3년5개월 만에 거래 재개됐다.
한국 식약청은 티슈진과 소송전을 벌였지만 미국 FDA는 티슈진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줬다. 2020년 4월 미국 임상 재개가 허가되면서 회사는 되살아났고, 이것이 이번 3상 기대감의 뿌리가 됐다.
그리고 2026년. 우리가 알고 있는 연쇄 하한가 사태가 다시 발생했다. 아름다운 스토리에서 시작된 신약 개발의 꿈과 투자 판단은 별개였던 것 같다.
바이오주 투자, 확신이 위험한 이유
코오롱티슈진의 궁극의 골관절염 치료제 ‘디모드’를 개발한다는 목표는 도전할만한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디모드가 단 한번도 승인된 적 없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분야였는데, 이를 거의 성공이 임박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점은 이상했다.
성공 확률에 대해 주주들이 확신을 가졌다 해도 회사는 보수적인 포지션을 취해야 했다고 본다. 임상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실패 가능성과 불확실성에 대한 얘기도 했어야 한다. 특히 예전에 성분 논란으로 주주들을 크게 실망시켰던 코오롱티슈진이 아닌가.
창업 이야기는 아름다웠다. 연구자의 발상과 수십 년간 이 연구를 지원한 기업인의 집념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신약 개발에는 항상 실패 리스크가 따른다.
바이오주 투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많이 공부하고 논문을 읽고 파고들고, 데이터를 분석한 끝에 확신을 가진 사람에게도 위험할 수 있는 투자다. 확신은 종종 의심을 압도하게 되고, 그 순간 균형 감각이 무너지게 된다.
이번 폭락으로 큰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누구보다 논문을 읽고, 자료를 찾고, 밤늦게까지 공부했던 사람일수록 상실감이 클 수 있다. 그런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니다. 다만 노력이 반드시 투자의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 곳이 주식시장인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공부를 안 하면 더 매서운 가르침을 받게 되는 곳이긴 하다.)
부디 이번 손실이 한 사람의 투자인생을 무너뜨리거나 자존감을 망가뜨리지 않았으면 한다. 시장에 오래 머문 사람 중에 큰 실패를 겪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한 기업을 이토록 깊게 분석하며 투자한 경험과 교훈은 다른 투자 판단을 내릴 때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티슈진 측도 지난 26일 홈페이지에 노문종·전승호 대표 명의로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주주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과문으로 위로가 되진 않겠지만,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폭락을 경험했을 주주분들에게 조심스럽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2026.7.27 라이프머니[LifeMon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