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4% 급락, 시장을 흔든 ‘3가지 악재’ 긴급 점검

‘AI 강세장’은 이대로 저무는 것일까. 아니면 일시적 조정일까. 미국 증시와 한국 증시가 나란히 급락하면서 투자자 불안이 커졌다. 흔들리는 투자 심리를 잡기 위해 최근 증시 하락을 초래한 악재들을 하나씩 냉정하게 분석해보겠다.

5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지수는 전일대비 1121.53포인트(4.18%) 큰 폭 내렸다. 마이크론이 13.3% 급락했고 인텔 11.3%, 엔비디아 6.2%, 브로드컴은 7.9% 각각 떨어졌다.

앞서 같은 날 코스피는 5.54% 폭락했고 장 초반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6.4%, 9.8%씩 하락 마감했다.

한국 증시에서는 외국인 매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개인이 매수에 나섰지만 주가 폭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금요일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 마감한 가운데 월요일 시장이 열리기까지 약 50시간. 투자자들은 불안한 주말을 맞게 됐다.


첫 번째 악재: 과도하게 높던 브로드컴 실적 기대치 

AI 기술주 하락의 방아쇠를 당긴 건 브로드컴이다. 지난 6월 3일 장 마감 후 발표된 실적은 숫자만 보면 나쁘지 않았다. EPS(주당순이익)는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를 상회했고, AI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143% 급증했다. 문제는 가이던스(회사 측 실적 전망치)였다.

브로드컴은 3분기 AI칩 매출 전망을 160억 달러(전년비 200% 성장)로 제시했는데, 이 수치가 시장이 기대했던 172억 달러에 7% 못 미쳤다. 연간 AI 칩 매출 목표 560억 달러 역시 기대치였던 576억 달러를 하회했다.

즉 회사 측에서 3분기 AI 칩 매출이 200% 증가할 거라고 전망했는데, 월가에서 200% 성장이란 수치에 실망을 표명한 것이다.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200% 그 이상을 기대한 것이다. 객관적 수치가 고성장이어도 기대치에 못 미치자 주가가 폭락한 셈이다.

실적 발표 다음날 브로드컴은 15% 급락했다. 브로드컴 여파에 AI 관련주가 모두 줄줄이 하락했으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5% 이상 급락했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마이크론도 브로드컴 쇼크에 충격을 받으며 이틀간 각각 9.2%, 13.3%씩 폭락할 수밖에 없었다.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업종의 펀더멘탈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니었다.

말하자면 브로드컴 실적 실망감은 버블 붕괴의 조짐보다는 ‘과한 기대가 단기 조정으로 이어진 사건’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브로드컴 실적에 대한 시장 실망감을 ‘AI 펀더멘탈 훼손’으로 보는 건 확대 해석이 아닌가 싶다. 다만 주가가 워낙 급등한 상황에서 투심은 작은 악재에도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단기 급등 부담이 있던 차에 가이던스가 비공식 기대치(whisper number)를 못 채우면서 나타난 교과서적 급락인 것이다. 이런 일은 월스트리트에서 종종 있는 일이긴 하다.


두 번째 악재: 고용지표와 금리 인상 공포

브로드컴 실적에 기름을 부은 건 고용지표였다. 6월 5일 발표된 5월 비농업 고용은 17만2000명으로, 예상치였던 8만명의 두 배를 웃돌았다. 고용이 좋다니 원래는 경기가 튼튼하다는 좋은 소식이어야 하는데 시장에서는 악재로 받아들였다.

전형적인 ‘good news is bad news'[좋은 소식이 곧 나쁜 소식] 케이스다. 경제 지표가 좋게 나오는 게(good news) 오히려 시장엔 나쁜 결과(bad news)를 만든다는 역설로, 고용이 좋으니 연준(Fed)이 금리를 못 내리고 오히려 올릴 수 있어 악재라는 것이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3.5~3.75%다. 연준은 최근까지 금리를 내리는 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유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에 고용지표 호조가 겹치자 연준이 금리를 못 내리는 걸 넘어 인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시장은 고용지표 호조를 즉시 ‘금리인상 공포’로 받아들였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미 4.54%로 상승했으니 시장 금리는 4.5%대인 것이다. 높은 금리는 고밸류 성장주에 명백한 악재가 된다.

연준은 물론 고용지표 하나만 보고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는다. 고용과 물가, 경기 전반을 모두 고려한다. 지금 상황에서 문제는 물가다. 유가 상승에 최근 물가가 3%대로 2년여 만에 최고치에 달하는데 고용지표 호조가 나오자 시장이 과민반응한 것이다.

관건은 6월 16~17일 예정된 다음 FOMC(연방 공개시장위원회)다. 새 연준 의장 케빈 워시의 첫 번째 회의다. 시장은 새 의장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하고 있다. 그는 금리 인하를 지지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지만 고용+물가가 겹친 지금 상황에서 어떤 메시지를 낼 지 알 수가 없다.

만약 6월 FOMC에서 워시가 “인상은 없다”고 선언하면 최근 주가 하락분의 상당 부분은 회복될 것이다. 다만 지금 시장은 불확실성을 선반영하는 중이라, FOMC 이후에는 오히려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현실적으로 워시가 첫 회의인 6월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금리 인상에 앞서 10일 발표되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에 따라 시장이 빠르게 진정될 가능성도 있다. 4월 CPI는 3.8%로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만약 5월 CPI마저 높게 나온다면 고용 서프라이즈와 물가 고공행진이 겹치며 큰 악재가 될 것이다. 다만 물가에 큰 변수가 됐던 유가는 5월 이후 진정 흐름에 접어들었다. 에너지 가격 안정이 5월 CPI를 끌어내린다면, 6월 10일 CPI 발표가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지금 주가 하락이 고통스럽지만 AI 펀더멘탈보다도 금리 인상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투매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 FOMC까지는 불확실성이 이어지겠지만 워시의 첫 회의, 그리고 첫 기자회견에서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 기다려야 한다. 다만 연준이 금리에 대한 입장을 급격하게 바꾸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갑자기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세 번째 악재: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사실 자체 

가장 기본적이면서 당연한 악재가 하나 더 있다. 주가가 단기간에 너무 급하게 올랐다는 점이다.

코스피 지수는 작년 말 4214.17에 마감했으나 올해 8800까지 돌파했다. 3월31일 311달러였던 마이크론은 6월3일 약 두 달 만에 1089달러까지 폭등했다. 브로드컴도 연초대비 40% 오른 상태였다.

단기 급등은 기대감을 먹고 오른 주가인데, 작은 실망도 거품에는 찬물을 끼얹는다. 브로드컴은 가이던스가 시장 기대치에 7% 미달했다는 이유로 주가가 하루만에 15%, 이튿날 8% 급락했다. 완벽한 이상향에 금이 가는 순간 실망 매물이 쏟아진 탓이다.

찰스 킨들버거는 말했다. 버블의 정점에서는 아주 작은 촉매가 전체 심리를 뒤집는다고. 지금이 그 순간일까? 아니면 건강한 조정일까? 투심이 만들어가는 요즘 시장이 버블의 정점을 끝내고 내려오는 것인가, 단기 조정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킨들버거는 버블의 붕괴는 강세장이 모두 끝난 뒤에만 사후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강세장은 무서운 조정을 거치며 오른다:악재를 냉정하게 보기

세 가지 악재를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있다. 모두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 자체를 부정하는 요소는 아니라는 점이다.

브로드컴의 AI 매출은 200% 성장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데이터센터 투자도 꺾이지 않았다. 연준이 실제로 금리를 올릴 거라는, 또는 올렸다는 뉴스도 없다.

지금 시장을 움직이는 건 AI 산업 펀더멘탈의 변화가 아니라 공포다. 그렇다고 공포가 실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포는 투매를 낳고, 투매는 또 투매를 낳는다.

특히 초보 투자자가 다수 진입한 한국 시장의 경우 투매가 쏟아질 때마다 주가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 뒤늦게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산 투자자는 폭락에 놀라 주식을 팔게 된다.

결국 투자자는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얻어야 한다.

지금 시장이 폭락하는 것이 AI 수요 감소 때문인지, 지나치게 높아진 기대가 조정되는 과정인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나에게는 AI 산업의 성장에 대한 확신이 얼마나 있는가’를 스스로 질문해봐야 한다.

강세장의 끝은 공포 속에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모든 공포가 강세장의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강세장은, 중간 중간 무서운 조정을 거쳐가며 올랐다.

이번 공포는 강세장의 끝을 알리는 신호일까, 아니면 늘 그랬듯 또 하나의 조정일까.

 

2026.6.5 라이프머니[Life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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