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은 왜 뉴욕타임즈에 투자했을까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뉴욕타임즈에 투자했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은 고개가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버핏은 왜 ‘구닥다리 사양산업’ 취급을 받는 신문사에 투자했을까? 본인이 신문 산업은 이제 끝났다고 선언했는데, 왜 다시 신문일까.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해 4분기(버핏이 CEO로 있던 마지막 분기)에 뉴욕타임즈(NYT) 주식 506만5744주를 매입했다. 작년 말 기준 주식 평가액은 3억5166만 달러로 뉴욕타임즈 지분의 약 3%에 해당된다.

이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막대한 투자금을 고려할 때 전체 포트폴리오의 약 0.1%에 불과한 규모다. 하지만 버핏이 앞서 “신문산업은 끝났다(toast)”라고 선언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었다. 

약 5년 전 버핏은 광고수익 감소가 신문 산업을 독점에서 프랜차이즈로, 다시 경쟁 산업으로 만들었다며 신문산업은 이제 끝났다고 평가했다. 이에 2020년 버크셔는 보유 중이던 31개 신문사(오마하 월드-헤럴드, 버팔로 뉴스 포함)를 리 엔터프라이즈에 1.4억 달러에 매각 처리했다. 

그 이후 5년 만에 뉴욕타임즈에 다시 3.5억 달러를 베팅한 것이다. 보통의 가치투자자라면 버핏의 뉴욕타임즈 투자가 언뜻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언론에서 15년간 일했던 나에게는 버핏이 얼마나 신문 산업을 깊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사건이다. 


신문의 위기, 그리고 AI의 공습 

전세계 신문 산업은 이미 20여년 전부터 위기였다. 신문의 문제는 생산하는 제품(뉴스)을 판매하는 수익으로는 신문사를 운영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러나 저널리즘을 운영하는 데는 막대한 인건비가 들어간다. 때문에 신문사는 광고+협찬 수익으로 부족한 구독 수익을 벌충하는 구조를 갖게 됐다. 

그러나 광고 수익은 신문 판매에 따른 직접 수익이 아니라 간접 수익이라는 문제가 있다. 즉 신문 산업의 수익 구조는 시작부터 왜곡돼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 언론의 경우 훨씬 심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에서 온라인 뉴스가 무료로 공급되기 시작했고 독자들은 뉴스=공짜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종이 신문도 마찬가지다. 1년 구독하는 구독료가 18만원이면 10만원 백화점 상품권을 주는 식이다. 뉴스를 무료로 주되 광고 및 협찬 수익으로 돈을 번다. 

문제는 이 같은 비즈니스 구조가 신뢰가 생명인 저널리즘 자체를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특정 신문사가 어떤 기업에서 광고를 받았는데 그 기업을 제대로 비판할 수 있을까? 돈을 많이 주는 곳은 핵심 광고주가 되고 저널리즘은 이에 종속된다. 기자들은 돈을 주지 않는 곳, 돈을 적게 주는 곳을 비판하고 광고주는 보호하는 쪽으로 기사를 쓰게 된다. 신문사가 조직 확장을 거듭해 언론 재벌로 거듭나면 날수록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니 이 같은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네이버(NAVER)와 다음(DAUM) 포털이 등장한 뒤에는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독자들은 네이버에서 뉴스를 읽을 뿐 특정 신문사 사이트로 들어오지 않게 된 것이다. 언론사들은 포털에 종속되는 걸 알면서도 네이버, 다음에게 온라인 광고비를 받는 계약으로 대응했다. 수익은 트래픽에 연동됐기에 단편적이고 선정적인 뉴스가 포털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말초적이고 재미있는 뉴스를 더 많이 클릭했고, 이는 신문사 수익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AI의 등장으로 약 2년 전부터 포털과 함께 언론사들은 또 다른 위기를 만났다. 이제 사람들은 네이버를 찾지 않고 AI에 직접 질문하게 된 것이다. 포털은 물론 개별 신문사 사이트 트래픽은 올 들어 눈에 띄게 추락하고 있다. 클릭수의 하락과 함께 광고수익 또한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줄어드는 광고수익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언론의 본질이자 거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는 영향력을 점점 잃어버리게 됐다는 것이다. 


극적인 위기를 기회로… NYT의 디지털 유료화 전환 

2000년대 초반 미국 신문 업계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당시 신문사들은 이미 온라인 뉴스를 무료로 공급하고 광고 수익으로 매출을 대신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경기가 악화되자 광고 수익이 폭락했고 언론 산업의 뿌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즈도 2008년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광고 시장이 붕괴하며 매출이 급락했는데 당시 2007년 완공한 뉴욕 맨하탄 신사옥 건설 비용이 너무 컸다. 금융위기로 기업 대출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2009년 1월 뉴욕타임즈는 멕시코 통신 재벌 카를로스 슬림으로부터 연 14%라는 살인적인 금리에 2억5000만 달러를 긴급 차입했다. 신사옥 건물 지분 일부를 2억2500만달러에 매각하고 그 공간을 임차해 사용하는 세일 앤 리스백을 실시했다. 팔 수 있는 자산을 모조리 팔아치우며 겨우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존폐 위기까지 갔던 뉴욕타임즈는 이후 논란 속에 2011년 3월 ‘디지털 유료화’를 도입했다. 당시 미국 언론계에서 뉴욕타임즈 유료화는 굉장히 논쟁적인 이슈였고 실패할 거란 관측이 많았다. 누가 돈을 내고 뉴스를 읽겠느냐는 조롱 속에, 광고 만으로 높은 수준의 저널리즘을 유지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내려진 결정이었다.  

초기에는 완전 유료화가 아닌 미터제로 월 20건까지는 무료, 그 이상의 뉴스는 유료로 제공했다. 처음부터 전면 유료화를 시도할 경우 트래픽이 급감해 광고 수익마저 죽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디지털 유료화의 초기 성과는 미미했지만 2017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가입이 급증하며 구독자수 260만명을 돌파했다. 이후 코로나19 일명 팬데믹 특수로 구독자수가 670만명에 달하게 됐다. 버핏의 투자가 이뤄진 지난해 4분기 기준 뉴욕타임즈의 구독자수는 1280만명에 도달했다.

2008년에는 전체 매출의 60% 이상이 광고에서 나왔다. 2025년 기준 뉴욕타임즈의 광고 매출 비중은 22%로 하락했고 구독 매출이 전체 매출의 77%(19.5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게임, 요리 등 새로운 서비스를 뉴스에 붙이면서 번들(묶음) 및 멀티프로덕트 구독자가 전체의 51%를 돌파하며 과반을 넘어섰다. 뉴욕타임즈의 공식 구독자수 목표는 2027년 말까지 1500만명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브랜드, 그리고 깊은 해자 

1)구독 경제라는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 

2011년 유료화 도입 당시 미디어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뉴욕타임즈가 ‘온라인 뉴스를 누가 돈 주고 보겠는가?’라는 편견을 뒤엎는데 10년이 걸렸다. 초기 구독자수 증가 속도는 느렸지만 스마트폰 보급으로 디지털 결제 앱 결제가 일상화된 것이 유료 구독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1280만명의 강력한 구독자수를 확보한 뉴욕타임즈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제 취약한 광고 매출을 주 수익원으로 하는 다른 신문들과 차원이 다른 해자가 됐다. 뉴욕타임즈의 구독자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 존재하며 ‘양질의 뉴스는 돈 내고 보는 것’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2)뉴욕타임즈 플랫폼 위의 다양한 서비스 번들로 일상을 장악 

뉴욕타임즈는 뉴스에 Games(Wordle·크로스워드 등), Cooking, The Athletic을 묶은 번들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람들은 뉴욕타임즈 사이트에 들어와 뉴스를 읽다가, 매일 새롭게 올라오는 크로스워드 퍼즐을 풀고, 요리 레시피를 들여다보고, The Athletic에서 어젯밤 경기 분석 기사를 읽는다. (Wordle은 뉴욕타임즈에서 매일 하나씩 올라오는 5글자 단어 맞히기 게임이다)

이것은 버핏이 오랫동안 이야기해온 ‘일상에 뿌리내린 콘텐츠’ 즉 습관을 잡은 디지털 뉴스 플랫폼의 모습이다. 코카콜라, 질레트와 마찬가지로 뉴욕타임즈가 아침에는 워들을 풀고, 저녁에는 스포츠 뉴스로 구독자들의 하루에 스며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3)AI 시대의 역설, 믿을 수 있는 뉴스라는 해자 

AI 생성 콘텐츠가 범람하고 무료로 제공되는 뉴스의 신뢰도가 갈수록 하락할수록 뉴욕타임즈의 브랜드 가치는 역설적으로 더 높아지게 됐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믿을 수 있는 뉴스를 제공하고 권위 있는 편집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화의 핵심이다. 

앞으로는 더 많은 가짜 뉴스, 진짜 같은 가짜 영상과 그런 내용을 그대로 받아쓰는 신문 기사가 더 많아질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미 AI 제작 사진을 무분별하게 가져다 쓴 언론 기사가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신뢰’라는 보이지 않는 자산을 선점한 뉴욕타임즈의 가치는 점점 더 커질 것이다.  

4)뉴욕타임즈가 글로벌 No. 1이 된 이유  

뉴스를 구매하는 독자의 돈으로 만든 공정한 뉴스를 판매한다는 것, 이것은 사실 모든 언론 그리고 기자들이 아주 오랫동안 꿈꿔왔던 목표다. 

광고 수익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 진짜 독자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으로 만든 뉴스를 판매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신문사에서 일하다 보면 얼마나 많은 뉴스가 그저 돈에 의해 생산되는지를 알게 된다. 돈이 많은 기업이나 정치권력을 상대로 싸울 때 언론이 결코 약자의 편이 아니다. 진짜 독립된 언론의 목소리는 그 신문이 오직 독자의 구독료로 운영될 때 가능하다. 하지만 그건 지금까지 대부분의 나라에서 불가능한 모델이었다.  

그 꿈을 실현한 것이 뉴욕타임즈다. 물론 구독 모델에 성공한 다른 미디어로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즈, 이코노미스트지가 있다. 하지만 특정 지식인이나 투자자, 경제인이 아닌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미디어 중에는 뉴욕타임즈가 유일한 글로벌 No. 1이다. 


코카콜라, 질레트 그리고 뉴욕타임즈 

버핏이 버크셔 해서웨이의 뉴욕타임즈 투자를 직접 결정한 것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일각에서는 버핏이 결정한 것이 아닐 거라는 견해도 있다. 어쨌든 버핏이 버크셔 해서웨이 CEO에서 물러나기 직전 분기 집행한 마지막 포트폴리오 변화였다. 

혹자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AI 시대에도 신문을 사랑했던 버핏이, 그 오랜 세월 변하지 않고 사랑받는 브랜드인 뉴욕타임즈를 마지막으로 선택했을 거라 얘기하기도 한다. 

사실 나는 신문사 출신이고, 한국 언론의 비즈니스 모델이 갖는 한계를 현장에서 절절히 느끼곤 했다. 한국 언론이 몸집을 불리면 불릴수록 더 많은 돈이 필요해졌고, 수익 구조 왜곡은 점점 더 심해졌다. 그리고 기자들이 생산하는 뉴스는 점점 더 진실과 공정으로부터 멀어졌다. 수 십 여 개 언론사가 똑같은 뉴스를 기계적으로 찍어내고, 해야 할 말을 할 수 없는데 그것이 과연 언론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제 새로운 변수, 전혀 예상치 못했던 변수인 AI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더더욱 뉴스를 읽지 않게 되었다. 뉴스가 AI가 생산하는 콘텐츠에 비해 차별화된 특별함을 갖지 못했다면 더 빠르게 도태될 것이다. 이미 기성 언론은 트래픽의 가파른 감소를 경험하면서 그 원인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다.  

AI 공습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이 공세를 이겨내고 살아남는 뉴스는 결국 더 강해질 것이다.

따라서 버핏은 마지막으로 낡은 신문에 대한 향수에서 뉴욕타임즈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AI 시대에도 살아남을 강한 뉴스 브랜드를 선택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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