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급락장에서 매수한 미국주식 AMD가 한 달 만에 50% 수익률을 기록했다.
중동 정세 악화로 미국 증시가 연일 하락했는데, AMD의 낙폭이 유난히 두드러졌다. -30% 하락했다. 그래도 AMD가 엔비디아와 경쟁하는 칩메이커인데 단기간 너무 빠졌다고 봤다.
이 정도 낙폭은 전쟁 이슈가 완화되면 회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전고점(267달러)을 설사 회복하지 못하더라도 반등은 충분히 가능할 수 있을 것 같아, 203달러에 80주를 매수했다. 약 2300만원 투입.
당시 한미 증시가 동시에 폭락했지만 나에겐 현금이 별로 없었다. 미국 주식계좌에 있는 달러 일부로 AMD와 다른 낙폭과대주를 소량 담았다.
4월 중순 현재 휴전 분위기가 고조되며 AMD는 날개 단 듯 상승했다. 4월22일 기준, 203달러에 매수한 AMD가 300달러를 돌파하고 환차익까지 붙어 50% 수익률을 누적했다.
어찌 보면 “공포에 사라”는 교과서적인 교훈을 따른 것인데…이게 과연 내 실력인가? 솔직히 말해 기업 분석도 하지 않고 공포에 줍줍한 것은, 내 실력이 아니다.
운과 실력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투자자의 가장 큰 적이다.
지금은 미국 증시도, 한국 증시도 강세장이다. 이런 시장에서는 투자자의 절반이 돈을 번다. 이렇게 좋은 장에서 주식에 처음 입문했거나, 돈이 불어나고 있다는 벅찬 마음에 들떠 있는 사람들은 다음 번에는 크게 잃을 수 있다.
여의도의 펀드매니저들을 다년간 관찰한 결과, 펀드 수익률이 좋아지고 연봉이 올라가는 것 못지 않게 기쁨을 주는 요소가 있었다.
바로 “내 판단이 옳았다”는 걸 주가가 증명해 줄 때. 내 예상이, 전망이 맞았을 때의 기쁨은 돈 버는 기쁨을 능가할 정도로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후확신편향일 뿐이다. “내가 알고 있었다”는 착각은 말 그대로 착각일 뿐. 살 때는 그냥 ‘많이 빠졌네’하고 산 거지 무슨 근거가 있었던 게 아니다. 그런데 나중에는 “내가 AI산업의 미래 성장성을 믿었다”며…별별 이상한 스토리와 설명용 인사이트가 거꾸로 만들어진다. 직관으로 산 걸 분석으로 합리화하게 된다.
이런 것이 한 두 번 쌓이면, 그 다음 번에는 근거 없이 크게 베팅하고 큰 손실로 돌아온다. 우연이 위험이 되는 것이다.
주식시장은 한 두 번의 베팅 결과로 실력을 판단할 수 없는 복잡하고 심오한 곳, 만용을 부리는 자에게 수익을 허락하지 않는 곳이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검고 푸른 물이 파도치는 바다다.
그나마 3~4월 변동성 장세서 잘 한 일이 있다면 패닉 매도에 나서지 않은 것이다.
바닥에서 현금을 조금 들고 있었고, 매수에 나선 것도 결과적으로 좋은 일이 되었다.
운도 크게 따라줬다. 사실 미국 증시의 대장주 엔비디아는 최근 상승폭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 AMD를 고른 것, 그리고 호재가 겹친 것도 다 운이 좋았던 일이다.
최근 월스트리트는 5월5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AMD의 목표가를 줄줄이 올렸다. 또 메타, 오픈AI와 대규모 공급계약 소식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우연은 두 번은 발생하지 않으니, 앞으로는 기업 분석 없이 싸다고 섣불리 줍지는 말아야 한다.
폭발적으로 반등하는 AMD를 보며, 미국 주식시장이 가진 힘에 놀라게 된다.
역사적으로 어떤 타이밍에 샀어도 오래 들고 있으면 결국 이기는 시장. 개별 종목 분석보다는 그냥 시장에 있는 것 자체가 알파인 시장.
한국 주식 계좌에서는 15년을 투자하며 전 종목이 플러스인 적이 거의 없었는데..
워런 버핏도 사후에 S&P500, 미국 지수에 투자(90%는 인덱스에 투자하라)해 달라고 했다. 그는 말했다.
“나는 일반 투자자가 주식을 고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 최고의 투자 대가가 한 조언이 이것이다.
다시 결론으로 돌아오면, 주식시장에서 가장 비싼 대가는 손실이 아니다. 우연히 번 돈을 실력이라 믿게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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