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0만원대 잡았는데 괜찮을까요? 사자마자 마이너스라 불안하네요. “
최근 지인으로부터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 주식투자 안 하시던 분이다. 삼성전자 주가 향방을 내가 어찌 알까. 삼성전자 관련 글을 사골국물 끓이듯 쓰고 또 썼던 나지만 투자 조언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파죽지세로 오르던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조정을 받으며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시장에 입성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26일 22만8500원의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후 중동 지정학적 위기에 변동성 큰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짧은 조정기가 도래하며 19~20만원대 주식을 산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주로 주린이(초보 투자자)들이다.
삼성전자 주식의 1년 수익률은 228.5%다. 1년 전 6만500원이었는데, 지금 20만원을 넘나든다. 3배 넘게 오른 것이다.
국내 증권가는 여전히 낙관적이다. 25개 증권사 모두 일제히 ‘매수’ 의견을 냈다. KB증권은 가장 높은 목표주가인 32만원을 제시했다. 전체 증권사 목표가 평균은 25만2720원이다.
영업이익은 올해 폭발적으로 증가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전년비 353.45% 늘어난 197.7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27년에는 이익이 220조원을 돌파할 거란 전망이다.
이익 성장세를 보면 주가가 3배 오른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문제는 이미 올랐다는 것. 여기서 주가가 더 오르는 것을 버텨내려면 이익 성장세가 예상을 뛰어넘는 추세가 이어져야 한다. 엔비디아처럼 말이다.
국내 증권사보다 냉정한 것으로 알려진 외국계 증권사 즉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의견도 참고해보자.
조사 가능한 외국계 증권사 5곳,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 CLSA 맥쿼리는 모두 ‘매수’ 의견을 내놨다. Investing.com 집계 기준 36개사 애널리스트 중 35명이 매수 의견이며 평균 목표주가는 23만9873원으로 약 24만원이다.
골드만삭스와 CLSA의 목표가는 26만원으로 가장 높고, JP모건과 맥쿼리 각각 24만원, 모건스탠리는 21만원이다. 모건스탠리는 강세 시나리오(Bull case)가 펼쳐질 경우 목표가를 28만원으로 제시했다.
특히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에 대한 비관론을 오래 유지한 것으로 알려진 하우스다. 2023년 메모리 반도체 비관론을 냈던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입장을 극적으로 선회해 “2026년까지 전체 메모리 물량이 모두 소진되며 공급자 우위 시장이 극대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17만원이던 목표가를 21만원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2026년, 2027년 영업이익이 245조원, 317조원까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최근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GTC(GPU Technology Conference)에서도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이 행사에서 삼성전자 메모리담당 임원이 직접 “올해 HBM 생산량을 전년비 3배 이상 늘릴 것”이라고 밝힌 점도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이번 GTC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직접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삼성은 세계 최고”라고 극찬하며 HBM4 시제품에 친필 사인까지 남겼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이벤트 이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생태계에서 다시 존재감을 확인한 신호로 분석한 것이다. 특히 이번 GTC 전반적 분위기는 삼성전자에 매우 우호적이었다는 평가다.
이렇듯 삼성전자에 대한 국내, 해외 전문가들의 평가는 모두 긍정적이지만 주가는 20만원선을 기점으로 오르락 내리락하며 뒤늦게 진입한 투자자들을 애타게 하고 있다.
20만원 삼성전자,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사도 되는 가격인가? 팔아야하는 가격인가?
형식적인 답변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장기 투자자는 단기 잡음에 흔들리지 말고 보유하라고 권할 것이다. 수익이 난 단기 투자자는 매도하라고 조언할 수도 있다. 뚜렷한 이유 없이 최근 삼성전자 주식을 산 주린이에게는 ‘기준을 세워라’고 조언할 수도 있다. PER(주가수익비율) 기준으로 주가의 저평가, 고평가 여부를 가늠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거친 파도가 치는 시장에서 진정으로 살아남고자 한다면, 매수 매도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결정을 내렸던 대가의 의견을 참고해볼 수 있다.
전설적인 월가의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는 주가가 2배 오른 주식의 매수를 고민할 때 “이 회사의 본질이 1년 사이에 2배 좋아졌는가?” 질문을 던졌다.
피터 린치라면 지금 “삼성전자의 본질은 1년 사이에 3배 좋아졌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것이다.
예전의 삼성전자는 뛰어난 메모리 반도체 업체였지만 글로벌 메모리 산업 사이클에 종속돼 이익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회사였다. 그런데 최근엔 확 달라졌다. 글로벌 AI 혁명이 시작되면서 메모리 반도체가 단순 범용 부품이 아닌 AI 혁명의 ‘쌀’이 된 것이다.
새로운 산업, 글로벌 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 속에서 삼성전자의 위상도, 내실도 달라졌다고 단언할 수 있다.
실적 또한 스토리를 뒷받침한다. 올해 영업이익은 3~5배 늘어날 전망이다. 주가는 3배 올랐지만 이익은 3배 또는 그 이상 상승할 것이다. 이익 성장 속도가 주가 상승을 추월하는 상황, 지금이다. 피터 린치는 주가 상승보다 실적이 먼저 좋아지는지를 살펴보곤 했다. 삼성전자는 린치가 좋아할 만한 주식인 것이다.
그러나 린치는 “지금 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라고 추가로 질문했다. 지금 전 세계가 삼성전자의 실적과 주가 상승에 대해 알고 있다. 그는 “월가의 모두가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파티는 절반 지나간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변했다. 파티는 이미 시작됐다. ‘달라진 삼성전자+ 이미 오른 주가’ 이 둘의 조합은 이제부터 어려운 게임이 시작됐다는 의미다.
20만원에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보유하고 견딘다는 것은 ‘오른 주식이 더 오를 수 있는가’ 판단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훨씬 어렵다. 고수처럼 20만원에 사서 24만원에 매도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30만원까지 오를 수도 있다. 그 때면 만족하고 매도할 수 있을까? 30만원에서 악재가 터져 이틀 연속 20%씩 하락하면, 주가는 19만원이 된다. 주식의 움직임이라는게 이렇다. 오르는데 1년이지만 내리는 데 이틀이면 충분하다.
그래서 삼성전자가 20만원대를 넘실거릴 때 들어간 투자자라면, 자신에게 던져야 하는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이 어려운 게임을 할 준비가 됐는가”
※ 이 글은 투자 참고를 위한 개인적 의견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