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방정식’….돈에 대한 책이 아니다”

XL (1)최근 1년간 읽은 책 중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은 모건 하우절의 신간 《돈의 방정식》이다. ‘돈의 심리학’으로 이미 이름을 알린 저자의 세 번째 책이라 솔직히 처음엔 읽지 않으려 했다. 내용이 뻔할 것 같았다.

그런데 정말 존경하는 자산운용사 대표님이 직접 권했다. 이미 수천억 원대 자산가인 그가 “이보다 더 와 닿은 책이 없었다”고 했다. 대체 어떤 점이?

한국 사회는 참으로 규격화된 경쟁 사회다. 좋은 대학 나와서 남들 다 아는 대기업에 들어가고, 적기에 결혼한 뒤 서울에 아파트 사고, 자녀를 빡세게 사교육시켜 명문대에 보내야 한다. SNS에는 순자산 30억 원짜리 ‘중산층’이 수두룩하니, 아직 30억을 못 모은 사람은 위를 쳐다보며 죽어라 재테크에 몰입하라고 한다. 이 틀에서 벗어나는 사람은 가장 먼저, 자신을 가장 사랑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부모로부터 잔소리를 듣게 된다.

이 지점에서 모건 하우절은 조용히 말을 건넨다.

“지위와 질투의 게임은 평생 끝나지 않는다. 이 게임에서 승리하는 유일한 방법은 당장 게임을 멈추는 것이다. ”

그는 말한다. “돈을 버는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독립적인 삶을 사는 것이라면,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일은 독립을 가로막는 최대의 적이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처럼 보이지 않게 매일 서로를 감시하듯 경쟁하고 비교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이라면, 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볼 만하다.

“부러움은 자아 성찰에 반비례하며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적은 사람일수록 남들의 시선을 통해 본인의 가치를 판단하려 한다.

사회적 비교는 어느 사회에나 있다. 다만 어떤 사회에서는 그것이 더 또렷하게 보인다. 비교가 고도로 발달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일은 피곤하고 우울한 일이다. 하우절은 덧붙인다. “나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아는 사람일수록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저자는 돈을 쓰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제시한다. 하나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도구로 돈을 이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적 지위를 가늠하는 잣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전자를 염원하지만 결국 후자를 추구하는 데 평생을 보내고 만다.

“더 나은 삶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일수록 ‘돈이 많은 삶’이 곧 더 나은 삶이라고 단정하기 쉽다. 돈은 워낙 눈에 잘 띄는 것이라 목표로 삼기가 쉽다. 하지만 자신의 영혼을 진정으로 채워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지 못한 사람에게는, 돈을 추구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삶의 목표가 된다. “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강조한다. “외적인 화려함에 중독된 삶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삶이 되어야 한다.” 인생의 목표는 ‘생계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식시장에 갓 입문한 초보 투자자부터 수천억 원대 자산가까지, 모두에게 추천할 만한 이 책은 결국 돈이 아니라 삶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남긴다.

개인적으로 모건 하우절 3권의 책 중 이 책이 가장 잘 썼다고 본다. 세 번째 책이 글로벌 베스트셀러인 첫 책 ‘돈의 심리학’을 뛰어넘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이 책의 한국어판 제목 《돈의 방정식》은 사실 원제와 거리가 있다. 원제는 《The Art of Spending Money》, 즉 ‘돈을 다루는 예술’이다. 방정식이란 어려운 것을 풀어내는 구조적 방법론을 뜻하지만 하우절이 이 책에서 논하는 것은 그와 다르다.

방정식이 정답을 찾는 과정이라면 이 책은 오히려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돈을 어떻게 쓸 것 인가는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나 자신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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