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만의 꿈… 서울 집값이 남긴 개미의 트라우마

하루 8% 급등, 하루만에 488포인트 급락. 요즘 코스피는 역사상 가장 거친 강세장 중 하나를 관통하고 있다.

어제 코스피는 8.42% 폭등하며 7800선을 회복했다. 연일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하는 변동성 속에서도 기록적인 강세장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노무라증권은 코스피 목표치를 1만~1만1000으로 상향 조정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가도 무려 59만원, 400만원을 제시하며 강세장의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즈도 한국증시 강세를 다룬 기사를 냈다. 코스피의 최근 18개월 상승세가 1999년 나스닥 닷컴 버블 당시를 넘어섰다는 내용이다.

파이낸셜 타임즈 뉴스는 저작권이 보호되는 기사이므로 전문을 번역하지 않고, 라이프머니 독자들을 위해 관련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겠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AI 열풍을 타고…한국 코스피 지수 18개월 만에 3배 상승

출처: Financial Times, 2026년 5월 19일

한국의 코스피 지수가 18개월 만에 3배 이상 올랐다. 이는 닷컴 버블 절정기의 나스닥보다 6개월 빠른 속도다.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증시에 돌아와 돈을 쏟아부은 결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주가를 밀어올리는 주요 동력이다. 나스닥 버블이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올랐다면 지금 코스피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두 기업의 실적 상승세가 이끌고 있다. 노무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이익이 올해 600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코스피가 올해 72.6% 급등했지만 글로벌 투자은행은 여전히 한국 증시에 낙관적이다.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JP모건은 모두 최근 코스피 목표치를 상향 조정했다.

다만 상승세는 삼성·하이닉스 두 종목에 집중되고 있다. 두 종목 외에 다른 종목들은 신통치 않고 가치주는 오히려 강세장에서 소외되고 있다.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저평가다. 코스피 선행 PER은 8.6배로 S&P 500(21.2배)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골드만삭스의 앨빈 소는 “전형적인 메모리 사이클이 아닌 구조적 변화”라고 진단했다.


노무라, “코스피 1만1000까지 간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코스피의 기록적인 상승이 나스닥 버블 당시 상승폭을 넘었다고 다루면서도 아직도 고평가가 아니라는 분석을 전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실제 코스피의 선행 PER은 아직도 8~9배 수준에 불과한 게 사실이다.

때마침 노무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목표가를 공격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5월15일 노무라증권은 SK하이닉스 목표가를 기존 234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삼성전자 목표가를 기존 34만원에서 59만원으로 대폭 올렸다. 즉 지금보다 각각 두 배 이상 오른다는 것이다.

노무라 증권은 두 기업을 전통적인 경기민감주(시클리컬)가 아닌 구조적 성장주로 재평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노무라 측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밸류에이션을 TSMC와 비교하면서, 현재 두 기업의 선행 PER이 약 6배에 불과한 반면 TSMC는 약 20배라며, 점진적으로 TSMC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노무라는 자연스럽게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7500~8000에서 10000~1만1000으로 상향 조정했다. 메모리 반도체가 슈퍼사이클에 돌입했으며, 2026~2027년 코스피 실적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JP모건이 코스피 강세 시나리오 목표치를 1만으로 제시한 바 있다. 노무라는 지금까지 나온 외국계 코스피 타깃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부른 것이다.


코스피 1만 시대, 누가 만들 것인가 

전일(21일) 코스피 지수는 7815.99에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29만9500원, 하이닉스는 194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른 종목 주가가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삼성전자가 만약 59만원, 하이닉스 400만원에 도달한다면 시가총액 비중을 고려한 코스피 지수는 1만637포인트가 된다. 즉 다른 종목이 전부 제자리에 있다고 가정해도 두 종목이 두 배가 되면 코스피는 1만 포인트에 도달한다.

물론 이는 낙관적 가정이 여러 겹 현실화될 경우 가능한 것이다.

주가는 누군가 주식을 매수해야 오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지금 가격에, 그리고 더 오른 가격에 계속 사줘야 가능한 것이다.

앞서 지난 15일 코스피 지수가 장중 8000포인트에 도달하자 외국인의 차익실현 매물이 폭탄처럼 쏟아졌다. 외국인은 5월7일 8조원, 5월12일 6.7조원, 5월15일 6.3조원, 5월19일 6.8조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수급적으로 2026년 들어서만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00조원 넘는 순매도를 기록하며 매물 폭탄을 투하하는 중이다. 한국 증시의 저평가를 고려하면 외국인 매수가 들어올 법도 하지만 전체적인 매매동향은 매도 우위다.

외국인의 대량 매물을 받아낸 것은 개인인데, 외국인 매도가 계속된다고 가정하면 개인이 얼마나 더 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개인은 5월7일 8.2조원, 5월15일에도 8.1조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즉 개인이 코스피 대기록을 만들어낸 주역이다. 올 들어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78조원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개인은 한 번에 대규모 매수, 매도 화력을 뿜어낼 수 있는 기관/외국인 투자자와 다르다. 레버리지 한계도 뚜렷하다. 현재 신용융자는 사상 최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신용잔고가 늘수록 급락시 반대매매에 의한 폭락 위험도 커진다.

코스피 지수가 8000에 임박했는데도 개인 매수가 이어지는 핵심 이유는 FOMO다. 지금 이 강세장을 놓칠 수 없다는 마음.

앞서 한국 개인 투자자들은 장기간 이어진 부동산 강세장을 지켜본 바 있다. 끝없는 서울 집값 강세장에서 무주택자들이 겪은 트라우마에 가까운 FOMO는, 주식 강세장에서는 절대로 소외될 수 없다는 공포를 야기한다.

물론 현 정부 들어 단행된 고강도 부동산 규제책이 부동산에 묶여있던 개인 자금 일부를 주식시장으로 이끌어낸 것은 사실이다. 지금의 증시 강세는 부동산 자산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대규모 자산 배분의 영향도 일부 있다고 봐야 한다. 미국 주식을 팔고 국내로 돌아온 자금까지, 지금 코스피는 시중 자금의 강력한 블랙홀이 됐다.

따라서 “코스피가 더 갈 수 있는가” 질문에 대한 답은 개인의 화력에 달렸다. 이는 강세장이 계속될 경우 주식에서 소외된 자들이 FOMO를 얼마나 견딜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코스피 1만의 퍼즐을 풀 마지막 열쇠는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인 것이다. 숫자는 기업이 만들지만, 가격은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금 주식을 들고 있는 사람은 “내가 강세장의 버블까지 먹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지금 주식을 들고 있지 않다면 “FOMO는 언제나 가장 비싼 값에 사게 만든다”를 기억해야 한다.

그런데 파이낸셜 타임즈 기사 말미에 흥미로운 내용이 있었다.

[이른바 ‘개미’ 투자자들의 대거 유입은 한국 주식 변동성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입니다”라고 세종시에 사는 직장인 한모씨가 말했다.

“2021년 서울 집값이 급등했을 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은 갑자기 부자가 됐지만, 그냥 계속 월세로 산 사람들은 결국 빈털터리가 됐잖아요.”]

어쩌면 지금 한국 증시를 밀어올리는 건 반도체 슈퍼사이클보다 강한 힘일지도 모르겠다. 다시는 뒤처지지 않겠다는 기억 말이다. 개미의 탐욕일까, 아니면 두려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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