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12일 나스닥 상장 예정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돈을 흡수하는 인류 역사상 최대 IPO가 막 오른다.
공모가는 135달러, 정확한 가격은 11일 미국 증시 마감 후 확정된다.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는 1조7500억 달러이며, 원화 1500원 기준 2625조원이다. 스페이스X 기업 하나의 밸류에이션이 코스피 상장사 전체의 40%에 달한다. 미국 기업 시가총액 기준으로 7위에 해당된다.
IPO로 신규 조달하는 돈은 750억 달러(112.5조원)로 2019년 신기록을 세운 사우디 아람코(294억 달러) 기록을 두 배 이상 뛰어넘었다.
기업가치는 숫자를 따져보지 않아도 이미 비싸다는 걸 알 수 있다. 왜냐면 스페이스X는 이익이 없는 순손실 기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시장에서는 모두가 “BUY SpaceX”를 외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어떤 회사인가
스페이스X는 크게 3가지 사업부를 운영하는 일종의 복합기업이다.
첫번째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로켓발사 사업이다. 정부와 기업 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리는 일로 스페이스X 본업이다. 팰컨 9 로켓 추진체를 반복 재사용하는 기술로 로켓 발사 단가를 경쟁사 대비 크게 낮춘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차세대 로켓 ‘스타십’ 개발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둘째는 스타링크로, 자체 위성을 수천 개 띄워 전 세계에 인터넷을 파는 구독 사업이다. 지금 유일하게 돈을 벌고 있는 사업이다. 산지나 섬 지역 바다 등 통신망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한 서비스다.
셋째는 xAI(인공지능) 사업으로, 일론 머스크의 AI다. 위성·우주 인프라를 활용한 AI 연산 사업을 키우는 사업부로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가고 있다. 그록(Grok)이 xAI가 만드는 AI 모델이다.
즉 세 가지 전혀 다른 사업이 결합된 기업으로, 스타링크가 현재 돈을 버는 캐쉬카우, 로켓+AI가 미래 성장을 담당하는 사업부에 해당된다.
미래 성장의 낙관적 시나리오를 반영한 ‘비싼 공모가’
스페이스X의 2025년 매출은 187억 달러, 순손실은 49억 달러였다. 올해 1분기에만 추가로 43억 달러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런데 공모가 기준 밸류에이션은 매출의 94배로 책정됐다.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평가한 모닝스타의 애널리스트는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고평가됐다”고 평가했다.
모닝스타가 계산한 스페이스X의 공정가치는 7800억 달러(1170조원). 공모가 기준 밸류에이션의 절반 이하다. 지금 공모가 135달러에 비해 모닝스타의 계산은 주당 60~65달러 선이다. 즉 공정 가치보다 공모가가 두 배 이상 비싼 상태라고 봤다.
반면 스페이스X 대표 주관사 골드만삭스는 정반대 그림을 그렸다. AI 사업 매출이 2026년 156억 달러에서 2030년 3450억 달러로 성장하고, 회사 전체 매출은 같은 기간 187억 달러에서 4740억 달러로 늘어난다는 낙관적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1조7500달러를 불렀다.
즉 스페이스X라는 같은 회사를 두고 모닝스타는 지금 보이는 증거와 현실적인 확률을 바탕으로 보수적인 시나리오를 그렸고, 골드만삭스는 “이 회사가 그리는 비전이 실현된다면, 그 미래의 가치는 얼마인가”를 강조했다. 골드만은 낙관적 시나리오를 기본적 가정으로 깔았다.
하지만 골드만삭스의 낙관적 가정이 틀렸다고 할 수도 없다. 주식시장은 미래 성장판이 열려있는 기업에 상상할 수 없이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이미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글로벌 굴지의 자동차 회사인 토요타+BYD+GM+포드를 다 합친 것보다 더 크다.

“가격이 문제가 아냐” 일단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BUY’
고평가된 어마어마한 기업 가치에도 청약에 성공했다. 750억 달러 모집하는 딜에 약 1500억 달러 주문이 들어왔다. 두 배 초과 청약으로 ‘대박 흥행’까지는 아니지만 IPO 규모가 워낙 커 절대 금액으로 따지면 엄청난 매수세에 해당된다. 일부 기관은 단독으로 100억 달러(15조원) 어치 주문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공모하는 주식은 스페이스X의 전체 지분의 4.3%에 해당된다. 통상 미국의 메가 IPO에서 신주 발행 비율이 5~15%인 경우가 많은데 스페이스X는 적은 비율을 공모하는 셈이다. 머스크와 기존 주주들이 회사 지분의 95% 이상을 그대로 유지한다.
750억 달러 물량 중에서도 일반 개인(리테일)에 배정되는 물량은 30%, 225억 달러 정도다. 미국에서 일반적인 IPO에서는 리테일 비중이 5~10% 수준인데 스페이스X는 이례적으로 높은 비율(30%)을 개인에 배정했다. 이 때문에 스페이스X 투자설명서에는 ‘높은 리테일 참여 비율로 인한 가격 변동성 위험’을 명시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말하지만 “일단 물량을 확보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스페이스X가 나스닥 100 지수에 편입되면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고 주가는 오를 거라는 관측 때문이다. 지수 편입 전 주식을 선점하려는 수요다.
나스닥은 올해 5월부터 시가총액 상위 40위 이내 신규 상장사를 상장 15거래일 만에 나스닥 100에 편입할 수 있게 규정을 바꿨다. 이에 따라 스페이스X는 상장 후 빠르게 나스닥 100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러셀1000 지수까지 편입되면 이 지수들을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와 ETF는 기계적으로 스페이스X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꿈꾸던 미래가 현실로’ 머스크에 열광하는 사람들
애널리스트는 고평가라고 분석했지만 기관들은 인덱스 편입 수요를 믿고 청약하고, 개인 투자자들은 일론 머스크에 열광해 투자에 나선다.
일론 머스크는 세상에 아주 드문 기업가가 맞다. 그는 남들이 감히 꿈꾸지 않는 걸 꿈꾼다. 불가능한 꿈에 대규모 위험자본이 과감하게 투자를 단행하는 미국이라는 땅에 태어나,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일론 머스크의 기발한 생각,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이미 현실로 우리 곁에 와 있다. 전기차가 골프 카트만큼이나 부실했던 시절에 그는 스포츠카를 방불케 하는 전기차 세단을 선보였다. 우리는 스타링크 덕분에 비행기에서도 와이파이를 쓰게 됐고, 플로리다의 로켓 발사대에 로켓 추진체가 발사 후 돌아오는 기적 같은 장면을 보게 됐다.
어쩌면 사람들이 지금 사는 건 주식이 아니라 이야기, 이야기를 넘어 꿈일지 모른다. 일론 머스크는 이제 화성에 간다고 한다. 화성에 가기 전에 달에 정착하는 실험을 한다고 한다. 화성에 가기 위해 AI 위성도 띄울 거라고 한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미래지만, ‘어쩌면 머스크라면…가능할지 몰라’하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베팅 앞에서 숫자로 계산하는 산식, 밸류에이션 평가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비이성적인 베팅인가 아니면 꿈에 대한 간절한 믿음인가.
바로 내일이다. 12일 스페이스X는 뉴욕의 심장, 나스닥에 상륙 예정이다. 내일 타임스퀘어에서는 역사상 가장 비싼 꿈 가운데 하나가 거래를 시작한다.
누군가는 비이성적 거품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인류의 미래라며 베팅할 것이다.
어쩌면 둘 다 맞을지 모른다. 주식시장은 원래 그런 곳이니까.
2026년 6월11일 LifeMoney[라이프머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