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 패닉, 붕괴’의 역사… AI 버블은 언제 터질까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아이작 뉴턴 

강세장은 이제 절정을 지나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버블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고가 종목 수는 줄어들고 있으며, 새로운 레버리지 ETF가 등장했다. FOMO를 이기지 못한 개미들의 ‘묻지마 매수’도 이어진다.

올해는 구글의 유상증자, 스페이스X/오픈AI/앤트로픽의 IPO로 역사상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마어마한 ‘쩐의 전쟁’이 미국에서 벌어질 것이다. 이것이 AI 버블의 절정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강세장 다음 단계로의 이전인지를 우리는 지켜봐야 한다.

솔직히 누구도 이 강세장의 끝을 예측할 수는 없다. 군중의 집단 심리가 시장을 어디까지 끌어올릴까. 그리고 어디서 붕괴가 시작될까.

예측은 쉽지 않지만 과거에 기록적인 강세장이 어떻게 버블을 형성하고, 광기를 초래했으며 광기가 공포로 변하면서 시장이 붕괴했는지를 분석한 사람이 있다.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Manias, Panics, and Crashes: A History of Financial Crises)를 쓴 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거다.

오늘은 킨들버거의 역사적 분석 프레임을 통해 이번 강세장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어디까지 왔는지를 점검해보려 한다.


이 책은 놀랍게도 닷컴버블 이전인 1978년 출판됐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개정판에 닷컴버블과 2008년 금융위기 이야기가 추가됐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2000년 닷컴버블 이전에도 이미 같은 패턴의 폭등-붕괴가 반복됐던 것이다.

킨들버거가 MIT 경제학 교수였던 당시 주류 경제학은 ‘합리적 인간’을 가정했다. 즉 시장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는 효율적 시장 가설이 경제학을 지배할 때였다. 하지만 킨들버거의 생각은 달랐다. 역사적으로 시장은 반복적으로 광기에 사로잡혔으며, 패닉을 일으키며 극적으로 붕괴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증명한다.

그는 금융위기가 터지는 진행 단계를 5단계로 설명한다. 균열-붐-도취-위기-패닉의 단계를 거쳐 금융시스템이 무너지게 된다.

1단계는 균열(Displacement) 즉 기존의 균형 상태가 깨지는 것, 2단계는 붐(Boom) 돈이 몰리면서 가격이 오르는 호황이다. 3단계는 도취(Euphoria), 누구나 돈을 벌며 환희에 휩싸인다. 4단계 위기(Distress) 내부자들이 팔기 시작하고 불안이 확산된다. 5단계는 패닉(Panic) 다들 주식을 팔려고 나서면서 유동성이 사라지고 시장이 붕괴한다.

이 책에서는 1636년 네덜란드 튤립 버블부터 1720년 영국 남해회사 버블, 1929년 미국 대공황, 2000년 닷컴 버블까지 10대 금융 버블을 모두 다룬다. 놀라운 사실은 모든 버블과 붕괴의 역사에서 인간은 비이성적이었으며, 같은 패턴을 반복했다는 점이다.


1단계 균열(Displacement):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기술의 출현  

모든 버블은 진짜 혁신에서 시작한다. 기술 혁신, 전쟁, 금리 인하 등 외부 충격으로 새로운 투자 기회가 발생한다. 

1636년 네덜란드에서 튤립 구근 가격이 숙련 노동자 연봉의 10배까지 치솟았을 당시, 튤립은 실제로 귀한 상품이었다. 1840년대 영국 철도 버블 때, 철도 또한 세상을 진짜로 바꿔 놓을 발명품이었으며 실제로 바꿨다. 2000년 닷컴버블 때도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예측은 정확했다. 그리고 지금의 AI 혁명 또한 진짜다.

킨들버거는 기존의 질서에 발생하는 ‘균열’, 즉 이 불씨 자체는 진짜라고 지적한다.

올해(2026년)의 주식시장의 폭발적인 분출을 초래한 균열은 AI다. AI는 실제로 세상을 바꾸고 있고 HBM의 수요도 폭발하고 있다. 오픈 AI, 즉 챗지피티의 이용자도 9억명에 달한다. 이들 기업의 실체는 분명히 존재한다.

돈은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새로운 균열에 몰려들고 있다. 올해 미국 IPO 시장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돈의 전쟁[AI 군비 경쟁]이 예고된다. 1분기 전 세계 벤처 투자의 65%가 오픈AI·앤트로픽·xAI·웨이모 네 곳에 집중됐다. 앤트로픽은 설립 5년 만에 한국 GDP의 70%에 달하는 밸류에이션(9650억 달러)을 받고 있다.


2단계 호황(Boom):신용이 팽창하고 주가는 레버리지를 타고 오른다 

새로운 기술의 출현과 함께 신용이 팽창한다. 대출과 신용이 증가하며 자산 가격, 특히 주식이 기록적인 상승세를 시작한다. 

가격이 레버리지(빚)의 힘으로 폭발적으로 오른다. 빚이 새로운 수요를 만들고, 가격이 오르고, 다시 빚을 내 주식을 사는 연쇄적 강세장이 전개된다.

이 단계에서 킨들버거가 특히 주목한 것은, 붐의 단계에서 항상 새로운 금융 혁신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18세기엔 주식회사 제도가 새로운 것이었다. 1920년에는 마진 계좌(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살 수 있는 계좌)가 등장했다. 2000년대에는 CDO 같은 파생상품이 등장했다. 2026년 지금은 2배, 3배 레버리지 ETF가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나스닥 3배 추종 ETF TQQQ는 2010년 출시됐다. 닷컴 버블 당시에는 없던 상품이다. 과거 닷컴버블 당시 투자자들이 마진 계좌로 시스코와 인텔을 샀다면, 지금은 앱 하나로 클릭 한 번에 나스닥 3배를 적립식으로 모을 수 있다. 즉 훨씬 위험해졌다. 레버리지 ETF, 특히 3배 짜리 상품으로 기초자산 수익률의 3배를 먹을 수 있게 됐다. 요즘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TQQQ 적립식 투자가 유행하고 있다.

개별종목 ETF가 없던 한국 증시에도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ETF가 상장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X 레버리지 삼성전자, 하이닉스 ETF는 빠른 속도로 개인 순매수 상위에 이름을 올린다.


3단계 도취(Euphoria): 강세장의 기쁨에 도취되는 투자자들 

킨들버거가 가장 공들여 분석한 것이 3단계인 ‘도취’다. 유포리아는 ‘황홀한 기쁨’이라는 뜻이다. 주가가 오르고 사람들은 부자가 되는 것 같은 착각에 휩싸인다.

도취의 첫 번째 신호는 ‘새로운 시대 선언’이다. 1920년대엔 ‘새로운 경제 시대’라는 말이 나왔다. 2000년대 닷컴버블 당시는 ‘닷컴 경제는 전통적인 법칙이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터넷이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영구적으로 바꿀 거라는 주장이 나왔다.

올해도 주식시장에서 가장 값비싼 말로 알려진 “이번에는 다르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UBS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론 목표주가를 535달러에서 1625달러로 단박에 3배를 올리면서 “AI가 메모리 사이클을 영구적으로 바꿨다. 마이크론은 이제 시클리컬이 아니다”고 선언했다.

도취의 두 번째 신호는 신중한 사람이 바보가 되는 것이다. 워런 버핏은 닷컴버블 때 기술주를 외면했고 월가는 그를 ‘시대에 뒤처진 늙은이’라 불렀다.

2023년부터 AI 버블 경고를 반복해온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은 ‘항상 타이밍이 틀린 사람’처럼 여겨진다. 경고를 너무 일찍 시작한 것일까. AI 강세장은 하트넷의 경고를 무시한 채 여전히 달리고 있다. 닷컴버블 당시에도 버블을 경고한 사람은 결국 맞았지만, 그들이 맞기까지 시장은 예상보다 훨씬 더 높이 올랐다.

킨들버거는 도취의 세 번째 증거이자 가장 불편한 신호로 ‘사기와 과장의 증가’를 꼽았다. 3단계 즉 주식시장이 기록적인 강세장을 한창 이어갈 때 사기가 급증했다. 시장이 부정직함을 보상하기 때문이다. 지금 온라인 SNS와 유튜브에는 주식을 가르쳐준다는 정체불명의 전문가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시장이 워낙 강세장이라 이들이 추천해준 종목 주가가 진짜로 오른다.

미국에서는 AI 투자 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버핏과 머스크의 딥페이크 영상이 가짜 AI 투자 플랫폼을 홍보한다. FBI에 접수된 투자 사기 피해만 177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지금 S&P500 지수에서 신고가를 만드는 종목은 21개다.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직전의 숫자는 20개였다. 한국 증시에서도 신고가 종목은 갈수록 줄어드는 흐름이 포착된다. 사실상 주도주 그룹을 제외한 다른 종목들은 하락장이나 마찬가지인 모습이다.

3단계부터는 ‘나만 뒤쳐질 수 없다’는 FOMO가 강해진다. 군중 심리와 투기적 열풍이 합쳐지면서 비이성적 거품이 형성된다.


4단계: 위기(Distress) 내부자부터…누군가 팔기 시작한다 

대중이 강세장의 파티를 즐기는 동안 초기 투자자들이 시장을 조용히 탈출하기 시작한다. 상승장은 여전히 유지되지만 상승 속도가 둔화된다. 거래량도 줄어든다. 긍정적인 뉴스는 계속되지만 이상한 느낌이 든다.

올해는 알파벳의 800억 달러 유상증자와 스페이스X·오픈AI·앤트로픽의 IPO가 예정돼 있다. 역사적으로 이런 초대형 자금 조달 물결은 시장 유동성의 정점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되곤 했다.

이 단계에서 주가가 살짝 하락하면 대부분 ‘건전한 조정’이라고 해석한다. 매수 기회로 보고 시장에 뛰어드는 투자자도 있다. 이것이 진짜 조정인지, 붕괴의 시작인지는 시장이 다 무너진 후에야 판별할 수 있다.

주가가 슬슬 하락하며 신용을 쓴 사람들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레버리지 ETF로 적립했던 사람들도 -20%, -30% 수익률이 찍히면 멘탈이 흔들린다. 손가락이 슬슬 매도 버튼 위로 간다.

킨들버거가 이 단계에서 특히 강조한 것은 버블을 터트리는 계기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트리거의 무작위성)이다. 예상치 못한 아주 작은 사건에서 거품이 터지기 시작한다. 1929년에는 소폭의 금리 인상에서, 2000년에는 일부 기업의 실망스런 실적에서 위기의 징조가 시작됐다.

AI 버블을 터트릴 트리거는 무엇일까. 스페이스X·오픈AI·앤트로픽의 IPO 러시는 공모 시장에서 2000억 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시장이 과연 이 초대형 IPO를 소화해내고도 강세 흐름을 이어갈지 우리는 다 같이 지켜봐야만 한다.


5단계 패닉과 붕괴(Panic and Crash):신용이 터지는 연쇄 대폭락장

패닉의 본질은 유동성의 소멸이다. 모두가 팔려고 하는데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는 상태다. 폭락장의 시작이다.

닷컴 버블이 터진 후 나스닥은 2년 만에 76% 하락했다. 인텔은 고점을 회복하는 데 26년이 걸렸다. 마이크론은 2000년 고점을 20년 이상 넘지 못했다. 이들은 실제로 돈을 버는 인프라 종목이었다. 곡괭이와 삽을 파는 회사들이었다. 그래도 예외 없이 폭락했다.

최근 마이크론은 한 달 만에 88% 올랐다. 한 달 만에. 나스닥은 4~5월 두 달 만에 25% 상승했다. 하트넷은 이것이 2000년 버블 붕괴 직전과 동일한 패턴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주도주가 시장 수급을 죄다 빨아들이는 수급 블랙홀이 절정이다. 한국 증시도 다르지 않다. 올 들어 한국 코스피 지수는 5개월 만에 100% 올랐다. 이제 9000이 눈앞이다. 삼성전자, 하이닉스가 시장의 모든 돈을 블랙홀처럼 흡수하고 있다.

킨들버거는 이 단계에서 ‘전염 효과’를 눈여겨 봤다. 안타깝지만 주도주가 꺾이면서 폭락하면 소외주도 같이 하락한다는 것이다. 수급 블랙홀 때는 수급을 빼앗기며 주가가 하락했는데, 주도주가 폭락하는데 반등하기는커녕 내린다. 레버리지 포지션의 마진콜이 터지면서 모든 것이 폭우처럼 내리는 대폭락장이 펼쳐진다.

패닉은 킨들버거가 말한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가 등장해야 멈춘다. 미국의 경우 연준(Fed)이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시장이 구원 받았다. 그리고 킨들버거는 바로 그 구제가 다음 버블의 씨앗이 된다고 서술했다.


역사는 반복된다…우리는 지금 어디쯤 와 있나 

킨들버거는 “금융위기는 계속 피어오르는 질긴 다년생화(hardy perennials)와 같다”고 했다. 1978년 버블과 금융위기의 패턴을 정리하고 경고했는데 이후에도 엄청난 버블이 여러 차례 터지면서 책에는 새로운 금융위기가 추가됐다.

신용 버블과 금융위기의 반복은 인간이 무지해서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천재 과학자 뉴턴도 1720년 남해 버블에서 전 재산을 날렸다.

초판을 낸 킨들버거는 1978년 “금융 위기는 너무 자주 반복돼서 역사의 일부가 됐다. 근데 사람들은 매번 이번엔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이렇게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를 지금 상황에 비추어 글을 쓰다보니 주식 다 팔고 국채로 바꾼 뒤 몇 년 간 주식은 거들떠보지도 말아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만약 강세장이 더 지속된다면? 조심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 될 수 있다. 강세장이 한창인데 모든 주식을 팔아 국채로 바꿨는데 강세장이 2년 더 이어진다면, 그 사람이 바보가 된다. 아니 FOMO를 견디지 못하고 다시 비싼 값에 주식을 살 것이다.

버블이 한창일 때, 강세장의 한가운데 서서는 버블을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다. 맛있는 거품을 먹고 있다면 탐욕을 중간에 끊는 건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강세장의 단계 중 어디쯤 와 있을까? 킨들버거는 버블 붕괴의 역사를 단계별로 구분하는 것은 사후에나 명확해진다고 인정했다. 지금이 도취의 절정인지 위기의 초입인지는 시간이 흐른 후에야 판명 가능한 것이다.

폭락장이 와도 살아남는 방법이 있을까. 정답은 없다. 다만 탐욕을 절제하는 것이 아마도 힌트가 되지 않을지.

이 책의 다음 챕터가 추가될 때, 그 챕터가 ‘AI 버블’이 아니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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