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공업 대주주가 9% 지분을 매각한다고 밝히며 논란이다. 주가가 2배 오른 상태서 대주주가 고점 매도를 한다는 것이다.
일부 기사에서는 이런 리노공업을 두고 ‘제2의 삼천당제약’이라고 썼다. ‘대주주가 주식 팔았으니 나쁘다’ 이런 단순 프레임 속에서 ‘오너리스크’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나는 리노공업 주주가 아니다. 다만 코스닥 시장을 장기간 취재하면서 시장을 들여다본 사람으로서 리노공업을 위한 변명을 해본다.
어떤 사람이 SNS에 아주 매끄러운 글로 이렇게 올렸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훌륭한 회사가 오너 리스크라는 외부 변수를 만난 것”이라며 “이 회사의 대주주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거버넘스 점수가 달라졌다”고 썼다.
요새는 일반인도 AI를 이용해 기업 분석을 쉽게 할 수 있다. AI를 활용해 누구나 그럴듯한 기업 논평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의 맥락이 빠지면 해석은 쉽게 왜곡된다.
리노공업은 내가 알고 있는 한 ‘오너 리스크’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수많은 상장사와 거리가 먼 회사다.
리노공업은 LG전자 출신 이채윤 대표가 47년을 경영해 일군 회사다. 다른 많은 코스닥 1세대 기업도 비슷한 곳이 많다. 리노공업같은 코스닥 1세대들은 지금 창업주 나이가 많아 가업 승계를 앞두고 있다. 자식들에게 회사를 물려주려는 곳들은 상속세를 낮추려고 ‘주가 누르기’하는 곳도 꽤 있다.
리노공업은 자식에게 기업을 승계하지 않는 곳이다. 이런 기업은 오히려 주가를 부양해야 한다.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 오너가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곳은, 사실 개인 투자자가 투자할 만한 곳이다.
자식에게 회사를 승계하지 않을 코스닥 오너들에게 유일한 옵션은 매각 뿐이다. 리노공업도 창업주가 나이는 많은데 자식들은 회사를 물려받지 않으려 하니 매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매각을 두고 ‘오너리스크’라고 하진 않는다. 훌륭한 회사가 오너리스크를 만난 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고 하면 그럴 듯해 보인다. 하지만 한꺼풀만 벗기면 아무 말이나 붙여놓은 얘기다.
오너리스크란 오너가 회사에 해를 끼치는 걸 말한다. 황제 경영, 일감 몰아주기, 갑질, 오너의 존재가 회사를 말아먹는 것. 리노공업 대표의 지분 매각이 오너리스크 범주에 들까?
사실 리노공업같은 코스닥 1세대 대표들은 오너가 회사를 떠나는 것이 리스크다. 젊은 시절부터 본인을 갈아넣으며 회사를 만든 창업주가 소부장 기업을 떠난 뒤, 회사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 코스닥 소부장 창업주 1세대 중 고령 오너를 둔 회사들은 다들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봐야 한다. 자식들은 경영이 너무 힘든 걸 알아서 회사를 물려받으려 하지 않는다. 특히 제조업은 상황이 심각하다. 공장을 돌리는 게 너무 힘들다. 창업 1세대가 자신을 갈아넣는 걸 봤기 때문에, 절대 회사를 특히 공장은 물려받지 않으려 한다.
리노공업 문제의 본질은 코스닥 1세대의 엑시트 문제다. 상속세 구조와 제조업 경영을 원하지 않는 2세들, 그리고 기술 전문성이 있던 창업주의 승계 공백. 한국 자본시장 그리고 소부장 기업, 코스닥 시장의 미래와 관련된 문제다.
리노공업이 이번 대주주 지분 매각과 관련해 잘못한 점은 주주총회에서 “매각 계획이 없다”라고 밝힌 것이다.
공시담당자가 주총에서 왜 그렇게 얘기했는지는 직접 물어보지 않아 모르지만 1)정말로 몰랐을 가능성 2)회사에서 주가를 지탱하려고 거짓말했을 가능성 3)알지만 말할 수 없었던 사정 등으로 추정된다.
공시담당자 직급이 낮았다면 회장의 매각 계획을 몰랐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지분 매각같은 블록딜이나 M&A이슈는 원래 IB업계에서 철저히 비밀이라, 말을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주총 발언으로 시장의 신뢰를 훼손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다. 블록딜 이후 하락할 주가로 인해 주주들은 충격을 받을 것이다. 리노공업은 주총 발언에 대해 정직하게 해명하고, 이후 실적과 주가 회복으로 화답해야 할 것이다.
다만 리노공업의 이번 지분 매각은 한 기업의 배신 서사가 아니다. 한국 코스닥을 떠받쳐온 1세대 창업주들이 이제 어떻게 퇴장할 것인가에 대한 예고편에 가깝다.
누군가는 팔고 떠날 것이고, 누군가는 승계를 택할 것이며, 또 어딘가는 주가를 눌러 상속세를 줄이려 할 것이다. 투자자들은 이제 종목을 고를 때 숫자만이 아니라 창업주의 마지막 선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의중을 읽어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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