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7000을 돌파했다. 올 들어 사상 처음으로 5000, 6000선을 넘어선 데 이어 7000선 마저 차례로 바람같이 뚫어버렸다.
모두가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그 지루한 박스권을 깨버린 것이다.
시장에서는 논쟁이 한창이다. 버블이다, 아니다,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다, 곧 대폭락이 올 것이다, 아니다 더 갈 것이다.
최근 증시가 오르면서 주식으로 돈 번 사람을 시기 질투하고, 미워하고, 노동으로 돈 번 것은 신성한 것이며 주식으로 번 돈은 ‘불로소득’이라는 비난까지 등장했다. 자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빈부 격차를 확대하게 되니 많은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에 시달리고 있다.
코스피 7000은 버블일까?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버블이 낀 주가일까. 그리고 그 주식으로 돈 번 사람은 불로소득을 얻은 걸까.
내가 요즘 느끼는 건…작년부터 코스피 지수가 마치 가치주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코스피는 아주 오랫동안 가치주였다. 만년 저평가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딱지가 붙은 증시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PER이 낮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증시였다.
2007년 기록적인 강세장이 펼쳐지며 2000선을 돌파했는데, 2025년 중반 지수가 2500이었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사실 끔찍하다. 무려 18년의 세월이다. 18년 동안 증시가 조금 오른다 싶으면 급락하길 반복한 것이다. 한국 주식 투자자들은 박스권에서 살아남을 주식에 투자한 경우만 돈을 벌었다는 뜻이다. 뒤집어 말하면 한국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의 계좌는 플러스보다 마이너스일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극강의 투자 난이도를 자랑하는 곳-그곳이 바로 국장이었다.
가치주를 생각해보자. 가치주는 장기간 시세가 기어간다. 가치주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까지 10년, 15년, 20년이 걸릴 수 있다.
‘가치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S자산운용 사장님께서 예전에 식사를 마친 뒤 냅킨에 차트를 하나 그려 보여주셨다.
냅킨에는 오랫동안 바닥을 기어가다 수직으로 분출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걸 뭐라고 부르는지 아니?”
“뭐라고 불러요?”
“시세가 났다”고 해.
그렇다. 오랜 기다림 끝에 가치주는 ‘시세가 난다’.

시세의 분출은 겨우 1~2년에 걸쳐 순식간에 일어난다.
그 모습에서도 알 수 있지만, 7~8년을 기다렸어도 시세가 날 때까지 가치주를 들고 버티지 못하면 폭발하는 수익은 못 먹는다.
코스피는 정말 오래 쉬었다. 무려 18년의 세월이었다. 너무 오래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작년에 마침내 시세가 나기 시작했다. 거대한 촉매는 글로벌 AI 혁명과 정부정책+상법개정안 통과다.
지금의 강세장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은 태반이 예전의 강세장을 본 적 없는 사람들이다.
기억 못하겠지만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약 23년 전인 2003년 3월 코스피 지수는 512포인트였다. 약 4년 반 뒤 코스피는 2080포인트를 돌파한다. 4배 오른 것이다. 지수가 4배 오르는 일이 있었다고? 그렇다, 이미 있었던 일이다. 30대 이후에 강세장을 체험한 분들은 이제 50대 후반쯤 됐거나 은퇴했을 뿐이다.
우리는 만년 저평가였던 증시가 어떠한 계기로 인해 시세가 나는 것을 역사의 현장에서 목격하고 있는 것 뿐이다.
그러니 놀랍지 않고, 2500이 1만 포인트가 돼도 이상하지 않다. 이는 심지어 일본에서도 있었던 일이다.
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PER이 낮다고 가치주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것들은 여전히 시클리컬이다. 이번 메모리 사이클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코스피, 바로 한국 증시가 가치주였다는 점이다.
그래서 적어도 한국 시장에서 주식에 투자하며 오래 머무른 사람이라면, 지금이 그간의 고통과 노력을 보상 받을 때가 아닌가 싶다. 한국 주식을, 한국 기업을 믿고 그렇게 지난하게 버티며 주식을 들고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메모리 기업 적자 났을 때 폭락한 주식을 들고 버티는 것이 주주의 몫인 것과 같다.
국장 투자자들이란 그저 ‘대한민국 주식회사’의 존재를 믿고 투자한 사람, 시장에 오래 머문 사람일 뿐인 것이다.
그렇게 오래 버틴 투자자가 대단히 큰 돈을 번 것도 아닐 거라고 본다. 안 오른 주식도 많다. 심지어 쏠림 현상으로 내리는 주식도 있는데 이런 주식을 보유한 주주도 꽤 많다. 나도 바이오주가 꽤 있는데 요새 주가가 오히려 내려가고(?) 있다. 포트폴리오에 손절하지 못한 애물단지도 있다.
한국 주식투자자들의 계좌는 이렇게 상처 투성이다.
…18년을 버틴 코스피, 이제 시세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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