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보다 무서운 ‘패닉셀’…폭락장 개미가 주식을 던진 이유

어제 한국 증시는 기록적으로 폭락했다. 이틀 만에 1150.59포인트, 무려 18.42% 내렸다. 무슨 개별종목도 아니고 증시 전체가 급락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큰 낙폭이다. 당시에는 미국의 주요 은행이 파산하면서 전세계적인 공황이 찾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같은 금융시스템 위기가 안 보인다. 코스피 시가총액 1,2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이다.

그런데도 시장은 금융위기를 만난 듯 반응했다. 전쟁은 이란에서 발발했는데 한국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혹자는 코스피가 2월에 전 세계 수익률 1위 증시이기 때문에 이렇게 급락했다고도 설명한다.

하지만 2,3일 시장을 폭락시킨 건 사람들의 공포다. 사람들은 이란 전쟁 때문에 주식을 매도한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먼저 팔 것 같기 때문에 내던졌다. 앞서 2일 전쟁 뉴스가 전해지면서 코스피는 7%대 급락세를 기록했다. 사람들은 생각했다.

“내일 더 떨어지면 어쩌지, 장이 열리자마자 주식 팔아야겠다. ”

뉴스와 동시에 다른 투자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전쟁에 대한 공포 때문이 아니라, 예상된 공포에 대한 선제 행동이다. 이는 연쇄적인 매도를 부른다. 패닉 셀(panic sell)이다.

사람들은 손실 가능성이 커지면 손실 회피를 위해 비합리적인 매도에 나선다. 더 하락하기 전에 먼저 팔아야한다는 심리다.

손실회피와 함께 폭락장에서는 군집 행동(Herd Behavior)이 강하게 나타난다. 투자자들이 다른 투자자를 모방해 행동하는 경향이다. 누군가 위험을 피해 도망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은 그게 뭔지 몰라도 같이 도망치게 된다. 누군가 주식을 내던지는 모습은 시장에 내가 모르는 나쁜 정보가 있을 수 있다는 신호이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이미 도망치고 있으니 위험하다는 강한 신호를 준다. 결국 투자자들은 군중의 행동을 따라가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느끼게 된다.

손실 회피와 군집행동이 결합되면 그야말로 공포 매도, 패닉셀이 시장을 강타한다.

특히 폭락하는 시장은 거한 폭풍이 치는 바다 앞 벼랑 끝에 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을 사는 것은 바다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 인간의 본능이 외친다. “도망쳐!” 도망쳐야 한다. 폭락장에서 주식을 파는 것은 이처럼 인간 본성에 부합하는 일이다. 이에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주식을 매도한다.

다만 전쟁이나 지정학적 충돌은 금융시스템 위기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증시에서는 보통 단기 리스크에 그쳤다.

1990년 걸프전 당시 미국 증시가 급락했고, 2001년 9.11 테러 직후에도 전 세계 증시가 폭락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도 유럽과 신흥국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대체로 한 달 또는 몇 달 안에 낙폭을 회복했다. 전쟁은 경제에 충격을 주지만 2008년 당시처럼 금융시스템 위기는 아닌 것이다.

전일 코스피, 코스닥은 동시에 서킷브레이커(지수 8% 이상 하락시 20분간 거래정지)가 발동될 정도로 아수라장이었다. 투자자들은 이미 ‘에너지 공급망 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투매로 대응했다. 이에 이틀 만에 코스피 시가총액의 18%가 증발했다.

대신증권 분석에 따르면 폭락 후 3일 코스피 종가 5059포인트는 PER(주가수익비율) 8.06배 수준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제외하면, 코스피의 강력한 지지선이었던 구간이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의 코스피 최저점 기록도 2011년(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코로나19 확산 당시 7.5배 수준”이라며 “이란 전쟁의 장기화와 경기침체와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8배 이하의 PER은 낙폭과대 구간”이라고 분석했다.

원시 사회에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위험이 감지되면 군중을 따라 움직이도록 진화했다. 무리가 도망칠 때 혼자 남는 개체는 포식자에게 먼저 잡아먹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이 본능이 종종 폭등, 폭락으로 나타난다. 이번 한국 증시 대폭락은 결국 투자자들의 ‘공포’가 만들어낸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는 ‘경험’이 중요하다. 주식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특히 더 중요하다. 다만 최근에는 신규 투자자가 증시로 유입되면서, 투매에 휩쓸린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폭락장이 전개되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급락 전에 미리 팔걸’, ‘급락이 시작되자마자 팔 걸’ 하지만 주식을 고점에 매도할 수 있는 타이밍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기업 가치란 대부분의 경우 하루 만에 변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지정학적 충격은 단기 충격이었다는 점을 기억하면서, 폭락장을 만난 투자자는 ‘불필요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며, 왜 그 주식을 샀는지 다시 기억해볼 필요가 있다.

어제 장 초반 외국인은 1조원 가량의 매물을 던졌지만 장 마감 후 코스피 시장에서 최종적으로 2366억원 순매수로 마감했다. 개인은 코스피 시장은 795억 순매수였지만 코스닥에서 1조203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코스닥 지수 14% 하락의 선봉에 섰다. 기관은 코스피에서 5978억원 순매도, 코스닥은 322억원 순매수로 마감했다. 전일 기록적인 하락의 주인공은 ‘내국인’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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