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아파트가 뭐길래…금메달마저 의심하는 마음

‘금메달 최가온, 래미안 원펜타스의 자랑’

최가온 선수는 이탈리아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3차 시기 90.25점을 받아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1,2차 시기 크게 넘어지며 부상 위험에 처했던 최 선수는 3차 시 극적인 실력을 펼치며 세계 정상급 선수 클로이 김을 제치고 역전 우승했다.

최 선수의 금메달 소식에 그가 거주하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단지에는 현수막이 걸렸다. ‘래미안 원펜타스의 자랑, 최가온 선수! 대한민국 최초 설상 금메달을 축하합니다.’

현수막이 걸렸던 사실이 언론이 보도되자 온라인에는 빠른 속도로 최 선수의 금메달을 폄하하는 내용의 의견이 올라왔다. ‘수십억짜리 아파트에 사는 최가온 선수를 응원해줘야 할까? 어떠한 감동적인 스토리도 없다. 세금으로 금메달 연금 나간다’는 등 다양한 비판이 17살짜리 금메달리스트를 깎아내리기 시작했다.

“이 성과는 순수한 노력의 결과인가, 아니면 출발선이 달랐기 때문인가?”

서울 아파트값 상승과 경제성장 둔화로 최근 10년 사이 한국의 빈부격차는 가파르게 벌어졌다. 정확히는 소득 격차는 여전히 크지 않은데 자산 격차가 벌어지면서 생긴 일이다. 서울, 특히 어느 지역에 아파트를 소유했는지 여부에 따라 불과 몇 년 사이에 누구는 갑자기 부자가 됐고, 누군가는 제자리에 머물렀다.

한국의 빈부격차는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 자본주의가 고도화된 미국만큼 심각하게 벌어진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아파트값 상승 속도 즉 자산 가격의 상승속도가 소득 증가속도를 앞지르면서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크게 자극했다. 특히 서울-경기 지역은 전세계에서 유례 없는 초고밀도 지역으로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이웃을 서로 비교하며 불평등을 실제보다 훨씬 크게 느끼게 됐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에서 최 선수의 ‘반포 래미안 원펜타스 거주 사실’은 사람들의 관심을 ‘출발선의 조건’에 집중하게 만든 것 같다. 금메달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그 결과를 가능하게 한 환경이 아주 특별한 것이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불평등이 크게 체감되는 세상에서 압도적으로 비싼 아파트에 사는 선수가 이룬 성과는 ‘노력의 결과’가 아닌 ‘출발선의 차이’ 덕분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지금 한국 사람들이 공정성에 얼마나 예민한지를 보여주면서, 경제적 배경이 뛰어난 선수의 성취를 상대적으로 덜 가치 있게 평가하려는 시선이다. 상대적 박탈감의 표현이라고 보기엔 최 선수에 대한 강한 반발심은 그 표현방식이 다소 공격적이었다. 아파트 때문에 부자가 된 사람들을 미워하는, 그리고 그렇게 부자가 된 것은 옳지 않다는 사회적 좌절과 불안감이 질투가 냉소적으로 투영됐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래미안 원펜타스에 분노해 금메달의 가치를 폄하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사회적 불안과 좌절이 공격적인 언어로 표출된 형태로 보아야 한다. 물론 이해할 수 있다고 해서 17살 어린 선수에 대한 악플 정당화될 수는 없다. 또 금메달이 꼭 흙수저의 성공 스토리 형태여야만 감동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프파이브 설상 종목 특성상 국내 훈련이 매우 제한적인 종목이기도 하다.

반포아파트 논란을 넘어 어린 선수가 상상할 수 없는 높이에서 공중회전을 하며 얼마나 오랜 기간 세계 무대를 상대로 도전해왔을지 생각해보자. 특히 이번 올림픽 결선에서의 최가온 선수의 낙상 극복은 신체적 회복력과 정신적 집중력을 동시에 보여준 장면이다. 17살의 나이에 7m 높이의 벽을 10m 이상 솟구쳐 오르며 추락의 공포를 이겨낼 수 있는가? 어린 선수의 심리적 강인함, 그것이 올림픽 금메달의 정신 아니고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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